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지 아나운서가 넥타이를 매고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MBC '5MBC 뉴스'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정유진 기자] 여성 아나운서들이 자유로운 스타일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MBC '5MBC 뉴스'에서는 넥타이를 맨 여성 아나운서가 앵커석에 앉았다. 김수지 MBC 아나운서는 쇼트커트 헤어 스타일링을 한 채,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뉴스를 진행했다.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여성 아나운서 이미지와 분명 다른 모습이다. 그간 여성 아나운서는 참하면서 단아한 분위기는 물론, 신뢰감을 주는 지적인 이미지가 필수라는 시선이 많았다. 지상파 채널별로 선호하는 아나운서 이미지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여성 아나운서야말로 '여성은 아름답고 예뻐야 한다'라는 통념에 상당히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남성 아나운서나 앵커들은 외모보다는 전문적인 이미지가 강조돼 왔다. 현재도 대다수 뉴스 프로그램에서 중후한 인상의 남성 앵커와 젊고 아름다운 여성 앵커의 조합을 볼 수 있다.

최근 이러한 금기가 깨지는 모양새다. 여성 아나운서가 안경을 쓰거나, 깔끔한 쇼트커트 헤어 스타일링을 하거나, 넥타이를 매는 등 기존 고정관념이 부숴지고 있다.

임현주 MBC 아나운서는 안경을 착용하고 뉴스를 진행한 국내 최초의 여성 아나운서다. 2018년 여성 앵커 최초로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영국 BBC도 2019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기획 보도에 임현주 아나운서의 안경 착용 사례를 설명했다.

또 임현주 아나운서는 지난해 교양 프로그램에서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채 생방송을 진행해, 주목받기도 했다. 당시 임현주 아나운서는 "언제 어디서건 대부분 브래지어를 하고 생활하던 여성들은 온전히 해방되어 보는 것"이라며 '노브라 챌린지'를 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김수지 아나운서의 쇼트커트와 넥타이 스타일링도 여성 아나운서 이미지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지난해 쇼트커트 헤어 스타일링으로 변신해 시선을 모았다.

여성 아나운서의 커트 헤어 스타일은 이미 익숙하지만, 김수지 아나운서처럼 옆머리와 뒷머리까지 짧게 치는 '투 블록' 스타일의 쇼트커트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머리만 잘랐을 뿐인데, '나는 내 멋대로 잘살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하며 쇼트커트 후기를 전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넥타이를 맨 채 뉴스를 진행해 다시 한번 눈길을 끈다. 김수지 아나운서는 2일 넥타이를 매고 뉴스를 진행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해당 스타일링에 대한 높은 만족도를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 지상파 방송 최초로 여성이 안경을 쓰고 뉴스를 진행해 화제를 모은 임현주 아나운서. MBC 방송화면 캡처

최근 양궁 국가대표 안산, 배우 송지효 등 여성들의 쇼트커트 헤어스타일링이 때아닌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의 쇼트커트를 문제 삼는 이들은 '여성이 여성답지 않아서'를 이유로 든다. 사회적으로 젊은 여성의 이미지가 화장하고, 치마를 입고, 구두를 신고, 긴 머리를 유지하고, 안경 대신 렌즈를 착용하는 등으로 확고하게 일반화됐다는 대목이다.

그런 가운데, 여성 아나운서들의 편견 깨는 스타일링이 기분 좋은 변화라는 목소리가 높다. 임현주 아나운서와 김수지 아나운서가 그간 사회적으로 강요된 여성의 아름다움에 대해 물음표를 던졌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물음표는 최근 나타나는 '탈코르셋' 운동과 비슷한 면이 많다. 여성에게 외적인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시선이 완화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

다음은 임현주 아나운서가 지난해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다.

"아나운서가 되면 행복하고 편안할 줄 알았는데 늘 시달렸어요. 좀 더 젊고 예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나의 가치를 보여줘야 할 것 같은 조급한 마음이 있었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작은 옷에 나의 몸을 맞춰야 하나, 왜 다이어트를 해야 하나. 제가 불편했던 것에 의문을 가졌고, 안경도 노브라도 제가 불편함을 느낀 것에서 항상 시작했어요. 이유가 타당하면 하면 되고, 의문이 들면 '안 하면 안되나' 했던 거죠. 편견을 깨겠다고 의도했다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것, 관심이 있는데 대한 의문을 풀어가는 자연스러운 삶을 꿈꿨던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가는 것 같고요. 스스로 2030 저보다 어린 친구와 저보다 윗세대 사이 연결지점에 있다고 많이 느낍니다. 20대 친구들은 제 취업 영상을 보며 힘을 얻는다고도 하고요. 제 경험을 공유하고, 또 젊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거죠. 아나운서란 목소리를 내는 직업이고, 그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 있다 생각하는 것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내고 싶어요. 여성의 문제도 당연히 그중 하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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