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8월 출범한 스포츠윤리센터는 조사의 주관자이면서 동시에 조사 대상이 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정형근, 박대현, 배정호 기자] 체육계 인권 보호와 스포츠 비리 근절을 위해 출범한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의 '부끄러운 민낯'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당시 채용 비리 논란을 빚은 인물들이 고위직을 꿰차 조직 내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고, 이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2차 피해'를 호소하는 체육인만 늘고 있다는 내부 목소리까지 터져 나왔다.
 
출범 3년째를 눈앞에 둔 현시점에도 채용 비리 논란은 그칠 기미가 없다. 부정 채용 의혹의 당사자가 자신의 측근 발탁을 위해 공채 심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설립 1년 4개월 지났지만…'채용 비리' 의혹은 나비효과
 
A실장을 둘러싼 부정 채용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A실장은 조국 전 장관과 매우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서울대 한인섭 교수의 제자"라면서 "한 교수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으로 재직하며 조 전 장관 딸의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해 줄 당시 (A실장은) 센터 사무국장이던 인물"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어 "A실장은 이후 한 교수의 부인인 문경란 전 스포츠혁신위원장이 주도해 만든 스포츠윤리센터 실장으로 채용됐다. 그가 스포츠인권 및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너서클의 수혜자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채용 경위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B조사관 역시 '셀프 채용'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추진단 실무지원반에서 근무한 인원 중 한 명으로 공공연히 자신이 면접 예상 질문을 만들었다고 자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 출제자가 시험에 응시해 합격한 꼴'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현 사무국장(전 비리조사실장)도 채용 비리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임용 과정에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나왔다.
 
사무국장은 지난해 7월 8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스포츠윤리센터 비리조사실장에 경력 채용됐다. 당시 면접 점수표를 보면 사무국장은 심사위원 4명에게, 경쟁자 2인은 5명에게 평가를 받았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이 사무국장의 전 직장 동료라 제척·기피 사유라며 빠진 것인데 경쟁자 면접에는 그대로 포함되면서 결과적으로 당락이 바뀌었다.
 
사무국장을 심사한 면접위원 4명만으로 평균을 내면, 사무국장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합격자가 된다. 면접 조건을 동등하게 조정할 경우 합격자가 '뒤바뀌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해당 인사는 지난 2월 비리조사실장에서 사무국장으로 승진했다. 사무국장 공고에 자원해 내부 승진했다. 
 
사무국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지난해 8월 문체부에서 파견된 서기관이 (사무국장직을) 반년가량 맡고 복귀했다. 이후 사무국장 공고가 올라왔다. 외부 인사도 지원 가능한 (개방형) 공모였다"면서 "이미 (비리조사실장인) 나보다 직급이 낮은 팀장 2명이 지원한 상황이었다. 내가 사무국장을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다. 하급자를 하루아침에 상급자로 모실 순 없지 않나. 어쩔 수 없이 지원해 합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설립 과정에서 '채용 비리'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스포츠윤리센터. 이번에는 A실장의 '측근 발탁' 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A실장, 측근 영입 시도까지…'채용 잡음' 현재형
 
설립 때부터 공채 관련 잡음이 생긴 스포츠윤리센터의 채용 비리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A실장은 부정 채용 논란 외에도 측근 영입을 시도하다 불발된 의혹까지 함께 받고 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2020년 2차 채용을 진행했을 때다. 과장급 조사관을 뽑는 채용에서 C가 지원해 면접을 치렀다.
 
A실장은 당시 '아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C에 대한 제척·기피를 했다. 하지만 실제 면접장에서 언동은 제척·기피와 거리가 멀었다. 
 
C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는가 하면 "(센터에) 인권 관련 경력을 지닌 인원이 필요치 않느냐"는 말로 배석한 면접진에게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까지 스포츠윤리센터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제척 기피를 신청하면 아예 질문을 안 해야 한다. 그런데 A실장은 그 기본적인 원칙조차 지키지 않았다. 더욱이 (누가 봐도) 인권 관련 경력을 지닌 지원자는 C밖에 없는데 A실장이 계속 인권 분야에 몸담은 인물이 필요하단 식의 어필을 반복했다"며 편파적인 면접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C는 채용에서 탈락했다. 당시에는 제척·기피에 따라 A실장이 C에게 면접 점수를 주지 않았다. 문제는 올해 진행된 1차 채용에서 다시 불거졌다. C는 이때도 지원서를 냈다. 선발 직무는 조사관으로 동일하나 과장급이 아닌 대리급을 뽑는 채용이었다.
 
