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박건우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그래도 우리 두산 베어스인데, 정말 1승은 하고 싶다. 제발 1승만 이런 생각이 컸죠."

두산 베어스 우익수 박건우(31)는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4-8로 패한 뒤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번타자로 나서 4타수 3안타 2득점으로 활약했으나 kt로 넘어간 판세를 바꾸기는 역부족이었다. 두산은 1차전 2-4, 2차전 1-6, 3차전 1-3 패배까지 더해 시리즈 4전 전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을 응원한 팬들까지 "어려운 상황에서 여기까지 잘 왔다. 수고했다. 고맙다"고 입을 모았다. 전반기에 7위까지 떨어졌다가 후반기 승률 1위로 4위까지 치고 올라가 7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게 첫 번째 기적이었다. 외국인 원투펀치가 모두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도 와일드카드 결정전(1승1패), 준플레이오프(2승1패), 플레이오프(2승)를 거쳐 KBO 구단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게 2번째 기적이었다. 준우승이라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한 한 해를 보냈다. 

그래도 선수들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박건우는 "팬분들이나 감독님께서 '잘 싸웠다, 정말 올해는 미러클이다, 우승을 못 해도 축하받을 일'이라고 해주셨지만, 솔직히 선수들은 그 말에 만족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일을 계기로 삼아서 다음에는 우승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프로야구 선수의 몫인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아쉬움, 또 어쩌면 동료들과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경기를 마친 뒤 복잡한 감정에 눈물이 나왔다. 박건우는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는다. 1군 통산 타율 0.326(3130타수 1020안타)로 해마다 꾸준히 3할을 치는 타자고, 우익수로 강견을 자랑한다. 타선 보강이 필요한 팀에서는 충분히 탐을 낼 만하다. 두산도 놓치기 힘든 카드라 치열한 영입 경쟁이 예상된다. 

박건우는 "한편으로는 이게 현실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도 우리 두산 베어스인데 정말 1승은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실 키움이랑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첫 경기를 졌을 때 '정말 힘들겠다 여기까지인가' 생각했다. 그래서 오히려 선수들이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하니까 7년 연속 한국시리즈까지 온 것 같다. 우승까지는 어려워도 1승은 하고 싶었다. 제발 1승만 이런 마음이 커서 정말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래도 내가 이 팀에서 오래 있었는데, 인터넷에 올라온 영상을 하나 봤다. 두산 베어스 선수들의 마지막 타석이라고 정리를 해서 (민)병헌이 형, (김)현수 형, (최)준석이 형, 이종욱 선배까지 다 나오더라. 그 영상을 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나서 슬프기도 하고, 동료들을 보는 데 마음이 안 좋더라. 조금 더 잘해서 한 경기라도 더 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고 덧붙였다. 

1990년생 친구 허경민과 정수빈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2009년 입단 동기이기도 한 두 친구는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박건우의 FA 관련 질문이 나오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친구"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겨울 허경민은 4+3년 85억원, 정수빈은 6년 56억원에 도장을 찍으며 원클럽맨의 길을 선택했다.

박건우는 "(허)경민이랑 (정)수빈이를 많이 의지한다. 오래된 친구지만, 이제는 약간 가족 같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친구들이다. 올해 내가 진짜 많이 힘들 때 옆에서 진짜 좋은 말을 많이 해주고, 또 힘내라고 밥도 사주고 그래서 정말 고마웠다. 앞으로도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생애 첫 FA 자격을 얻기까지 큰 힘을 실어준 김 감독을 향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박건우는 2015년 김 감독이 부임한 뒤 1군에 자리를 잡으면서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했다. 1군에만 오면 주춤하던 시기였지만, 김 감독은 박건우의 잠재력을 믿고 꾸준히 기회를 줬다. 박건우는 풀타임 2년째였던 2017년 구단 최초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하면서 기대에 부응했다. 

박건우는 "누구보다 감독님께 감사하다. 올해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를 키워주신 분은 감독님이다. 감독님께서 안 계셨으면 이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다. 감독님 표현이 조금 가끔 무섭기도 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있지만 결국에 되돌아보면 감독님 말이 다 맞더라. 정말 감사한 분이다. 감독님 덕분에 박건우라는 존재를 알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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