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자욱(왼쪽)-강민호. ⓒ 삼성 라이온즈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암흑기에서 탈출한 삼성 라이온즈가 골든글러브 암흑기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까.

올 시즌 삼성은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골든글러브 후보를 배출했다. 선발투수 데이비드 뷰캐넌, 원태인, 백정현, 마무리투수 오승환이 후보에 올랐다. 포수 강민호, 1루수 오재일, 2루수 김상수, 3루수 이원석, 지명타자 호세 피렐라, 외야수 구자욱, 박해민, 김헌곤이 후보 자격을 갖췄다.

경쟁자들이 쟁쟁하기 때문에 대부분 수상이 쉽지는 않다. 투수 부문에는 시즌 MVP 두산 베어스 아리엘 미란다가 있고, 1루에는 각종 지표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kt 위즈 강백호가 버티고 있다. 삼성 2, 3루 후보들은 냉정하게 각 부문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수상 가능성이 높은 선수는 강민호와 구자욱으로 좁혀진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포수들 가운데 강민호가 3.86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을 기록하며 가장 높다. 한화 이글스 최재훈, LG 트윈스 유강남, kt 위즈 장성우가 뒤를 쫓고 있는데, 최재훈을 제외하고는 차이가 크다. 최재훈과 비교햇을 때 강민호가 홈런, 타점, OPS 부문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비에서는 최재훈이 우위에 있다. WAA(평균 대비 수비 승리 기여도)에서 최재훈이 0.836, 강민호가 0.816를 기록하고 있다. 강민호가 9이닝당 폭투와 패스트볼이 최재훈보다 0.034개 정도 많다. 최재훈보다 약 90이닝 정도 더 많이 뛴 점이 가점이 될 수 있지만, 수비 경쟁력에서는 최재훈에게 밀린다.

강민호는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낫다. 최재훈과 사실상 1-1 대결이다. 구자욱은 강민호보다 어려운 경쟁을 해야 한다. 출루율 1위 홍창기, 타율 1위 이정후, 최다 안타 전준우 등과 경쟁해야 한다. 30홈런 이상을 나란히 친 NC 다이노스 애런 알테어와 나성범도 후보이며 두산 김재환, 박건우도 경쟁자다.

구자욱은 5.01 WAR로 홍창기, 이정후에 이은 부문 3위다. 알테어와 함께 외야수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다. 21세기 들어 구자욱만 가진 기록인 3루타 10개-20홈런 기록도 올해 한번 더 세웠다. 외야 수비에서는 어시스트 9개를 잡으며 KIA 최원준에 이은 2위다. 

그러나 wOBA(가중 출루율) 0.394, wRC+(조정 득점 생산력) 134를 기록하며 외야수만 추린 순위표에서 두 부문 모두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모든 기록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수상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표가 갈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진다면 충분히 수상이 가능하다. 구자욱이 골든글러브를 받게 된다면, 데뷔 후 처음이다.

삼성은 지난 2015년 이후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하다가 올해 정규 시즌 2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암흑기 청산을 알린 신호탄이다. 최근 삼성 골든글러브는 2017년 포수 강민호가 수상했는데, 롯데의 강민호가 삼성으로 이적 후 받은 상이기 때문에 엄밀히 삼성의 골든글러브 수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16년 최형우가 삼성에서 활약한 성적을 바탕으로 KIA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최형우 이후 누구도 골든글러브를 수상하지 못했다.

이번에 수상자가 나오면 최형우 이후 5년 만이다. 2015년 이후 비밀번호 '9-9-6-8-8'을 찍었던 삼성은 올해 정규 시즌 2위,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며 암흑기에서 탈출했다. 강민호 또는 구자욱, 아니면 두 선수가 동시에 수상해 골든글러브 암흑기도 끝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