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신인왕을 놓고 다툰 KIA 이의리(왼쪽)와 롯데 최준용.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언제나 그렇듯 매년 겨울이면 찾아오는 스토브리그의 최대 이슈는 FA 시장이다. 이번 비시즌의 경우 외야수와 포수 등 특정 포지션에서 대어급 선수들이 여럿 나오면서 개장 초반부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올겨울만큼은 연말 시상식을 둘러싼 신경전도 뜨겁다. 최근 흐름과 달리 트로피를 놓고 각축전이 벌어지면서 최종 주인공을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의리-최준용, 신인왕 각축전
일단 페넌트레이스 막판부터 2파전 양상으로 굳어진 신인왕과 최고의 선수를 가리는 MVP 레이스의 결과가 29일 발표된다. 이날 KBO는 한 해를 정리하는 시상식을 서울시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호텔에서 개최한다.

생애 한 번뿐인 신인왕을 놓고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인 이들은 KIA 타이거즈 좌완투수 이의리(19)와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최준용(20)이다.

먼저 올해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곧장 프로로 뛰어든 이의리는 KIA 선발 로테이션을 차지하면서 이름값을 높였다. 140㎞대 중후반의 빠른 공을 앞세운 과감한 정면승부로 올 시즌 신인 돌풍을 주도했다.

무엇보다 전반기 활약상이 두드러졌다. 14경기에서 4승 3패 평균자책점 3.89라는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또, 7월 열린 도쿄올림픽에선 동기생인 롯데 좌완투수 김진욱(19)과 함께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이러한 이의리의 활약으로 독주 체제로 굳어져 가던 신인왕 경쟁 구도. 그러나 후반기 들어 변화가 생겼다. 최준용의 등장 때문이었다.

지난해 데뷔해 29⅔이닝만 소화한 최준용은 신인왕 도전 요건은 갖추고 있었지만,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인상적인 존재감은 뽐내지 못한 터라 경쟁에선 빠진 상태였다. 그런데 도쿄올림픽 이후 무자책점 행진을 이어가며 이의리를 조금씩 압박하더니 20홀드를 채우면서 강력한 기호 2번으로 떠올랐다.

이의리의 최대 강점은 순수 루키 신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꿰차며 안정적인 투구를 보였다는 점이다. 비록 눈으로 보이는 지표(19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3.61)는 2% 부족하지만, 전반기 임팩트가 워낙 강했다는 평가다.

최준용의 무기는 성적(44경기 4승 2패 20홀드 평균자책점 2.85)이다. 또, 순위 싸움이 걸린 후반기 활약이 대단했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물론 이의리와 달리 2년차 영건이라는 점은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 지난해 열린 KBO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KBO
◆미란다-이정후-양의지 등, MVP N파전
신인왕 싸움이 이처럼 이의리-최준용 양강 구도로 펼쳐진 것과 달리 MVP는 여러 명의 후보들이 경쟁을 벌였다. 예년처럼 확실하게 치고 나가는 선수가 없는 터라 표심이 어떻게 갈리느냐가 최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기호 1번은 두산 베어스 외국인투수 아리엘 미란다(32·쿠바)다. 올해 KBO리그 마운드를 처음 밟은 미란다는 28경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3으로 두산의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평균자책점 전체 1위와 다승 공동 4위의 전리품도 함께 챙겼다.

그러나 표심을 사로잡은 능력은 따로 있었다. 바로 탈삼진이다. 미란다는 올해 225개의 탈삼진을 기록해 1984년 고(故) 최동원이 롯데 유니폼을 입고 기록했던 역대 최다 223탈삼진을 뛰어넘었다. 고인을 기리는 최동원상의 수상자 역시 미란다였다.

이처럼 새로운 닥터 K가 KBO리그를 주름잡은 가운데 경쟁자들도 각자의 매력을 앞세워 MVP 도전장을 내밀었다. 먼저 생애 처음으로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한 키움 히어로즈 외야수 이정후(23)가 대표적이다.

이정후는 올 시즌 123경기에서 0.360의 고타율을 기록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또, 1994년 타율 0.393으로 타격왕을 차지했던 아버지 이종범(51)의 뒤를 이어 한미일 최초로 부자 타격왕 탄생이라는 새 역사도 써냈다.

이들을 비롯해 타점 1위(111개)와 장타율 1위(0.581)로 2관왕을 차지한 NC 다이노스 포수 양의지(34), 전체 1위인 44개의 세이브로 베테랑의 힘을 과시한 삼성 라이온즈 우완투수 오승환(39) 그리고 타율 3위(0.347)와 안타 2위(179개), 타점 공동 2위(102개) 등 고른 활약을 펼치며 kt 위즈의 통합우승을 이끈 1루수 강백호(22)도 MVP 후보로 꼽힌다.

번외 싸움도 흥미롭다. 연말에는 KBO 시상식 말고도 언론사와 야구인들이 주관하는 시상식이 계속해 열린다. 신인왕의 경우 최준용이 OB모임인 일구회와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한은회)가 뽑은 올해 최고의 신인으로 이름을 올린 가운데 이정후는 한은회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올겨울 트로피 전쟁의 서막을 알릴 KBO 시상식은 당일 최종 주인공을 발표한다. 당연히, 투표용지를 열어볼 때까지 결과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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