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리그의 새로운 맏형이 된 1982년생 오승환과 추신수, 이대호(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올 시즌 통합우승을 차지한 kt 위즈는 24일 아쉬운 소식을 하나 알렸다. 베테랑 외야수 유한준(40)의 현역 은퇴였다.

유한준은 이날 구단을 통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감사한 마음으로 알리게 돼 기쁘다. 선수로서 가장 행복한 마무리를 맞이하게 됐다. 성장을 도와주신 지도자들과 함께 땀 흘렸던 동료 선수들, 그리고 언제나 열정적인 성원과 사랑으로 힘이 돼주신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정상에서 택한 마무리다. 2004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유한준은 2016년 kt로 이적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신생팀에서 부드러운 형님 리더십을 발휘하며 동생들을 이끌었다.

그리고 올 시즌 유한준은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맛봤다. 104경기 타율 0.309 5홈런 42타점 30득점을 기록하고 kt의 사상 첫 페넌트레이스 정상 등극을 도운 뒤 한국시리즈에서도 4번타자로서 자기 몫을 다하며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마흔의 나이로 생애 첫 감격을 맛본 최고령 야수의 마지막 선택은 은퇴였다. 이미 한국시리즈 기자회견에서 이번 무대가 마지막임을 조심스레 암시한 유한준은 이로써 18년의 프로 생활을 뒤로하고 프런트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됐다.

유한준의 은퇴로 이제 KBO리그 맏형 지형도도 변화를 맞았다. 앞서 롯데 자이언츠 플레잉코치로 뛰던 1980년생 송승준(41)이 현역 유니폼을 벗기로 한 가운데 유한준 그리고 같은 1981년생인 LG 트윈스 포수 이성우(40)가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현역 최고령 투수와 야수들이 모두 퇴장하게 됐다.

1980년생과 1981년생의 연이은 은퇴로 KBO리그 최고령 타이틀은 바로 아래 동생들에게 넘어갔다. 이른바 프로야구 황금세대로 불리는 1982년생이다.

▲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택한 1981년생 유한준(왼쪽)과 이성우. ⓒ곽혜미 기자
KBO리그에서 1982년생은 특별한 존재다. 프로야구 원년 태어나 어릴 적 초창기 슈퍼스타들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고, 2000년대 들어 나란히 데뷔해 한국야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

면면도 화려하다. 이대호와 추신수, 오승환, 김태균, 정근우, 김강민, 채태인, 정상호(이상 39) 등 2000년대와 2010년대 국내외 그라운드를 주름잡은 선수들이 모두 동갑내기 친구들이다.

그러나 이들에게도 영원한 동행은 없었다. 30대 후반 나이로 접어들면서 세월의 무게를 실감했고, 하나둘 현역 유니폼을 벗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도 김태균과 정근우가 동반 은퇴하는 등 이별이 계속됐다.

물론 모두가 떠나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그라운드에서 후배들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는 이들이 있다. 롯데 이대호와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 그리고 SSG 랜더스 추신수, 김강민이 주인공이다.

넷 모두 올 시즌 나이를 잊은 시간을 보냈다. 먼저 이대호는 19개의 홈런을 때려냈고, 오승환은 44세이브를 거두고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 추신수와 김강민도 SSG의 외야를 나눠 책임지며 후배들에게 귀감이 됐다.

KBO리그를 비롯해 일본프로야구와 메이저리그 그리고 각종 국가대표 무대에서 활약했던 1982년생은 형들의 은퇴로 이제 한국야구의 맏형으로 자리매김한다. 6월 21일생인 이대호가 최고령 타이틀을 가져간 가운데, 각각 7월 13일과 7월 15일 태어난 추신수와 오승환이 뒤를 잇고, 9월 13일생인 김강민이 맏형 라인을 완성하게 됐다.

물론 이들의 동행도 영원할 수는 없다. 이미 이대호가 내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고, 다른 친구들 역시 조심스럽게 마지막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중심을 지킨 1982년생 황금세대가 여전한 기량으로 맞이하는 맏형의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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