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적은 물론 팀 체질 개선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SSG 추신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SSG 랜더스 선수들은 지난겨울 화들짝 놀랄 일을 두 번이나 겪어야 했다. 우선 갑작스레 구단의 주인이 바뀌었다. 그리고 제주 1차 캠프가 끝날 때쯤, 추신수(39)라는 거물급 선수의 영입 소식을 들었다. 선수들은 두 번이나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구단, 팬, 코칭스태프의 기대가 다 컸다. 그러나 정작 가장 기대가 큰 것은 야수들이었다. 추신수의 경력은 두말 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화려하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뛰었고,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슈퍼스타이자 올스타 경력도 있었다. 한국야구가 낳은 최고의 야수였다. 야수 후배들은 “추신수 선배가 어떻게 훈련하고 뛰는지 보고 싶다”며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추신수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역시 대표적인 건 뛰어난 선구안과 타석에서의 결단력을 바탕으로 한 출루다. 메이저리그 통산 출루율이 0.377에 이른다. 여기에 20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까지 갖췄으니 1억 달러 이상의 대형 선수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 만 37세 시즌인 2019년 151경기에서도 출루율 0.371을 기록할 정도였다. 눈은 가장 늦게 퇴보한다는 말을 다시 증명했다.

그런 추신수의 선구안과 타석에서의 자세를 선수들이 눈여겨본 것은 당연했다. 선수들은 추신수가 타격 훈련을 하는 것부터 놓치지 않았다. 추신수의 훈련이나 연습경기 타석은 차별성이 있었다. 자신의 루틴대로 진행하되, 때로는 방망이 한 번 휘두르지 않고 물끄러미 공만 지켜볼 때도 있었다. 

“타자의 지표가 꼭 타율은 아니다. 요즘은 출루율이 더 중요하다”는 명제가 서서히 와 닿고 있었던 타자들도 그런 추신수의 장점을 배우고 싶었다. 추신수에게 다가가 많은 것을 물었고, 추신수는 성심성의껏 답변했다. “내 방식이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니 자신에 맞는 루틴을 만들어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예전에는 전광판의 타율만 보던 선수들은, 추신수라는 ‘출루 머신’의 합류 속에 출루율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했다.

그런 ‘3월의 모방’에는 재밌는 것도 있었다. 연습경기나 시범경기에서는 꼭 타율에 중점을 둘 필요가 없으니, 공을 최대한 많이 보는 훈련과 타격 어프로치가 선수단 내에 유행했다. ‘7구 이상을 투구하게 하며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혀보자’는 유행도 생겨났다. 선수들끼리 농담을 하며 경쟁할 정도였다. 당장 될 것은 아니었지만, 선수들은 조금씩 그런 자세들을 몸에 익히기 시작했다. 그러자 덩달아 기록이 뛰기 시작했다.

SSG의 2019년 출루율은 0.334로 리그 평균(.337)보다 못한 리그 6위였다. 2020년은 리그 평균(.349)보다 크게 떨어지는 0.329로 리그 9위였다. 그런데 올해는 0.354로 3위를 달리고 있다. 1위 롯데(.357)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장타력이 있던 팀에 출루율이 더해지면서 SSG의 OPS(출루율+장타율)는 0.776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NC(.762)와 차이가 커 이대로면 1위로 마무리할 가능성이 높다.

40대 선수로는 첫 100볼넷을 달성한 추신수의 가세도 팀 출루율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지만, 다른 선수들이 동반 성장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원형 감독도 27일 인천 두산전을 앞두고 “그런 모습이 선수들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다고 본다. 정말 구위와 제구 모두 갖춰 있는 투수 빼고는 5회까지도 한계 투구 수를 만들어낼 정도로 타자들이 끈끈한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그런 것들이 (추)신수의 영향이지 않나, 결과로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안타만이 팀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추신수가 올 시즌 연봉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을지는 몰라도, 모든 구단 관계자들이 “무형적 효과가 크다”고 말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선수의 루틴을 배우고, 그것을 응용하면서 후배들이 성장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이는 추신수가 언젠가 은퇴를 해도 다른 팀은 가지지 못할 무형의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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