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일 흥국생명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으로 팀 연패 탈출에 앞장 선 GS칼텍스 유서연 ⓒKOVO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적어도 이날은, 눈이 한 개 더 달린 듯했다. 시원한 강타를 터뜨리다가도, 갑자기 공을 달래 빈곳에 정확하게 찔러 넣었다. 가끔은 상대 블로커의 손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작지만 현란하고 예상하기 어려운 플레이가 상대를 괴롭혔다.

GS칼텍스는 2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4라운드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로 이기고 3연패를 끊었다. 새해 첫 경기에서 한숨을 돌리며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놨다. 물론 기록지에는 올 시즌 개인 최다 득점(40점)을 퍼부은 외국인 선수 모마의 존재감이 가장 크게 남았다. 그러나 반대편에서 알토란같은 몫을 한 유서연(23)이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경기였다.

이날 유서연은 총 15점을 올렸고, 46.43%의 수준급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는 동안 단 하나의 범실도 하지 않았다. 시원한 스파이크는 물론, 상대 수비의 위치와 블로커의 의도를 읽고 있는 듯한 플레이로 흥국생명의 허를 찔렀다. 세트 초반 승부처에서 강한 면모를 드러내며 흥국생명의 분위기를 갈라놓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수훈이었다.

프로필상으로 신장은 174㎝. 요즘 여자배구에서 그렇게 큰 키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탄탄한 기본기가 출전 시간과 만나 부쩍 성장하는 것이 느껴진다. 스텝이 빠르고 강타를 때릴 수 있는 스윙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시야가 넓어 공·수 모두에서 번쩍이는 플레이들을 해준다. 아직 그 정도 칭호의 완성도를 가졌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구도사’의 조건을 두루 갖췄다.

어찌 보면 살아남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지금의 유서연을 만들었을지 모른다. 유서연은 2일 경기 후 “고등학교 때도 신장이 큰 편은 아니었다. 계속 이런 스타일이었다”고 돌아봤다. 더 키가 큰 친구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남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이 몸에 쌓인 결과가 지금이다. 유서연은 “중간 중간 빈곳이 보일 때가 있다. 토스가 빨리 오든 네트에 붙어 오든 빈곳을 보며 빨리빨리 넣는 것 같다. 때로는 밀어 때린다”면서 “직감이다”고 했다. 

자신도 뭔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재능은 또 있다. 성실하다. 선수들에게 때로는 엄하다고 순순히 인정하는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조차 “평상시에 크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고 웃었다. 다른 취미도 없이 배구만 생각하고 쉬는 시간에는 그냥 잠을 청한다. 차 감독이 “취미라도 하나 만들어라”고 권할 정도다. 그런 유서연을 보는 차 감독의 시선과 목소리도 따뜻하다. 

차 감독은 “배구 IQ는 잘 모르겠지만, (결과가) 성실한 것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가 분명히 있고, 살림꾼을 해야 하는 선수가 있다. (유서연이) 어떻게 보면 중요한 역할을 보이지 않게 하고 있다. 자신감만 떨어지지 않으면 알아서 자기 몫을 하는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주위의 칭찬에도 고개를 흔든다. 유서연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게임 중간중간 나에게 너무 아쉬운 게 많다. 살림꾼 같은 선수가 되는 목표인데,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스스로에게 채찍을 들었다. 시즌 초반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앞섰다”라고도 돌아봤다. 2일 경기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스들이 있었다”고 했다. 조금 더 빠른 공격을 하기 위해 세터 안혜진과 호흡을 계속 가다듬는 중이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건 있다. 부담감은 줄었다고 했다. 유서연은 올 시즌을 앞두고 KGC인삼공사로 이적한 이소영의 공백을 메워야 할 선수다. 대체하기 어려운 선수라는 점에서 알게 모르게 어깨가 무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초반보다는 부담감이 줄었다”고 슬쩍 웃는다. 

유서연은 “경기 중에도 자신에게 아쉬운 게 없는 경기를 해보고 싶다”고 목표를 다졌다. 그리고 “팀을 봄 배구로 가게끔 만들고 싶다”고 당당하게 다짐했다. 이런 선수들은 소위 말하는 ‘큰판’이나 빡빡한 승부에서 진가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올해는 당당한 주역으로 다시 GS칼텍스를 춤추게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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