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 우완투수 이승헌이 아쉬웠던 올 시즌을 되돌아봤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기대감이 가득했다. 지난해 후반기 보여준 구위라면, 내심 10승도 노려볼 만했다. 그러나 마주한 현실은 달랐다. 1승조차 거두기 쉽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이승헌(23)은 “내 자신에게 기대가 컸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기대한 만큼 구위가 나오지 않았고, 그러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 나도 모르게 위축이 됐다”고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봤다.

이승헌의 이야기는 2020년부터 시작한다.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첫 선발 등판이었던 5월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강습타구를 맞아 머리를 크게 다쳤다. 심각했던 부상. 몸과 마음을 모두 치료하는 데만 석 달이 넘게 걸렸다.

9월 말 마운드로 돌아온 이승헌은 예상 밖 호투를 펼쳤다. 7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선발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무엇보다 부상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시속 150㎞ 안팎의 직구를 거리낌 없이 뿌리는 대목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렇게 이승헌은 2021년 롯데의 선발 로테이션 경쟁으로 뛰어들었다. 당초 예상은 4~5선발 투입. 그러나 첫 경기였던 4월 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3⅓이닝 5피안타 6볼넷 3사구 3실점으로 흔들리더니 이후에도 좀처럼 만족스러운 투구가 나오지 않았다.

부상 악몽도 다시 찾아왔다. 6월 손가락 염증이 도졌다. 처음에는 간단한 부상이라고 생각했지만, 마운드로 복귀하기까지는 또 석 달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승헌은 “오른손 가운뎃손가락이 문제였다. 염증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창 공을 던져야 할 시점이었는데 그러지 못해 너무나 아쉬웠다”고 말했다.

부진과 부상으로 고생하던 이승헌은 결국 올 시즌을 0승으로 마쳤다. 최종 성적은 16경기 3패 평균자책점 5.77(57⅔이닝 37자책점). 개막 전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숫자였다. 이승헌은 “1승도 못할 줄은 몰랐다”면서 멋쩍게 웃고는 “후회가 많이 된다. 내가 더 잘했으면 롯데가 가을야구 싸움에서 더 좋은 결과 나왔으리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 롯데 우완투수 이승헌.
그래도 기분 좋은 기억도 있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한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큰 2021년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우완투수 나균안(23)의 성공적 변신 그리고 입단 동기 김도규(23)의 활약이 뿌듯했던 이승헌이었다.

이승헌은 “(나)균안이는 중학교 때부터 볼이 최고였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균안이보다 좋은 포수가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투수를 그만두고 포수로 뛴 케이스였다. 이제는 다시 투수로 돌아와서 좋은 공을 던지게 돼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김)도규는 군대를 다녀와서 스피드가 많이 올라왔다. 이제는 동료들이 믿고 볼 수 있는 투수가 됐다”고 친구들 칭찬을 잊지 않았다.

이승헌의 개인 모바일메신저에는 “지나간 일은 걱정하지 말고 다가올 일을 기대하자”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승헌은 “올 시즌 많은 공을 던지지 못해서 아쉬움이 크다. 목마름이라고 할까. 내년에는 부상 없이 100이닝부터 채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리고는 다시 상동구장 불펜으로 돌아가 힘껏 공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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