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승골을 터뜨렸지만, 기쁨을 자제한 인천 유나이티드 공격수 송시우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이성필 기자] 품격 있었던 '시우 타임' 송시우(인천 유나이티드)의 세리머니 자제였다.

송시우는 3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B(7~12위) 34라운드 FC서울전에 후반 11분 김보섭을 대신해 투입됐다. 교체 출전하면 워낙 골을 잘 넣어 '시우 타임'이라는 별명이 생겼을 정도다.

조기 잔류 확정에 사활을 건 인천 입장에서는 송시우의 활약이 절실했다. 무고사가 늑골 미세실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기가 어려워 송시우가 김현과 함께 공격에서 무엇이든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기대에 부응한 송시우다. 0-0으로 팽팽하던 32분 아길라르의 슈팅을 양한빈이 펀칭했지만, 수비에 맞고 굴절되며 송시우 앞에 떨어졌다. 기막힌 위치 선정을 해낸 송시우는 그대로 슈팅, 골망을 갈랐다.

기쁠 법 했지만, 송시우는 두 손을 아래로 내리며 세리머니를 자제했다. 이유가 있었다. 지난해 같은 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故) 김남춘 FC서울 수비수 때문이었다.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죽음이었기에 축구계 전체가 충격에 빠진 기억이 생생하다.

마침 이날 수도권에도 경기장에 관중 출입이 가능, 서울 팬들도 상당수 자리했다. 관중석에는 '4ever With YOO 남춘'이라는 글귀가 걸렸다. 전반 4분에는 조용한 박수나 나왔다. 등번호 4번을 달고 뛰었던 김남춘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6분에는 양팀 팬들이 다시 박수를 쳤다. 역시 고인이 된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현역 시절 등번호에 맞춘 것이다.

서로 슬픔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경기는 비장했다. 잔류 확정이 더 중요했기에 그라운드 위에서는 육체의 파열음이 났다. 전반 10분 만에 서울 백상훈이 강민수의 얼굴을 발로 가격해 퇴장 당했다. 안익수 서울 감독은 강력하게 항의하다 경고를 받을 정도로 치열했다.

긴장의 끈이 팽팽하게 조여진 상황에서 흐름을 가른 송시우의 골은 인천에는 큰 기쁨이었다. 그렇지만, 송시우는 기뻐하지 않았다. 최대한 기쁨을 자제했다. 김남춘을 위하고 서울을 존중하기 위함이었다.

송시우는 "파이널 첫 경기에서 이겨서 기쁘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며 즐거움을 표현했다. 특히 강민수, 김창수 등 후방에서 수비해준 선참과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지만, 정신적으로 자극을 준 김광석 등 베테랑의 역할을 칭찬하며 "정신적으로 깨우쳐 준다. 경기가 되든 안 되든 볼을 받으려 움직이고 자신감 있게 하라고 하더라. 선수들이 정신적으로 깨는 계기가 됐다"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김남춘과의 인연도 전했다. 그는 "상무 시절에 함께 뛰었다. 그래서 모두 열심히 하지만, 골을 넣고 세리머니를 하면 자제하자고 했다. 선수들은 물론 모든 축구팬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김도혁이 먼저 제안했다"라고 말했다.

김도혁도 상무에서 김남춘과 생활을 한 바 있다. 그는 "신병 때 (김남춘이) 말년 병장으로 있었다. 전역이 얼마 남지 않았었고 두 달 같이 있었다"라며 인연이 있었기에 기쁨 대신 추모를 했다고 밝혔다.

생존왕 타이틀이 늘 붙어 있는 인천이다. 매년 최종전에서야 잔류를 확정했지만, 올해는 다르다 그는 "빨리 잔류해서 즐겁게 경기를 했으면 한다"라며 인천의 잔류에 모든 역량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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