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안재석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진짜 두산은 미러클이 맞는 것 같아요. 정말 놀라고 소름 돋을 때도 몇 번 있었어요."

두산 베어스 20살 막내 안재석과 최승용의 생생한 '미러클' 경험담이다. 2021년 1차지명 내야수 안재석과 2차 2라운드 왼손 투수 최승용은 입단 첫해부터 KBO 구단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영광의 순간을 함께했다. 4위로 가을 야구를 시작해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하는 과정을 두 눈에 가득 담았다. 비록 결말은 4전 전패 준우승이었지만, 막내들은 두산 유니폼을 입은 자부심을 충분히 느끼고 시즌을 마무리했다. 

안재석은 "후반기부터 계속 느꼈다. 갑자기 치고 올라가고,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외국인 투수 미란다와 로켓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도 기적 같았다. 정말 놀라고, 소름 돋을 때도 몇 번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최승용 역시 "훈련이 달라졌다거나 코치님들이 무슨 이야기를 해주신 것도 아닌데, 가을이 되니까 신기하게 선배들께서 더 잘하더라. 이게 진짜 '미러클 두산'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구나. 가을에 갑자기 더 잘하게 되는 게 옆에서 보니까 진짜 신기하더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 두산 베어스 최승용 ⓒ 두산 베어스
◆ 암흑기 아닌 미러클을 배웠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암흑기를 예상한 이들이 더 많았다. 리그 최정상급 원투펀치 라울 알칸타라(한신), 크리스 플렉센(시애틀)과 재계약에 실패했고, 중심타자 오재일(삼성)과 최주환(SSG)이 FA 이적했다. 내야진은 양석환(1루수), 박계범(유격수), 강승호(2루수) 등 다른 팀에서 백업으로 지내던 선수들을 데려와 주전으로 키워야 하는 상황이었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도 올해는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졌다. 

예상대로 두산은 전반기 성적 36승39패로 7위까지 떨어졌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이 겹친 탓이었다. 후반기부터 조금씩 판을 바꿨다. 아리엘 미란다-워커 로켓-최원준-곽빈 등 선발진이 안정적으로 돌아갔고, 김재환-박건우-양석환-페르난데스-정수빈 등 주축 타자들의 타격감이 동시에 올라왔다. 두산은 후반기 35승26패8무로 1위에 오르며 최종 순위 4위로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 신인 육성이 포함됐다. 안재석은 '차기 유격수'로 평가받으며 데뷔 첫해 1군 붙박이 백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정규시즌 96경기에 나서 타율 0.255(200타수 51안타), OPS 0.662, 2홈런, 14타점을 기록했다. 144경기 시즌은 처음이라 체력 부담 속에 초반에 호평받던 수비까지 흔들리기도 했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막내는 뭘 해도 괜찮다"며 끝까지 믿어줬다.    

최승용은 후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었다. 2군 평가가 워낙 좋았다. 입단 때 시속 140km 초반대였던 직구 구속이 2군에서 훈련하면서 145km까지 올라왔고, 1군에 온 뒤에는 148km까지 올랐다. 베테랑 이현승을 제외하면 왼손 불펜이 없었기에 김 감독은 최승용을 불러올려 여러 상황에 내보냈다.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를 시작으로 조금씩 팽팽한 상황에 내보냈다. 최승용은 15경기에서 2홀드, 18⅓이닝, 평균자책점 3.93을 기록하고 포스트시즌 엔트리까지 승선했다. 

포스트시즌 무대에서도 김 감독은 둘을 충분히 활용했다. 안재석은 시즌 막바지 수비에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있어 큰 경기에 내보내기는 무리가 있었지만, 대타로 쓰임은 쏠쏠했다. 4타수 2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최승용은 7경기, 3⅔이닝 2실점(1자책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 과정에서 막내들은 암흑기가 아닌 미러클을 배웠다. 최승용은 "다들 올해는 재정비의 시간이 될 거라고 그랬지만,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정말 놀랐다. 명문 구단이라고 느꼈다"고 강조했다.

