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니 쇼헤이가 영어 실력을 알릴 기회를 잃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지난 2019년 1월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는 약 2분 동안의 영어 연설로 미국 언론을 놀라게 했다. 미국에서 한 시즌을 보냈을 뿐인 아시아 출신 선수가 기대 이상의 영어 실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오타니가 영어 연설을 한 자리는 BBWAA(미국야구기자협회) 뉴욕지부가 주최하는 만찬회였다. 2018년 시즌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신인 자격으로 만찬에 참석한 그는 "이렇게 훌륭한 선수들과 함께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다. 오늘 이 자리를 위해 일본에서 와주신 부모님에게도 감사하다"며 "다음에는 치트 시트(커닝 페이퍼) 없이 인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농담까지 던졌다. 

3년이 지나 오타니는 아메리칸리그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BBWAA 소속 아메리칸리그 MVP 투표인단 전원이 오타니에게 1위 표를 던지며 21세기 베이브 루스를 향한 존중을 드러냈다. 오타니는 올해 투수로 9승2패 평균자책점 3.18, 타자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을 기록했다. 많은 미국 언론에서는 오타니가 후반기 고전할 때도 MVP는 기정사실이고, 만장일치 여부가 관건이라고 봤다. 그만큼 놀라운 1년이었다. 

2019년 만찬회를 기억하는 많은 기자들은 이번에도 오타니의 영어 연설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오타니의 영어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내년 1월 30일(한국시간)로 예정됐던 만찬회가 코로나19 재확산, 오미크론 변이 등장으로 전격 취소됐다. 또 메이저리그가 직장폐쇄로 멈춤 상태라는 점도 큰 영향을 끼쳤다. 

BBWAA 뉴욕지부 측은 21일 트위터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내년 1월 만찬을 취소하기로 했다. 2023년 1월 만찬의 전통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MLB.com 양키스 담당 브라이언 호치 기자는 "몇 주 동안 고심했다. 코로나19와 오미크론 변이 확산, 메이저리그 직장폐쇄 탓에 대규모의 행사를 주최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타니는 올해 올스타전을 앞두고 ESPN 소속 해설위원으로부터 '통역이 필요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의 1인자라는 것은 야구 인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들었다. 이 발언에 많은 미국 기자들이 반발했는데, 오타니의 2019년 연설은 그의 영어 실력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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