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 MVP에 오른 박경수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고봉준 기자] 현역 생활 내내 가을의 성공에 목이 말랐던 한 베테랑이 기어이 한을 풀었다. 박경수(37·kt)는 감격의 소감을 이어 갔다.

kt는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4로 이기고 창단 후 첫 통합우승(정규시즌 우승+한국시리즈 우승)의 대업을 달성했다. 1~4차전에서 단 한 번도 리드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두산을 물리치고 정상에 섰다.

박경수에게는 더 특별한 시리즈였다. 고교 시절 대형 내야수로 평가받으며 2003년 LG의 1차 지명을 받은 박경수는 유독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다. 심지어 프로 19년차인 올해가 첫 한국시리즈 경험이었다.

그런 박경수는 2차전에서 1회 선발 소형준을 돕는 환상적인 수비로 팀 승리의 기틀을 놓은 것은 물론, 3차전에서는 솔로포까지 터뜨리며 공·수 모두에서 활약했다. 비록 3차전 도중 종아리를 다치며 4차전에는 결장했지만, 목발을 짚고 더그아웃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했다.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은 공헌도까지 강한 임팩트를 남긴 박경수는 기자단 투표 90표 중 67표를 얻어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박경수는 “오늘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시리즈 종료 후 박경수와 일문일답. 

-우승의 순간 어땠나.
울컥했다. 9회말 2아웃이 되고 유한준 형이 어깨를 토닥여줬다. 감격스러웠다.

-우승 세리머니를 할 때까지 선수들이 기다려줬다.
다리가 좋지 않은 상태다. 끝나고 천천히 나가려고 했는데 선수들이 모두 기다려주더라. 너무 뭉클했다. 정말 감동했다.

-우승의 기분은 어떤가.
행복의 기분을 넘어서 그냥 오늘이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18년을 기다려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내가 잘해서 받았다기보다는 내게 MVP를 주면 스토리가 생겨서 뽑아주셨지 않을까 한다, 하하. 인터뷰용이 아니라 팀 kt가 받았다고 생각한다.

-최고령 MVP다. 예상은 했는가.
최고의 상 아닌가. 너무 행복하다. 예상은…. 기사로 많이 보긴 했다. 유력후보였는데 불투명하다고. 그런데 황재균이 치고 나가더라. 그래서 농담으로 ‘그만 쳐라’고 했다. 어차피 FA니까 형한테 밀어줄 생각이 없느냐고 농담으로 말했다. 솔직히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었다.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어제 상황은 좋지 않았다.
내 자신에게 화가 많이 났다. 왜 하필 이때 내가 다쳐야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어제 허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코칭스태프에서 계속 체크를 해주셨다. 나는 정말 할 만했고, 1점차였다. 그토록 원하는 한국시리즈에서 내가 빠지고 1점차 중요한 상황에서 후배 선수에게 부담을 주기 싫었다. 나도 긴장이 되는데 경기 후반 후배들이 갑자기 나가면 얼마나 부담이 될까라는 생각도 했다. 빠지고 싶지 않았다. 간절함이 있었다.

-신본기가 활약했다.
너무 좋았다. 1차전 때 8회 교체됐다. 신본기가 삼진을 당했다. 내가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그때도 더 뛴다고 말했지만, 오윤석과 신본기도 한 번씩 나가야 한다는 감독님 말씀을 듣고 수긍했다. 그런데 본기가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니까 내가 미안하더라. 오늘 본기가 홈런을 쳤을 때 내가 아이싱 중이라 덕아웃에는 없었는데 나를 찾아왔더라. 정말 고마웠다.

-두산을 제친 원동력은.
너무 많아서 하나를 꼽을 수 없다. 아, 일단 이 자리를 빌려서 한화 이글스 정민철 단장님과 관계자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 한화가 수원까지 와서 게임을 해주셨다. 우리도 경기를 하면서 너무 고마웠다. 고참들이 최원호 2군 감독님에게 감사하다고 말씀을 드렸다. 한화와 연습경기를 하면서 잘 준비할 수 있었다. 둘째는 우리의 장점이 모두 다 나왔다. 타자들이 후반기 들어 좋지 않았는데 선취점을 내고 추가점까지 가는 과정이 좋았다. 그러면서 다 같이 사기가 올라갔다.

-이강철 감독의 베테랑 배려도 빼놓을 수 없다.
고참들이 먼저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신다. 장성우도 인터뷰를 통해 그렇게 이야기했더라. 감독님만을 위해서 야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성적으로 한국시리즈 MVP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될까 모르겠다. 감독님께서 어떤 일을 가지고 고참들과 상의하시면, 고참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후배들을 끌고 간다. 또, 다행히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준다. 고참의 몫이 쉽진 않지만, 이렇게 경험 있는 선수들이 후배들을 아우를 수 있도록 해주시는 분이 감독님이다.

-올해로 kt와 계약이 끝나는데.
구단과 잘 상의하겠다. 선수로서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그렇다고 고집을 피울 생각은 없다. 좋은 방향으로 상의하겠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우규민이 그러더라. 한국시리즈가 영어로 KS인데 박경수 시리즈로 해석이 된다. 이번 한국시리즈는 너의 무대라고 응원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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