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국해성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만감이 교차했죠. 14년 동안 한 팀에 있었으니까요."

두산 베어스 국해성(32)은 22일 힘겨운 한 걸음을 내디뎠다. KBO에 퓨처스리그 FA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기로 했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8년 육성선수로 시작해 14년 동안 프로 무대에서 뛰면서 두산 아닌 유니폼은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올해 처음 시행되는 제도인 만큼 꼼꼼히 알아보고 고심 끝에 마음을 정했다. 

KBO는 이번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2차 드래프트 제도를 폐지하고 퓨처스리그 FA 제도를 신설했다. 1군 무대에 설 일이 적었던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각 구단에는 전력 보강 기회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소속, 육성, 군보류, 육성군보류 선수로 KBO 리그 등록일이 60일 이하인 시즌이 통산 7시즌 이상인 선수가 해당되는데 국해성은 11시즌이 인정됐다. 자격 대상자 14명 가운데 최장 인정 연수다. 

그만큼 고생한 시간이 길었다는 뜻이다. 국해성은 우투양타 외야수로 장타력을 갖춘 유망주였다. 2016년 1군 58경기에서 타율 0.278(151타수 42안타), 4홈런, 24타점을 기록하며 조금씩 빛을 보기 시작했고, 주로 대타로 기용되며 1군 백업 생활을 이어 갔다. 

한 단계 도약하려고 하면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우익수 민병헌(현 은퇴)이 롯데 자이언츠로 FA 이적했을 때가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국해성은 14경기에서 타율 0.333(24타수 8안타)로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었지만, 그해 5월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왼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돼 수술대에 올랐다. 무릎 재활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김인태가 성장해 4번째 외야수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고, 올해는 1군 4경기밖에 나서지 못한 상황에서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아 시즌을 접었다.    

스스로 아쉬움도 크지만, 구단에 그동안 도움이 못 됐다는 마음이 더 컸다. FA 신청서를 내면서 끝까지 망설였던 이유다. 국해성은 "14년 동안 한 팀에 있었고, 자주 아파서 팀에 솔직히 큰 도움이 안 됐다. 할 만하다 싶으면 다쳐서, 그런 선수인 걸 내가 잘 아니까 선뜻 FA를 신청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동안 구단에 고마운 마음도 정말 컸기에 고민을 많이 했다. 지금도 구단에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밝혔다. 

후배들은 국해성의 용기에 응원을 보냈다. 국해성은 "신청한다고 했을 때 2군에서 같이 뛴 동생들이 '잘됐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주더라. 다음에 자격을 얻는 후배들도 있으니까. 후배들을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좋은 본보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진심을 표현했다. 

현재 몸 상태는 좋다. 국해성은 "팔은 배팅 훈련도 진행했고, 캐치볼도 60~70m 정도까지는 했다. 다음 시즌 시작에 맞춰 준비하는 데는 전혀 무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퓨처스리그 FA 선수들은 승인 선수 공시 다음 날인 27일부터 1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할 수 있다. 각 구단은 타 구단 소속 퓨처스리그 FA를 3명까지 계약할 수 있고, 계약한 구단은 원소속팀에 선수의 직전 시즌 연봉의 10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국해성의 올해 연봉은 5000만원이었다. 

올겨울에는 김재환, 김현수, 나성범, 박건우, 손아섭, 박해민 등 리그 정상급 외야수들이 동시에 시장에 나온다. 어느 해보다 FA 외야수들의 동향이 예측 불가다. 이들의 움직임이 국해성의 행선지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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