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여운은 아직 그대로다. 구단 사상 처음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한 kt 위즈 선수들은 쉽게 단잠에서 깨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눈치다.
kt의 미소로 끝난 이번 한국시리즈는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7)의 MVP 등극과 맏형 유한준(40)의 분전 그리고 황재균(34)을 비롯한 많은 선수들의 눈물까지…. 2015년 1군 진입 후 3년 연속 최하위로 출발해 숱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정상 등극의 감격을 맛본 이들은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통합우승을 자축했다.
숨겨둔 이야기도 있었다. 바로 ‘우승팀 막둥이’ 소형준(20)의 한국시리즈 막간 외도다.
지난해 데뷔와 함께 kt의 선발진을 지킨 소형준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한국시리즈 2차전 선발투수로 나와 6이닝 3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호투하고 6-1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kt는 남은 3차전과 4차전도 모두 따내며 두산 베어스를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kt 막내 우완투수가 생애 첫 한국시리즈 마운드를 밟은 날은 15일이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16일 소형준이 잠시 머문 곳은 고척스카이돔이 아닌 목동구장이었다.
유신고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함이었다. 이날 유신고는 덕수고와 제49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을 치렀다. 소형준은 한국시리즈가 한창인 시점이라 결승전 관람을 고심했지만, 잠시 짬을 내 휴식일 나들이를 택했다.
이날 목동구장에서 만난 소형준은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잠시 들렀다. 다행히 숙소와 목동구장 거리가 멀지 않아서 오게 됐다”면서 “원래는 같은 유신고 출신인 유한준 선배와도 함께 들를 계획이었지만, 피곤하셨는지 나만 가라고 하셨다”고 웃었다.
소형준의 깜짝 방문은 유신고 선수들에게 크나큰 응원이 됐다. 은사인 이성열(66) 감독부터 코칭스태프 그리고 후배들 모두 밝은 미소로 소형준을 환영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고교 시절 소형준을 기른 이 감독은 평소 성격처럼 제자를 곤란하게 하는 꾸중 같은 칭찬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나온 박경수의 호수비를 떠올리며 “박경수가 너를 살려줬다. 그 수비 아니었다면 정말 힘든 경기가 됐을 것이다”며 웃었다. 이어 “확실히 어릴 때부터 큰 경기를 많이 치러본 티가 나더라. 이제 너는 임무를 다했다. 이제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웨이트트레이닝을 더 하면서 체력을 기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사령탑이 자리를 떠나자 이번에는 소형준과 함께 뛰었던 3학년 후배들이 다가왔다. 소형준의 졸업반 시절 신입생으로 입학했던 박영현(18)과 이상우(18), 김병준(18), 박치성(18)이 모처럼 만난 선배와 담소를 나눴다. 특히 박영현과 이상우, 김병준은 2022년도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두 kt의 지명을 받아 반가움이 더했다.
박영현은 “한국시리즈 경기가 떨리지 않았느냐”면서 “프로 무대는 어떤지 궁금하다. 또, 1년을 풀로 뛰어야 하는데 체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도 들어보고 싶다”며 궁금증을 나타냈다.
후배들의 질문을 접한 소형준은 귀찮은 표정을 짓더니 이윽고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선배로서의 자세를 뽐냈다.
다른 동기들과 달리 이날 경기를 뛰지 않고 소형준과 함께 관전한 포수 박치성은 “(소)형준이 형은 고등학교 때부터 차원이 다른 투수였다. 공을 받아보면 손이 아릴 정도였다”면서 “후배들을 위한 마음도 남달랐다. 툴툴거리는 듯하면서도 동생들을 잘 챙겨줬다. 오늘 결승전 응원도 감동이었다”고 화답했다.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이야기꽃을 피운 소형준은 이내 눈길을 그라운드로 돌렸다. 후배들의 우승을 기원하면서였다. 위력적인 투구와 빼어난 수비, 귀중한 득점이 나올 때면 박수도 아끼지 않았다. 다만 이날 경기가 늦어지면서 소형준은 마지막까지 결승전은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유신고는 5-3으로 앞선 9회초 4점을 내주면서 아쉽게 준우승을 기록했다.
비록 모교는 마지막 무대에서 웃지 못했지만, 소형준은 생애 처음으로 통합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kt가 이튿날 3차전과 4차전에서 내리 승리를 챙기면서 막내 소형준도 선배들과 함께 환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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