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 kt로 막 입단했을 때의 고영표(왼쪽)와 심우준. ⓒkt 위즈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봉준 기자] 이제 더 이상 kt 위즈를 ‘막내 구단’으로 부르기 어려워졌다. 걸음마도 떼기 어려워 보였던 kt가 쟁쟁한 형님들을 모두 압도하고 KBO리그의 정상을 차지했다.

kt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두산 베어스를 8-4로 꺾고 최종 전적 4승무패로 사상 첫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이로써 kt는 2013년 창단, 2015년 1군 진입, 2020년 첫 가을야구 진출의 과정을 거쳐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하는 기염을 토하게 됐다. 어떤 구단보다 어려웠던 창단 당시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란 표현이 어울리는 통합우승이다.

프로야구 붐이 한창이던 2013년, 제10구단 필요성이 제기됐다. 앞서 NC 다이노스가 창단한 뒤 9구단 체제가 형성됐는데 원활한 일정을 위해선 짝수 구단 형태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야구계는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였고, 수원을 연고지로 한 kt와 전북을 위시로 한 부영그룹이 유치전을 벌였다.

승리를 거둔 쪽은 kt였다. 2013년 1월 KBO 이사회와 구단주 총회가 kt를 10구단 운영 주체로 의결하면서 본격적인 창단 작업이 시작됐다.

일단 kt는 차근차근 원년 선수단을 꾸렸다. 먼저 2013년 6월 17일 개성고 좌완투수 심재민과 천안북일고 우완투수 류희운을 우선지명으로 선발했고, 조범현 감독을 창단 사령탑으로 앉혔다.

kt는 이어 2013년 7월 1일 열린 2014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창단 선수단의 기틀을 마련했다. 여기에서 고교야구와 대학야구에서 활약하던 박세웅과 고영표, 문상철, 안승한, 김병희, 심우준, 안중열을 데려왔다.

KBO리그 2군으로 진입한 2014년에도 선수 영입은 계속됐다. 주권과 홍성무, 배병옥(개명 후 배정대), 정현, 이대형 등을 선발해 이듬해 1군 데뷔를 준비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FA 박경수와 박기혁, 김사율을 영입한 kt는 2015년 마침내 1군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형님들이 기다리던 무대는 예상대로 녹록지 않았다. 2015년을 시작으로 2016년, 2017년까지 연달아 꼴찌를 기록했다. 이 사이 초대 사령탑인 조범현 감독이 물러나고 김진욱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2018년 성적 역시 9위로 좋지 않았다.

이렇게 kt가 어려움을 겪는 동안, 선수단의 구성도 많이 바뀌었다. 창단 멤버들이 하나둘 물러났고, 강백호와 배제성, 소형준, 이대은 등 신인 드래프트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이들이 주축으로 떠올랐다. 또, 사령탑도 2019년 이강철 감독이 새로 맡았다.

8년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그래도 많은 창단 주역들은 든든하게 자리를 지켰다. 대표적인 얼굴은 올해 통합우승을 이룬 고영표와 심우준, 배정대, 주권이다.

▲ kt가 18일 한국시리즈 정상을 차지한 뒤 환호하고 있다. ⓒ고척돔, 곽혜미 기자

먼저 올 시즌을 앞두고 군에서 제대한 고영표는 우려를 깨고 선발 로테이션으로 안착했다. 26경기에서 11승 6패 평균자책점 2.92로 kt 마운드를 지켰다. 특히 운명이 걸린 10월 30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6회말 조커로 올라와 3이닝 4피안타 4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8-3 승리를 지킨 장면은 결정적이었다. kt는 이날 승리로 삼성 라이온즈와 우승 결정전을 치를 수 있었다.

심우준과 배정대의 성장도 인상적이다. kt 입단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망주로 분류됐던 둘은 짧지 않은 시간을 거치면서 핵심 야수로 성장했다. 심우준은 안정적인 수비와 재치 넘치는 공격으로 kt의 살림꾼 같은 주전 내야수가 됐고, 배정대는 지난해 활약을 바탕으로 어엿한 주축 중견수가 됐다. 둘의 공수 존재감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해 빛났다.

마지막으로 주권의 이름도 빼놓을 수 없다. 선발투수로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던 주권은 2019년 셋업맨으로 변신해 성공을 거뒀다. 불펜으로 전환하자마자 25홀드를 거두더니 지난해에는 31홀드를 챙겨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을 따냈다.

이어 주권은 올 시즌 62경기에서 3승 4패 27홀드 평균자책점 3.31로 kt의 허리를 지켰다. 최근 3년간 쌓은 홀드만 83개. 이렇게 kt의 필승공식을 성립하게 만든 주권이 있어 kt는 더욱 순조롭게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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