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무대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두산 정수빈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정수빈(31·두산)에게 2021년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해다. 시즌을 앞두고 6년 총액 56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성사시킬 때까지만 해도 최고였다. 그러나 그 ‘56억 원’의 꼬리표는 부진한 성적과 함께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항상 잠실구장의 중앙에 자리를 잡고 있을 것 같았던 이 외야수는 부진한 성적 속에 한때 주전 경쟁에서 밀리기도 했다. 성적을 놓고 보면 할 말이 없었다. 정수빈의 전반기 47경기 성적은 타율 0.202, 1홈런, 15타점이었다. 시즌 시작과 함께 찾아온 부상도 부상이었지만, 타격과 기동력 모두 예전만 못하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대형 계약에 대한 논란은 족쇄처럼 찾아왔다.

그러나 항상 ‘큰 경기’에 강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정수빈은 가을 냄새와 함께 예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우선 타격이 반등하고 있다. 후반기 성적을 놓고 보면 자신의 것을 찾아가고 있다는 게 뚜렷하게 보인다.

정수빈은 후반기 54경기에서 타율 0.289를 기록 중이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755다. 전반기 까먹은 성적이 아쉽기는 하지만, 후반기 성적을 놓고 보면 자신의 통산 타율(.280)과 통산 OPS(.727) 수준은 충분히 해내고 있다. 

어차피 정수빈에게 준 금액은, 더 나아진 성적보다는 그간 해왔던 성적에 대한 기대치 정도를 담고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후반기 타격 성적을 놓고 보면 특별히 흠을 잡을 곳은 없다. 10월 들어서도 23경기에서 타율 0.283, OPS 0.779를 기록하며 꾸준한 감을 이어 가고 있다. 

게다가 결정적인 순간 한 건을 해낸 경기가 적지 않았다. 수비력은 건재하다. 27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전에서 다시 한 번 증명됐다. 8-1로 앞선 6회, 2사 2,3루 상황에서 이현석이 초구를 노려 쳐 좌중간 방향으로 질 좋은 타구를 날려 보냈다. 안타가 됐다면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수빈이 빠른 스타트와 정확한 추적 루트, 그리고 마지막 순간 결단력 있는 다이빙까지 선보이며 이를 잡아냈다. 3루 측의 두산 팬들이 열광한 호수비였다. 

7점을 앞서 있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SSG의 공격은 한참 더 남아 있었다. 실점을 하면 마운드는 쫓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정수빈이 여기서 SSG 공격의 맥을 수비로 끊었다. SSG가 8회 4점을 냈음을 고려하면, 경기 양상에 귀중한 수비였다. 2타점 적시타나 마찬가지인 효과가 있었고 팀 사기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두산은 28일 인천 SSG전에서 이기면 4위를 확정한다. 가을에 강한 정수빈이 그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다. 물론 후배들도 나름의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큰 경기에서 중요한 수비와 경험은 아직 따라오지 못한다. 금액 꼬리표 스트레스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을 법한 정수빈이 전반기 부진을 가장 중요한 가을에 만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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