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K기업은행 김호철 신임 감독(왼쪽)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수원, 김민경 기자] "딸이 이탈리아에서 경기를 봤다는데, 아빠가 여자팀이라고 (성격을) 죽일 필요가 있냐고 하더라고요."

김호철 IBK기업은행 신임 감독은 26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경기를 앞두고 가족의 연락을 받은 이야기를 들려주며 웃었다. 김 감독은 그동안 남자배구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프로팀은 현대캐피탈, 러시앤캐시 드림식스(현 우리카드)를 지휘했고, 남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이 시기 김 감독을 대표하는 수식어는 '호통'과 '카리스마'였다. 그만큼 코트에서 열정적으로 선수들을 지휘했다. 

처음 여자 배구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김 감독은 호통 본능을 잠시 접어뒀다. 여자 선수들이라 조금 더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계산도 있었지만, 쑥대밭이 된 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감독이 먼저 웃으려 했다. IBK기업은행은 올 시즌 세터 조송화의 무단 이탈을 시작으로 내부 불화설이 커지자 서남원 감독을 경질했고, 불화설에 연루된 김사니 코치의 사의도 받아들였다. 조송화는 계약해지를 강행했다. IBK기업은행이 베테랑 김 감독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는 성적도 성적이지만, 노련하게 팀 분위기를 수습해 달라는 당부도 포함돼 있었다. 

코트에서 미소 짓고 격려하며 분위기를 띄우는 김 감독의 모습은 가족에게도 낯설다. 최근 딸 김미나 씨가 김 감독에게 "아빠 여자팀이라고 (성격을) 죽일 필요가 있나. 한번씩은 필요하지 않겠냐"고 조언했다고. 

조금 더 강하게 나가도 괜찮다고 조언한 딸이지만, 선수단의 마음을 얻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 것도 딸이다. 김 감독은 "딸이 선수들한테 일단은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했다. 아빠가 잘 가르치고 못 가르치는 것보다는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대화할 때 언어를 조심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 조심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김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1주일 사이 선수단의 변화와 관련해 "처음에는 선수들이 많이 긴장했더라. 선수들이 혹시나 감독이 선입견을 갖고 대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나는 상관없다. 나랑 어떻게 가는지가 중요하다. 선수들이 그런 점에서는 조금 편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내가 들어가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선수들에게 어떻게 하면 되는지 자신감을 심어준다. 서로 의논하고 노력하고 그런 것을 도와주니까 요즘은 많이 밝아졌다. 미팅 시간에 서로 대화도 잘하고 그런 게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소통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태어나 처음 '마니또'도 해봤다. 선수단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준비한 이벤트였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 산타나와 서로 마니또가 돼 선물을 주고받았다. 김 감독은 산타나가 평소 좋아한다는 스피커와 점퍼, 연말 음악회 티켓 등을 선물했고, 김 감독은 골프화와 장갑을 받았다. 

김 감독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혼났다. 그래도 유쾌하게 마니또 찾기를 하면서 재밌게 했다"고 후기를 들려줬다. 

IBK기업은행은 김 감독이 부임한 뒤로도 5연패 늪에 빠져 있다. 그래도 김 감독이 오면서 수비력이 훨씬 좋아지고 토스나 공격까지 전반적으로 정리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단 분위기도 많이 밝아졌다. 

김 감독은 "여자팀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다. 생각보다 훨씬 더 힘들다. 선수들과 소통할 때나 연습할 때, 지시할 때도 내 목소리를 굉장히 낮춰야 한다. 약간만 톤이 올라가면 선수들이 긴장하는 것 같다"며 힘들어도 당분간은 호통 본능을 잠재우며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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