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와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한 케빈 크론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홈런군단 시즌2’의 초석을 놓은 SSG가 이 프로젝트의 화룡점정을 할 외국인 타자를 영입했다. 몸만 봐도 홈런 타자임을 단숨에 알 수 있는 케빈 크론(28)이 그 주인공이다. 여러 가지 계산이 있었던 영입으로, SSG는 크론이 궁극적으로 해결사 몫을 해주길 바라고 있다.

SSG는 4일 크론과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15만 달러·연봉 60만 달러·인센티브 25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5년간 SSG 유니폼을 입고 인천을 누볐던 제이미 로맥의 은퇴로 새 외국인 타자가 필요했던 SSG는 수많은 타자들을 놓고 고민한 가운데 결국 크론을 선택했다.

사실 로맥의 교체가 내부적으로 결정된 건 은퇴보다 한참 이전이다. 올해 성적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구단 일각에서는 “2020년처럼 후반기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치도 있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전체적인 콘택트가 너무 심각하게 떨어지면서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고, 시즌 막판에는 목 부상까지 겹치며 결국 완주도 실패했다. 이는 로맥의 대체 외국인 타자를 물색할 시간이 비교적 충분했음을 의미한다.

처음에는 타율과 출루율 쪽에 초점을 맞춘 외야수, 그리고 로맥의 자리를 그대로 대체할 수 있는 우타 1루수로 나뉘어 선수를 물색했다. 그러나 외야수 시장이 생각보다 잘 풀리지 않았다. 여기에 코칭스태프 보고 선상까지 올라간 몇몇 선수들은 결격 사유들이 있었다. 부상이 잦았던 선수가 있었고, 도핑 적발 경력이 있었던 선수도 있었다. 

최지훈의 성장세에 높은 출루율을 담보할 수 있는 추신수가 현역 연장을 선택하면서 상대적인 여유도 생겼다. 현장도 중심타선에서 홈런을 칠 수 있는 선수를 원했고, SSG도 우타 1루수 쪽으로 완전히 방향을 잡았다. 지금은 일본 니혼햄에 입단한 레나토 누네스를 1순위로 놓고 영입전에 뛰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누네스가 기본 연봉 160만 달러에 인센티브를 받는 조건으로 입단하면서 100만 달러 상한선에 걸린 SSG의 제안은 휴지조각이 됐다. 

2순위 대안 중 하나가 크론이었다. 크론은 메이저리그 경력은 많지 않지만, 마이너리그를 폭격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트리플A 두 시즌 동안 186경기에 나가 타율 0.319, 60홈런, 20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57을 기록했다. 당시 마이너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였다. 일본에서는 실패했지만, SSG는 이런 크론의 장타력이 팀 홈런 타선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크론이 완전히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는 것을 기다린 뒤 신체검사를 거쳐 최종적으로 영입을 확정했다. 

크론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힘은 장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마지막 스카우팅 리포트인 2019년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 자료를 보면 20-80 스케일에서 파워 부문 60점을 받았다. 리그 평균 이상의 힘으로, 메이저리그에서도 20홈런 이상을 때릴 수 있는 힘으로 평가받은 셈이다. KBO리그를 대표했던 외국인 슬러거들도 사실 마이너리그 리포트에서 파워 60점을 받은 선수가 별로 없다. 제이미 로맥도 이보다 못했다.

▲ 크론은 방향을 가리지 않고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는 능력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MLB.com은 “거구(196㎝·115㎏)의 크론은 신체적으로 명백히 강력하며, 그의 원초적 힘은 어마어마(massive)하다”면서 “신체에 맞는 충분한 파워와 충분한 타격 능력을 갖췄다”고 호평했다. 실제 크론은 헛스윙 비율과 변화구 대처 능력에서 다소 문제는 있지만, 타구를 모든 방향으로 넘겨버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콘택트는 45점으로 리그 평균 아래였지만, 수비(50)와 어깨(55)에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평균이거나 평균 이상의 선수로 평가됐다. 

일본에서 실패했지만 무리한 타격폼 교체가 원인이 됐다는 평가다. 일본에서는 크론의 어퍼스윙을 교정하고자 했고, 이것이 부작용을 일으켰다. 경기 중에도 수없이 코치들에게 불려 다녔다는 로맥의 일본 시절과 흡사하다. 로맥도 한국에서 여유를 찾은 뒤 홈런 타자로 발돋움했고 5년간 팀의 중심 타선을 지켰다. 크론은 내년 만 29세가 되는데, 로맥은 한국에 만 32세에 왔다. 로맥보다 마이너리그 성적이 더 좋으면서 나이도 젊다.

SSG의 상위 타선은 힘과 타격이 어느 정도 조합된 제법 강력한 라인이다. 추신수 최주환 최정 최지훈 등이 타순을 바꿔 위치할 전망이다. 이처럼 주자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힘이 있는 우타 거포인 크론, 그리고 좌타 거포인 한유섬이 버틴다면 상대 마운드는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3할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경기 흐름을 일거에 바꿀 수 있는 해결사. SSG가 크론에게 바라는 이상적인 그림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