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군 진입 7번째 시즌 만에 감격적인 통합 우승을 이뤄낸 kt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NC보다 훨씬 더 불리한 상황에서 창단했다”

프로야구 10번째 구단으로 깃발을 내건 kt의 창단 당시, 대다수 전문가들은 9번째 구단이었던 NC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 수급부터가 그랬다. 창단 후 첫 드래프트 수준부터 NC가 더 나았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었다. 꼭 그래서는 아니었겠지만, kt는 9번째 구단인 NC보다 성적의 성장 속도가 느렸다.

말 그대로 만년 하위권 팀이었다. 해도 해도 안 되는 전력, 형님 구단들과 전력 격차에 울분을 삼키기 일쑤였다. 그러나 kt는 당장을 보지 않았다. 더 멀리 봤다. 창단 당시 구단의 10년 계획을 세웠다. 장기적으로 구단을 지원해 안착시킨다는 로드맵을 짰다.

창단 당시 구단의 로드맵을 보면 창단부터 1군 진입까지는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1군 진입 후 3년간은 리그 적응기가 필요하다고 봤다. 도약기는 4~7년차로 봤다. 구단의 질적 성장을 지원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무르익는 8~10년차에 한국시리즈 우승과 흑자 경영을 지원한다는 게 kt의 10년 로드맵이었다. 1군 진입 후 10년간 총 2000억 원 수준의 대규모 지원도 약속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계획대로 모든 것이 착착 맞아 떨어졌다. kt는 1군 진입 후 5번째 시즌인 2019년 처음으로 승률 5할을 기록하며 만년 최하위권 팀 신세에서 벗어났다. 6번째 시즌이었던 2020년에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정규시즌 2위)에 나갔다. 그리고 7번째 시즌이었던 2021년,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 및 통합 우승(정규시즌 우승+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빛을 봤다.

창단 시점으로 따지면 올해가 8년 차였으니 kt의 10년 로드맵을 정확하게 따라간 셈이 됐다. 장기적인 관점일수록 계획대로 모든 것이 이뤄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kt는 어쨌든 구단이 창단 당시 세웠던 성적 로드맵을 정확하게 지킨 셈이 됐다. 신생구단 창단 후 가장 빨리 통합우승에 이른 팀으로도 역사에 남았다.

중흥기를 앞두고 그룹의 수장이 된 구현모 대표이사부터 야구단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다. 지난해부터 틈만 나면 선수단에 음식이나 선물을 보내며 애정을 드러냈다. 선수들도 “그룹으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흥이 났다. 18일 한국시리즈 4차전이 끝난 뒤 구 대표이사에게 인사를 하는 선수들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그룹 전체적으로 야구단에 대한 전폭적인 애정을 보였고, 선수단은 통합우승으로 보답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한국시리즈 우승 후 선수단은 물론 음지에서 고생한 프런트, 그리고 그룹의 지원에 감사를 드러냈다. 이제 남은 건 중흥기를 더 길게 이어 가는 것이다. 야수진의 세대교체라는 과제는 있지만 안정된 마운드와 우승을 통해 한층 더 쌓인 경험은 kt를 내년에도 강팀으로 인도해줄 연료가 될 것이다. 다 계획이 있었던 kt가 이제 다음 계획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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