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의 대업을 이끈 이강철 kt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올해 한국시리즈에 들어오기 전 곰곰이 지난해 포스트시즌을 되돌아봤다. 순간순간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경기를 보는 시야가 좁아졌다고 자책했다.

현역 시절 큰 경기에 숱하게 나간 스타플레이어 출신이지만, 막상 감독으로 경기를 이끄는 건 달랐다. 현역 때는 자신의 힘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감독은 그렇지 않았다.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운영하는 것은 물론,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했다. 이 감독은 그 차이를 절실하게 느꼈다고 했다. 그래서 더 냉정해야 한다고, 더 준비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런 이 감독은 18일 kt의 4연승으로 끝난 2021년 한국시리즈에서 안정적인 운영으로 팀을 이끌었다. ‘가을 타짜’인 두산의 흐름에 말려 들어가지 않았고, 시리즈 내내 바위와 같은 느낌으로 일사분란하게 팀을 이끌었다.

여러 수가 적중했다. 팀의 토종 에이스인 고영표를 불펜으로 뺀 것은 모든 이들이 의아해 한 부분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경기 흐름을 최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봤고 준비했던 대로 착실하게 시리즈를 밀어붙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팀의 힘을 믿었고, 요령보다는 시리즈를 길게 보고 정석대로 운영했다. 한편으로는 번트 작전, 런앤히트 작전, 강공 작전 등 승부처에서의 수는 대다수 적중했다. 

이강철 감독이 부임한 뒤 kt는 비약적인 성적 상승을 이뤄냈다. 그 성적 상승이 오롯이 감독의 능력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발전한 여러 요소들을 한 곳으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낸 건 오롯이 이 감독의 공이다. 

한편으로 kt의 성장은, 곧 ‘감독 이강철’의 성장이기도 했다. 그는 실패에서 배웠고, 다른 감독들보다 더 빨리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피드백하려고 했다. 그를 인정하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이 부분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그는 다른 지도자들에 비해 감독 경력을 늦게 시작했다. 하마평은 무성했지만, 기회가 잘 찾아오지 않거나 타이밍이 어긋났다. 오랜 기간 자신보다 나이 어린 감독을 모시기도 했다. 하지만 뒤늦게 폈다고 해서 꽃이 화려함을 잃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KBO리그 역사에 남을 감독이 됐다.

감독 경력 첫 3년에서 팀을 모두 5할 승률로 이끌면서 그 3년 중 한 차례 이상 통합우승을 달성한 지도자는 이 감독까지 단 네 명(선동열·류중일·김태형·이강철) 뿐이다. 삼성이나 두산은 전통과 저력을 가진 팀이었던 반면, kt는 만년 하위권 팀이었다는 점에서 차별성도 있다. 이제 해태의 전설은, kt의 전설 목록에도 그 이름을 추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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