▲ 안재석은 올해 팀에 적응해야 할 때 도움을 많이 준 선배 가운데 하나로 허경민(가운데)을 꼽았다. ⓒ 두산 베어스
◆ 가을 DNA를 심었다 

막내들에게 주어진 몫은 크지 않았지만, 선배들의 가을 DNA를 충분히 체감했다. 

안재석은 "선배들이 항상 포스트시즌 전에 '144경기 중에 한 경기라고 생각하라'고 해서 마음 편하게 대타로 들어갔다. 막상 타석에 서면 (정규시즌보다) 조금 더 흥분도 되고 긴장도 되는데, 나는 그게 더 좋았다.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한 것만으로도 값졌다"고 했다. 

이어 "단기전에 체력 소모가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장기 레이스랑 달랐다. 코치님들도 형들도 벤치 분위기가 달랐다. 한 시리즈 시작할 때마다 한번씩 모여서 '져도 재미있게 하자'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최승용은 "잘 던질 때도 못 던질 때도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다 경험이라고 믿고 내보내 주셔서 감사하다. 선배들이랑 같이 포스트시즌에 뛴 것만으로 영광이었다. 한국시리즈라고 해서 크게 다른 느낌은 없었다. 똑같이 또 하나의 경기라고 생각하고 던졌다"고 되돌아봤다. 

최승용은 kt와 한국시리즈 3차전 0-3으로 벌어진 7회초 2사 1루 위기에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해 강백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을 최고로 꼽았다. 그는 "경기는 졌지만(1-3 패), 그래도 내가 잘해서 기분은 좋았던 것 같다"고 답하며 웃었다. 

끝까지 박수를 보낸 팬들의 응원은 다음 가을을 꿈꾸게 하는 자양분이 됐다. 안재석은 "나도 그동안 응원하는 팬 중에 한 명으로 밖에서만 두산을 지켜봤었다. 야구장까지 오셔서 끝나고 '수고하셨어요'라고 소리질러 주시는 것을 보면서 '와 이게 두산인가' 이런 생각을 했다. 감동 받았다"고 했다.

▲ 최승용은 베테랑 좌완 이현승이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설 때는 첫 타자를 무조건 잡아야 한다'고 강조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두산 베어스
◆ 이제는 미러클의 주역을 꿈꾼다

기적과 같은 첫 가을을 경험한 뒤 안재석과 최승용의 꿈은 자연히 조금 더 커졌다. 벤치와 불펜이 아닌 그라운드와 마운드에서 미러클의 주역이 되는 날을 그렸다. 올해에 만족하지 않고 벌써 겨울에 보완할 것들을 정리해뒀다. 

안재석은 "사실 하나도 만족스러운 게 없는 시즌이었다. 잘한 것보다는 못 한 기억이 더 많다. 특히 수비를 확실히 보완해서 내년에 확실하게 더 잘하고 싶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영상 보면 다리도 안 움직이고 여름에 보면 눈도 풀려 있더라. 지친 것도 있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던 것 같다. 몇 번 공을 놓치면서 트라우마도 남았던 것 같다. 몇 번 놓치고, 교체되고 하면서 위축됐던 것 같다. 다음 시즌에는 수비를 보완해서 안정감 있는 수비수로 보이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최승용은 "올해는 신인이라서 상대 타자들도 처음 보는 투수라 치기 힘들었던 것 같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더 발전해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확실한 변화구가 없는 것 같아서 체인지업 등 변화구를 더 완벽하게 다듬으려고 생각하고 있다. 내년에 바로 선발을 꿰차는 것은 힘들겠지만, 대체 선발투수로 한번씩 기회가 온다면 잡아서 팀에 올해보다는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 올해 우승 반지를 한 번 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웃음). 나중에 내가 더 잘할 때 내가 주축 선수가 돼서 반지를 껴 보겠다"고 당찬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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