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격수 딕슨 마차도(왼쪽)와 외야수 제라드 호잉.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11월의 마지막 날, KBO는 10개 구단의 2022년도 보류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여기에는 내년 시즌 재계약 의사가 있는 선수들의 이름이 고루 들어있었다.

그러나 보류선수 명단은 곧 ‘이별 선언’과도 같다. 보류선수 제외 대상자도 함께 발표하기 때문이다.

이날 KBO는 10개 구단의 보류선수 명단 제외 선수도 목록도 함께 공시했는데, 여기에는 이미 은퇴를 선언한 kt 위즈 유한준과 LG 트윈스 김용의, 이성우, 롯데 자이언츠 송승준, 민병헌 등과 함께 재계약 의사가 없는 선수들까지 총 44명이 포함됐다.

눈길이 가는 얼굴은 역시 방출 통보를 받은 외국인선수들이다.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 유니폼을 벗기로 한 SSG 랜더스 내야수 로맥 그리고 팔꿈치 부상으로 이미 미국으로 떠난 두산 베어스 우완투수 워커 로켓을 제외하고도 모두 8명의 외국선수들이 보류선수 명단에서 빠졌다.

면면도 화려하다. 올 시즌 도중 kt 유니폼을 입고 통합우승 달성을 도운 외야수 제라드 호잉을 비롯해 삼성 라이온즈 좌완투수 마이크 몽고메리, LG 내야수 저스틴 보어, SSG 우완투수 샘 가빌리오, 롯데 유격수 딕슨 마차도와 우완투수 앤더슨 프랑코, KIA 타이거즈 외야수 프레스턴 터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에르난 페레즈가 둥지에서 나왔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첫째 이유는 역시 부진이다. 많은 기대를 안았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 보어와 우승 청부사로서의 존재감과는 거리가 멀었던 몽고메리 그리고 만족스러운 성적을 보여주지 못한 프랑코와 터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른 케이스도 있다. 어느 정도 성과는 냈지만, 구단의 방향성이 맞지 않아 보류선수에서 제외된 선수들이다.

대표적인 이는 마차도다. 지난해 롯데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로 뛰어든 마차도는 데뷔와 함께 144경기를 모두 뛰며 타율 0.280 12홈런 67타점 79득점으로 활약했다. 또, 올해 역시 134경기 타율 0.279 5홈런 58타점 83득점으로 자기 몫을 다했다.

마차도의 진가는 수비에서 더욱 빛났다. 민첩한 스텝과 안정적인 포구, 깔끔한 송구로 롯데 내야를 책임졌다. 그러나 롯데는 올 시즌 종료 후 마차도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주전 유격수로 도약할 기회를 준다는 명분에서였다.

호잉 역시 아쉬움 속에서 kt 유니폼을 벗게 됐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활약했던 호잉은 잠시 미국으로 떠났다가 8월 조일로 알몬테의 대체 선수로 컴백했다. 그리고 68경기 타율 0.239 11홈런 52타점 32득점을 기록하고 kt의 통합우승을 도왔다.

비록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100%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막판 승부처에서의 활약상이 빼어났다. 최종 순위가 걸린 SSG와 마지막 경기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때려냈고,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선 계속해 5번타자로 나서며 4경기 타율 0.400 1홈런 4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그러나 kt는 공격에서 더욱 묵직한 존재감을 지닌 외국인타자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호잉과 결별을 택했다.

마차도와 호잉은 이미 몇 년간 KBO리그에서 검증을 거쳤다는 점에서 여러 구단들이 눈여겨 볼만하다. 마차도는 최근 국내 무대에서 뛰었던 유격수 중 가장 안정적인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이고, 호잉은 높은 적응력과 성실한 자세를 지녔다는 호평을 받는다. 이들에게 재취업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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