A실장은 지난해 채용과 달리 올해는 제척·기피를 신청하지 않았다. 이후 면접에서 C에게 심사위원 최고점을 부여했다. 특정 인물 채용을 한결 더 '노골적으로' 주관했다 볼 수 있는 것이다. C는 재수 끝에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관으로 합격했다.
 
그러나 A실장의 행각은 내부의 반발을 불렀다. 두 차례 채용 과정을 지켜본 다수의 관계자가 문제 제기를 했다. 결국 A실장의 면접전형 점수가 제외됐고, C는 최종 불합격 처리됐다.
 
스포츠윤리센터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지난해 2차 채용 때는 C에 대해 제척 기피를 신청해놓고 올해는 (아예)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직접 면접에 들어가 (C에게) 심사위원 최고점을 줬다. C가 최종 합격했지만 내부 반발로 불합격 처리됐다”면서 “이렇게까지 적극 행동하며 특정 인물을 채용한 것이 측근 발탁이 아니라면 무엇을 (측근 발탁으로) 부를 수 있겠는가. 내부에서는 미수에 그친 채용 비리 사건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 스포츠윤리센터 측이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실에 제출한 '채용 평가 결과 보고서'에는 A실장이 채용의 공정성을 어긴 내용이 적시돼 있다. ⓒ김예지 의원실
스포츠윤리센터가 김예지 의원실에 제출한 ‘채용 평가 결과 보고서’에는 해당 내용이 명확히 적혀 있다. 채용 결과 보고서에는 '내부위원(심사위원5·A실장)은 응시자와 근무 경험은 있으나 동일 직장에서 1년 이상 함께 재직하지는 않아 제척 기피를 신청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평가에선 (제척 기피를) 신청하였으므로 채용의 공정성을 위해 동일하게 면접 점수에서 제외한다'고 적시돼 있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체육계 부정부패, 비리 척결을 목적으로 하는 독립기관이자 유일한 창구로 설립된 스포츠윤리센터가 계속해서 채용 비리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체육계 발전을 위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기관인 만큼 채용 비리 논란이 아닌 능력을 갖춘 인력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채용해 산적해 있는 체육계 비리 조사 업무를 제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국장도 '채용 비리' 연루?…A실장 면접위원으로 강행
 
일각에선 A실장의 미심쩍은 채용 관여에는 사무국장도 연루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무국장은 면접위원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A실장이 C의 면접을 볼 수 있도록 면접위원을 구성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포츠윤리센터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사무국장이 면접진을 구성할 때 A실장이 (2020년 2차 채용에서) 물의를 빚은 사실을 알면서도 면접 참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 (측근 채용) 논란이 커지자 문제를 제기한 내부 직원들은 사무국장에게 정식으로 인사위원회를 열어서 문제를 요결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무국장은 당시 이사장 직무대행과 사건 당사자인 A실장을 불러 단 3명이서 대책 회의를 했고 유야무야 아무런 처벌 없이 넘어갔다“고 말했다. 
 
◆ 'A실장 문제' 제기한 관계자 문책성 발령…논란에 논란 거듭
 
스포티비뉴스 취재 결과 A실장의 행동에 문제를 제기한 한 인사의 '보복성 발령' 정황도 확인됐다. C의 채용이 무산된 이후 본인의 경력과 무관한 팀으로 발령이 난 직원이 생겼다.
   
인권이나 사업 관련 경력이 없는 조사팀장은 인권대응팀장으로, 인권·비리 관련 경력이 없는 경영기획팀장은 조사팀장으로 발령이 났다.
 
그간 커리어와 하등 관계없는 발령 지시에 거부의 뜻을 분명히 밝혔지만 A실장과 사무국장은 “스포츠윤리센터는 순환보직 체제”라는 이유를 들었다. 
 
스포츠윤리센터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명백한) 문책성 발령이라 생각한다. A실장 채용 관여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부분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토로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설립 이후 ‘전문성 부족’을 꾸준히 지적받음에도 ‘순환보직’이라는 이유로 경력과 전혀 관계없는 업무의 팀장직을 맡긴 셈이다. 
 
