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박이 2루수로 출전 기회를 늘릴 수 있었지만 타격 성적이 추락하면서 FA를 앞두고 가치를 높이지 못했다. 설상가상 FA 등급은 B에서 A로 올라가 시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강점 하나가 사라졌다.
주도권이 LG로 넘어간 상황이지만 원 소속팀 LG도 마냥 지연술을 쓰기는 어려울 수 있다. 내부에 서건창보다 더 나은 2루수가 있는지 자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후반기 내내 부진했다. OPS는 전반기 정주현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건창이 기대에 못 미친 것은 분명하지만 이대로라면 LG의 취약 포지션은 계속 2루가 된다. 류지현 감독은 "계약 문제는 구단이 할 일"이라면서도 "그런 유형의, 끈질기고 투수를 어렵게 만드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필요한 선수라고 본다"고 했다.
서건창은 LG 유니폼을 입은 뒤의 성적을 포함해도 최근 3년간 출루율이 0.379로 규정이닝 타자 31명 가운데 10위다. LG에서는 김현수만 0.381로 서건창보다 높은 3년간 출루율을 기록했다.
출루율 0.379는 지난 3년간 1000타석 이상 타자 68명 중에서도 16위로 상위권에 속한다. LG가 후반기 자체진단한 원인대로 갑자기 늘어난 수비 이닝이 문제였다면 기용 방식을 조절하면서 서건창의 출루율을 최대치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렇게 서건창의 기량을 100% 끌어낸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백업 2루수가 서건창과 거의 대등한 수준의 수비 이닝을 나눠 가져야 하는데, 백업 2루수가 나온 경기에서 떨어지는 출루율을 만회할 방법이 필요하다.
동시에 외국인 타자의 포지션 문제, 김현수 등 외야수들의 지명타자 로테이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서건창이 900이닝 이상 2루수로 뛰면서 지난해 수준의 출루율만 기록하더라도 고민은 해결되겠지만, LG는 올해 막연하게 커리어만 믿다 한 시즌을 그르쳤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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