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종합운동장 앞은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국-UAE전을 관전하려는 관중으로 가득했다.

 
[스포티비뉴스=고양, 이성필 기자]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서 있는 애매한 계절이었지만, 한국 축구에는 따뜻한 봄이 2년여 만에 찾아왔다.

11일 오후 고양종합운동장,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의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5차전은 100% 유관중 입장 경기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최고 단계를 유지하다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 후 100% 유관중 경기는 2019년 12월 부산에서 열렸던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날 정오까지 대한축구협회 집계로는 2만8천여장이 예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4만408석의 경기장 좌석 수를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예매 흐름이었다. A대표팀 경기에 대한 관심에 최종예선이라는 점과 백신 접종을 마친 관중 입장이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이미 관중이 몰리기 시작했다. 입장 절차가 다소 복잡해 미리 관중석에 앉으려는 팬들로 경기장 밖은 장사진이었다. 백신 접종을 완료했거나 48시간 이내에 유전자 증폭(PCR) 검사 음성 판정을 받은 관중이 입장 가능하다는 점에서 더 복잡했다.

특히 경기장 인근 지하철 3호선 대화역에서 가까운 동문 근처는 인산인해였다. 붉은악마를 상징하는 뿔 응원 도구를 판매하는 노점에도 활기가 돌았다. 한 노점 판매인은 "형광뿔 5백 개 정도를 가져왔는데 두 시간 만에 80%는 판 것 같다. 주변 상인에게 빌리려고 한다. 유관중 경기가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다"라고 전했다.

팬들도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환한 표정이 보였다. 여자 친구와 응원을 왔다는 한석원(36) 씨는 "여자 친구가 손흥민을 꼭 보러 가야 한다고 졸라서 왔다. 쌀쌀하지만, 같이 붙어서 경기를 보는 그 자체로도 행복하다"라고 말했다.

가족 단위의 관중도 보였다. 빨간 티셔츠를 두 자녀에게 입혀 온 윤미홍(41) 씨는 "남편이 퇴근하게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먼저 왔다. 아이들도 신이 났다. 악마뿔 응원 도구로 사주니 좋아해서 오늘 저녁 육아 부담을 조금은 던 것 같다"라며 만족감을 보였다.  

기상청이 기준 이날 고양시의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인 오후 7시 기온은 영상 5도(°C), 체감 기온 영상 2도(°C)였다. 그렇지만, A대표팀 경기 현장 관전에 목이 마른 팬들은 스스로 열을 내 차가움을 덮었다.

경기 시작 한 시간 20분여를 남기고 그라운드 상태 점검을 위해 파울루 벤투 감독과 선수들이 경기장에 하나둘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가벼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시작 45분 전 몸을 풀러 나오자 팬들은 짧고 굵은 함성을 질렀다. 아직은 비말이 퍼질 우려가 있어 고성을 지르는 육성 응원 금지라 박수로 반응을 보이는 팬들도 있었다.

여전히 거리는 멀어도 축구 자체로 행복하는 팬들이 있어 온기가 돌기 시작한 한국 축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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