◆의혹 당사자는 전면 부인…"근거 없는 발목잡기"
 
A실장과 사무국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사무국장은 "보복성 발령이 결코 아니"라며 "출범 1주년이 되는 시점이라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 했다. (발령 지시를 받은 인물은) 사업 추진 능력도 있고 스포츠윤리센터 핵심 부서에서도 근무한 직원이라 (사업 파트로) 가서 성과를 내주길 바랐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입사를 둘러싼 의혹과 승진 논란도 일축했다. 사무국장은 "면접위원으로 누가, 몇 명이 들어왔는지 전혀 기억이 없다. 나에 대해 제척 기피를 한 분이 있다 해서 알아보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더라. (전 직장이 같았다 해도) 근무지가 달랐다"며 고개를 저었다.
 
A실장도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제기한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일 뿐이다. 증거가 없다. 한인섭 교수는 내가 스포츠윤리센터에 지원한 사실을 한참 뒤에나 아셨다. 내가 윤리센터에 지원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부모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 당시 ‘채용 비리’ 논란이 거세게 일자 문체부는 ‘스포츠윤리센터 직원 채용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문체부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추진단 실무지원반장과 실무지원반원에 대해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사무국장과 A실장은 “문체부 감사는 내용 자체를 모른다. 감사실에서 감사를 했다면 설립추진단에 있던 2명이 감사를 받았을 것이다. A실장과 나는 문체부 감사를 직접 받은 적도 없고 감사 결과를 확인한 바도 없다”며 ‘채용 비리’ 논란과 관련해 문체부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A실장은 스포츠 인권 및 행정 관련 경력이 전무하다는 지적에 대해 "스포츠 쪽 경험이라는 게 대체 뭔가. 여기서 느낀 건 '스포츠를 너무 잘 알면 (가해자들에게) 물들 수도 있겠구나'였다. '이게 무슨 문제야' 하며 넘어갈 여지가 오히려 높은 거다. 체육계 관련 경험이 없다는 게, 스포츠 분야 생리를 모른다는 게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항변했다.
 
C를 놓고 불거진 측근 채용 의혹도 "사실무근"이라고 손사래 쳤다. "채용 합격자가 불합격으로 전환된 사례가 없다"며 부인했다. 다만 면접에 참여해 C에게 심사위원 최고점을 줬다는 제보에는 "누구를 얘기하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아꼈다. A실장은 사무국장에게 “채용됐다가 취소된 사례 없죠?”라고 묻는 등 모르쇠로 일관했다.    
 
스포츠윤리센터는 고 최숙현 사망 사건 이후 문체부 스포츠비리신고센터와 대한체육회 클린스포츠센터, 대한장애인체육회 체육인지원센터의 신고 기능을 일원화해 출범한 곳이다. 체육인이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다.
 
하지만 스포츠윤리센터가 설립 취지를 뿌리째 흔드는 채용 비리 논란에 휩싸이면서 내부 동력 상실을 자초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비리의 근절이 아닌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출범 16개월이 지나도록 제구실을 못했다는 뼈아픈 지적이다.
 
출항부터 3년 차를 눈앞에 둔 지금까지, 스포츠윤리센터는 내내 조사의 주관자이면서 동시에 조사 대상이었다. 애초 기대와는 어긋난 걸음이다.
 

<반론보도> 스포츠윤리센터 채용비리 의혹 기사 관련

1. [단독] 공정 외친 스포츠윤리센터의 '민낯'…뒤바뀐 합격자·셀프채용 이어 '측근 발탁' 시도까지('21.12.28)
2. [취재파일] 스포츠윤리센터 '채용 비리' 논란의 나비효과 ('22.1.10)

위 기사에 대해 재단법인 스포츠윤리센터는 "2020.8 이후 직접 실시한 각 채용절차에서 국민권익위원회의 '기타 공직 유관단체 공정채용 실무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였으며, 위법·불법행위는 없었고, 윤리센터 설립 전후의 직원 채용과 관련하여 특정인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 및 부정채용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알려왔습니다. 
 또 윤리센터는 "설립취지에 따라 주어진 업무를 차질없이 수행하고 있다."라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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