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학주 .ⓒ 스포티비뉴스 DB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시작은 배려였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이 정도면 불편한 동행이다. 삼성 라이온즈와 이학주 이야기다. 

삼성은 시즌이 끝나고 팬들과 함께하는 자선 행사를 마련했다. 오는 27일과 28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2021 발로차 러브 데이'를 준비했다며 지난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오승환, 우규민 주축 선수들을 시작으로 대부분 선수가 나서는 대형 구단 행사였다.

삼성은 최근 팬서비스에 눈을 뜨고 있는 구단이다. 퓨처스리그 선수를 포함해 많은 선수가 나서는 행사를 준비했다. 그러나 이학주 이름은 없었다.

문제는 23일 터졌다. 양준혁자선야구대회가 다음 달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다는 보도자료가 나왔다. 자선야구대회 선수 명단에는 탬파베이 레이스 최지만,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박효준 등 메이저리거들을 포함해 각 구단 주요 선수들이 등장했다. 거기에 이학주 이름이 나왔다. 논란은 커졌다.

논란의 요지는 '구단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선수가 다른 자선 야구 행사에 참석한다'는 것. 이학주는 자신이 속한 팀 행사는 뒷전이고, 장외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이 됐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스포티비뉴스 취재 결과 삼성이 이학주에게 행사 참여 여부를 묻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구단 나름 배려였다. 경기 내외적으로 힘든 이학주에게 구단 행사 참석을 권유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 배려가 불씨가 됐다. 구단 행사 참석 명단에 이름이 없는데, 외부 행사 참석 명단에 이름 등장하며 사태가 커졌다.

대개 자선야구대회 등의 외부 행사 섭외는 구단을 통하지 않고 선수 개인에게 직접 간다. 비활동기간 행사기 때문에 구단이 참석 여부를 강제하기 어렵다. 자선야구대회 섭외가 이학주에게 갔고, 이학주는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학주는 최근 2~3년에 걸쳐 삼성 구단 논란의 중심이다. 데뷔 시즌 경기를 끝내는 결정적인 타격을 보여줬다. 중독성 강한 응원가가 더해져 이학주를 향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그러나 2020년과 2021년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하였다. 타격은 무너졌고, 수비에서도 실책이 잦았다. 올해 훈련 지각 문제까지 불거져 '워크 에식' 부족 이야기가 나왔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이학주에게 "기본"을 강조하며 이학주가 준비되지 않으면 1군에 부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끝내 이학주는 1군에 올라오지 못하고 올 시즌을 마쳤다. 현재는 이학주 관련 트레이드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러 상황이 얽혀 있는 가운데 구단 행사에서 이학주 빠진 명단이 보도자료로 나갔다. 삼성은 "구단은 현재 이학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해명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이학주 이야기를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정중한 인터뷰 거절이 돌아와 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없었다.

삼성은 지금이라도 이학주를 명단에 추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삼성은 구단 행사에 이학주 참여 요청을 위해 움직일 계획이 없다. 그리고 이미 김이 샜다.

이학주 트레이드설에 대한 취재를 하면 삼성은 "전력 외 아닌 우리 선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소통 없는 배려가 의도와 달리 독이 됐다. 구단과 '우리 선수'의 거리는 더 멀어지는 듯하다.
▲ 이학주 ⓒ곽혜미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