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렐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재계약이 당연하다고 보기에는 무엇인가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내치기에는 시즌 전체 성적이 좋다. 삼성 라이온즈는 외국인 타자 호세 피렐라와 재계약으로 방침을 세웠다. 이유는 무엇일까.

피렐라는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계약을 맺었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활약했던 러프가 팀을 떠난 뒤 외국인 타자를 찾아 헤메던 삼성은 타일러 살라디노, 다니엘 팔카로 이어지는 실패를 거쳐 피렐라를 얻었다. 올해 피렐라는 타율 0.285(553타수 158안타), 29홈런, 97타점 출루율 0.359, 장타율 0.495, OPS 0.855를 기록했다. 홈런, 타점 부문 6위, 안타 부문 11위로 삼성 공격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표를 뜯어보면 물음표가 생긴다. 전반기와 후반기 성적 차이가 매우 크다. 전반기 80경기에 출전한 피렐라는 타율 0.312(324타수 101안타) 20홈런, 65타점, OPS 0.923을 기록하며 KBO 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했다. 전반기 피렐라는 SSG 랜더스 최정, NC 다이노스 양의지와 함께 홈런 부문 공동 선두였다. OPS 부문 리그 5위, 안타 3위, 타점 2위 등 다양한 지표에서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플레이 스타일도 삼성에 울림을 줬다. 저돌적인 주루 플레이, 황소 같은 그의 돌진은 삼성 선수단을 깨웠다. 박해민, 구자욱, 강민호 등 피렐라 경기를 보면 경기에 나서는 자세가 바뀔 수밖에 없다며 입을 모았다. 삼성 허삼영 감독 역시 피렐라 플레이에 엄지를 세우며 "많은 감동을 주는 선수"라고 칭찬을 했다.

그러나 후반기 들어 성적이 크게 떨어졌다. 피렐라는 후반기 타율 0.249, 9 홈런, 32타점, OPS 0.759에 그쳤다. 후반기 규정 타석을 뛴 타자 54명 가운데 40위다. 상위권에 머물던 대부분 지표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9홈런을 치며 어려워 보이지 않았던 30홈런에도 닿지 못했다.
▲ 피렐라 ⓒ곽혜미 기자

발바닥 통증 여파가 컸다. 피렐라는 고질적 발바닥 통증이 있다. 족저근막염이다. 발바닥 근막에 염증이 생기는 병인데, 평발인 피렐라는 족저근막염으로 인한 통증 발생이 잦다. 경기 때 힘찬 주루를 한 다음에 절뚝이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경기 수가 쌓이면서 통증은 커졌고,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시즌 막바지에는 원정 경기를 왔지만, 경기장으로 이동하지 않고 숙소로 사용하는 호텔방에서 며칠 쉬기도 했다. 체력 저하와 발바닥 통증이 맞물리면서 성적은 크게 추락했다.

위험 요소가 있지만, 30홈런-100타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외국인 타자와 재계약을 맺지 않는 것은 삼성에 위험 부담이 크다. 새로운 선수가 피렐라보다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최근 꽤 좋은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 시장에 나왔지만, 영입전에서 일본프로야구에 연전연패를 하고 있다. KBO 리그에서 뛸 수 있는, 주포급 타자 영입이 쉽지 않다. 더구나 삼성은 외국인 선수 영입 성공 사례가 많이 없는 팀이다.

삼성도 여러 위험 요소를 알고 있지만, 자신감이 있다. 관계자는 "시장 상황을 포함해 여러가지를 고려하면, 피렐라만한 선수를 구하기 쉽지 않다. 족저근막염은 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충분한 휴식이 있으면 관리가 가능하다. 올 시즌이 끝났고 다음 시즌 준비까지 긴 휴식 시간이 있기 때문에 회복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올해 시즌 초반에 스파이크 볼이 너무 좁은 걸 신기도 했다. 중심 타자로 압박감이 있는 경기를 많이 해서 피로 누적도 있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구단에서 피렐라는 관리가 가능한 선수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재계약 방침 설정의 이유를 밝혔다.

관계자는 "한국 리그에 대한 이해를 이제 완벽하게 했을 것이고, 팀에서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다 이해했다. 스스로가 리그와 자기 위치를 알기 때문에 몸 관리를 더 잘할 수 있다. 피렐라 사용설명서를 갖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며 다음 시즌에도 피렐라와 함께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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