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우림. 제공|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밴드 자우림이 약 3년 5개월 만에 정규 11집 '영원한 사랑'을 들고 돌아왔다. 더 진하고 짙어진 음악의 향취를 품고, 25년이 지나도 변치 않은 감정의 각을 세우고, 위로하고 공감하며 찾아왔다.

자우림은 지난해 11월 이 앨범을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면서, 멤버들의 논의 끝에 "지금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김윤아는 "앨범이 전체적으로 어둡고 무거워 지금 이런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옳은 건 아닌 것 같더라"고 했다.

대신 자우림은 지난해 6월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한 EP '올라!'를 발표했고, 짙은 어둠의 낱실과 외로움의 씨실로 엮은 이 앨범은 1년을 미룬 끝에 26일 마침내 음악 팬들을 만나게 됐다.

김윤아는 "지금 우리가 약간은 희망을 보기 시작했지 않나. 이제 조금은 빛이 보이기 시작하는 길에 서 있으니까 이제는 이 이야기를 해도, 이 음악을 던져도 민폐는 아니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도 "이 시점에 이 앨범이 여러분들께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음악은 음악일 뿐이고, 다만 여러분들이 이 음악을 너무 마음에 비수처럼 받아들이지 않으실 때라고 생각해서 지금 발매를 결정했다"고 했다.

자우림의 정규 11집에는 '페이드 어웨이'를 시작으로 김윤아가 김진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쓴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까지 12곡이 꽉 들어찼다. 디지털 싱글과 미니앨범이 주류를 이루는 가요계에서, 25년차 밴드가 옹골찬 정규 11집을 발표하고야 마는 고집은 반갑고 기쁘다.

자우림 멤버들은 "1번 트랙부터 12번 트랙까지 서사적인 흐름이 있기 때문에 꼭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옛날 밴드들이나 하던 짓일 수도 있지만 곡 사이의 소리, 순서를 배치하는 것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영원한 사랑'에 담긴 곡들은 역설적으로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고, 그래서 오늘은 더 소중하다는 생각에서 뻗어나오는 가지들을 노래한 것처럼 보인다. 타이틀곡 '스테이 위드 미'는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누군가의 불안해서 바스러질 것 같은 사랑이야기이고, '빼옹빼옹' 역시 내일 당장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살아 있는 동안엔 춤을 추어야 한다'는 가사가 등장한다. '다다다', '샌디 비치', '잎새에 적은 노래'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다.

어두운 멜로디를 타고 흘러나오는 정반대의 희망적 역설은 그래서 더 큰 위로를 준다. 김윤아는 "저희는 기본적으로 자우림 음악은 저희가 좋으라고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좋아하는 음악을 위해서 노력했다는 점이 의도한 점"이라고 했다.

이어 "이 음반을 완성했을 때 정말 뭐랄까, 충족되는 게 있었다. 좋은 걸 완성했다, 우리가 해냈다는 느낌이 있었다"며 "서로에 대한 우정과 사랑을 확인, 자우림 만세, 자우림 최고, 이런 느낌이 있었는데 팬분들이 저희와 같은 걸 느껴주신다면 행복할 것 같다"고 웃었다.

자우림은 25년간 청춘이 꾸준히 위로받은 음악을 선사해왔다. 자우림이 청춘을 위로하겠다는 의도를 가지지 않았을지언정, 청춘들은 이들의 음악에서 위로받았다. 밟고 밟히는 1호선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하는 상상을 해보고, 이별 앞에 '미안해 널 미워해'를 주문처럼 외워보기도 했으리라. 자우림은 그렇게 90년대에도 2020년대에도 '청춘'이라는 이들의 감수성을 대변하고 있다.

▲ 자우림. 제공| 인터파크엔터테인먼트
김윤아는 "자우림 음악의 주인공은 언제나 늘 청년이었다. 늘 같은 사람인데,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모르겠고, 연령도 잘 모르겠지만 청년이라고 불릴 수 있는 사람"이라며 "마음 속에 갈등이 있고 갈증이 있는 사람이라서 그 사람을 중심으로 노래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 개인 작업을 할 때와 자우림 음악을 작업할 때 차이를 두는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다. 2021년까지 똑같은 세계를 살아왔는데, 그 세계 안에서 변하기도 하고 변하지 않기도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한 얘기를 계속 만드니까 97년인 사람도 2021년에 청년인 사람도 공감하시는 부분이 어느 정도 생기는 것 같고 그게 자우림의 힘인 것 같다. 세상을 같이 살면서 그런 밴드로 계속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규 11집 '영원한 사랑'은 멤버들의 말에 따르면 색이라면 검붉고, 촉감이라면 벨벳 질감의 앨범이다. 흐름에 귀를 맡기고 전곡을 듣다보면 더욱 농밀해진 자우림의 향기가 온몸을 감싼다.

이선규는 "앨범 낼 때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앨범을 낼 때마다 한두곡 씩은 사랑받는 곡들이 생기고 있다. 오래된 밴드들이 가장 갖기 쉬운 딜레마가 초창기 몇곡 가지고 지금까지도 우려먹는다는 건데, 자우림은 그런 게 싫다. 이번 11집에도 많은 사랑을 받을 것 같은 노래가 있는 것 같다. 굉장히 뿌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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