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이지 않는 공헌으로 kt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일조한 제라드 호잉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강철 kt 감독은 시즌 초반 선발 라인업을 짤 때마다 고민에 빠졌다. 외국인 타자 조일로 알몬테(32)의 수비력 때문이었다. 주루와 수비보다는 공격을 보고 뽑은 알몬테는 예상대로 수비에서 자주 문제를 일으켰다.

지명타자로 쓰자니 역시 체력 및 포지션 안배를 해줘야 하는 베테랑 유한준이 있었다. 그렇다고 알몬테가 수비에서의 허물을 완전히 잊게 할 정도의 공격력을 갖춘 선수도 아니었다. 알몬테는 퇴출 전까지 60경기에서 타율 0.271, OPS(출루율+장타율) 0.740에 머물렀다. 정교한 타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이 있는 타자도 아니었다.

그때 이강철 감독은 제라드 호잉(32)이 토론토 산하 트리플A팀에서 메이저리그로 승격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궁극적으로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의 타이틀을 거머쥔 이 감독은 “창원 원정 숙소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기사를 봤다. 당시 상황에서 호잉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구단에 영입을 요청했다”고 떠올렸다.

사실 구단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있었다. 이 감독은 공격은 희생하더라도, 수비와 주루가 되는 호잉이 오면 라인업 정리가 간편할 것이라는 복안이 있었다. 현장의 큰 어려움이 사라질 것이라 믿었다. 게다가 시즌 중반에는 좋은 대체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기 어렵다는 걸 현장서도 알고 있었다. 다만 일부에서는 “KBO리그에서 한 번 실패한 선수”라며 난색을 드러내는 이들도 있었다.

그때 이 감독은 ‘영입을 검토해달라’가 아닌, ‘반드시 영입을 해달라’고 강한 어조로 요청했다. 프런트도 현장의 뜻을 받아들였다. 이숭용 단장은 “인센티브 없이 40만 달러를 전액 보장했다”고 이야기했다.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빨리 수용하기 위한 조치였다. 

후반기를 함께했지만, 이제는 팀을 떠난 호잉이다. 그러나 이 감독은 호잉에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이 감독은 “호잉이 기록 이상으로 정말 큰 몫을 해줬다. 호잉 덕에 우승을 했다. 불평 없이 성실하게 뛰어줬다”고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이 감독도 호잉의 재계약이 불가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떠나는 모습을 보며 다소 뭉클하다고도 했다.

단순한 립서비스가 아니었다. 호잉은 공격 지표에서 인상적인 숫자를 남기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수비에서 결정적인 장면들이 더러 있었고,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치지 않았나. 한국시리즈도 그랬다”면서 “우리는 타이브레이커에 간 팀”이라고 했다. 수비·공격에서 한 경기, 반 경기씩을 건져냈던 그 활약이 결국 우승의 밑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아쉽게도 호잉은 떠났고, 이제 새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29)에 기대를 건다. 오프시즌 영입인 만큼 당연히 호잉보다 비싸고(연봉 75만 달러·인센티브 25만 달러, 총액 100만 달러), 기대치도 크다. 이 감독도 라모스를 충분히 검토했다고 말했다. 알몬테와 다르게 수비와 주루에서도 기여할 수 있고, 마이너리그에서 상당한 공격력을 보여줬다. 스위치 히터라는 점도 강점이다.

kt는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미 잊었다. 이 단장은 “우승하고 딱 10분 좋았다”고 웃었다. 내년 구상이 만만치 않음을 농담 섞어 말한 것이다. 이 감독도 전력 유지를 위해 벌써부터 2022년 전력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이 계획에서 라모스는 2021년 대비 확실한 플러스 요소로 잡혀 있다. FA 시장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라모스가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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