▲ 또 한 번의 가을무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김태형 두산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두산은 2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7-2로 이기고 4위를 유지했다. 선발 최원준의 강판 시점이 화제가 됐다.

올해 두산 마운드에서 아리엘 미란다와 더불어 가장 믿을 만한 투수가 최원준이었다. 그런데 1-1로 맞선 5회 2사 후 1실점을 하고 있던 최원준은 강판시키고, 좌완 이현승을 투입했다. 최원준의 투구 수는 77개. 불펜이 그렇게 넉넉하다고 볼 수는 없는 두산으로서는 승부수를 건 셈이었다.

결과는 적중했다. 이현승이 이닝을 잘 마무리했고, 두산은 5회 2득점, 6회 4득점을 기록하는 집중력을 바탕으로 승리를 거뒀다. 

가장 믿을 만한 선발투수를 5이닝 고지 코앞에서 빼는 건 감독도 어려운 결단이었다. 그러나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팀을 위한 결단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김 감독은 27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최원준 강판 상황에 대해 “답은 간단하다. 이기려고 뺀 것”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답했다.

김 감독은 “뒤에 좌타자들이 나오는데 타석에서 (최원준을 상대로) 타이밍이 너무 좋게 들어갔다. 맞고 끌려가는 상황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결과론이지만 투수코치도 빨리 준비했다”면서 “최원준 본인에게는 아쉽겠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좋은 결과로 끝났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금은 선수를 생각하기보다는, 승리만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김 감독은 27일 인천 SSG전에서도 선발 김민규를 빨리 교체하며 승부를 걸었다. 김민규는 3회까지 찾아온 경기 초반 위기를 잘 넘겼고, 팀은 4회 6득점 빅이닝을 만들며 6-0으로 앞서 나갔다. 김민규가 5회 선두 대타 오준혁에게 홈런을 맞기는 했지만, 6-1로 앞선 상황에서 아웃카운트 3개만 더 잡으면 승리투수 요건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번에도 선수의 기록보다는 팀 승리를 먼저 생각했다. 김 감독은 6-1로 앞선 5회 1사 후 최지훈 타석 때 좌완 이현승을 투입했다. 김민규는 아웃카운트 두 개를 남기고 승리투수 요건을 놓친 셈이 됐지만, 그 또한 경기의 중요성을 알고 있기에 순순하게 공을 넘기고 힘차게 더그아웃을 향해 뛰어 들어갔다. 동료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의 박수와 함께였다.

두산은 올 시즌 주축 선수들의 FA 이적으로 전력 약화가 예고된 상황이었고, 실제 시즌 중반까지는 고전했다. 9월 8일까지 두산의 순위는 8위(45승51패2무).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주축 선수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린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부임 이후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을 놓쳐본 적이 없는 김 감독의 승부사적 기질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시리즈 우승 3회 경력의 노련함이 괜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두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선수들의 투지를 앞세워 계속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어느덧 4위 확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역전극과 또 한 번의 가을무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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