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려운 여건에서 시즌을 시작한 흥국생명은 조금씩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천=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지난해 이맘때까지만 해도 “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말이 자주 보였다. 흥국생명은 2020-2021 시즌을 앞두고 에이스 이재영을 잔류시키는 동시에, 세터 이다영과 ‘배구 여제’ 김연경까지 영입하며 전력을 한껏 끌어올렸다. ‘역대급 전력’이라는 말도 심심찮게 들렸다.

그러나 1월 이후 팀을 둘러싼 루머, 그리고 쌍둥이 자매의 결정적인 사태가 터지며 팀은 당황스러운 하락세를 맞이했다. 김연경마저 중국으로 떠나며 전력은 정상에서 최하위권으로 추락했다. 신생팀인 페퍼저축은행과 ‘2약’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인내의 시간이 꽤 길 것”이라는 전망은 실제 시즌이 시작하자 너무 잔인하게 맞아 떨어졌다.

6명이 코트에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배구는 조직력이 중요하다. 2~3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공격을 성공시키고 수비로 받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조직력은 몇 달 연습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추고 계속된 수정 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될까 말까다. 

팀이 1년도 채 되지 않는 사이에 완전히 와해된 흥국생명은 사실상 황무지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의 입에서는 한숨보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빈도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경기력은 아주 조금씩,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2일 GS칼텍스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1-3으로 지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전까지는 4연승을 기록했다. 모처럼 기분을 낼 수 있었던 시기였다. 사실 아직도 조직력이 완벽하지는 않다. 특히 리시브와 연결이 그렇다. 점수를 내주는 것은 물론 자연히 공격에도 영향이 생긴다. 그래도 선수들이 의욕을 가지고 버티는 게 대견한 박 감독이다.

박 감독은 2일 경기 후 “서브 리시브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공격에서 차이가 났다”고 패인을 짚었다. 큰 공격을 때릴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흥국생명에서 리시브 불안은 곧 패배다. 그럼에도 박 감독은 “염려하는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큰 공격에서 (김)미연이가 많이 분발을 해줘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각자 위치에서 거의 새로 시작하는 것이잖나. 선수들이 잘 견디고 하는 것 같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흥국생명과 올 시즌 3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뺏기지 않았던 상대도 성장을 인정했다.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흥국생명의 자체적인 범실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을 확실히 받는다. 우리가 오늘 못했다기보다는 이전보다 흥국생명의 경기력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냉정하게 봤을 때 흥국생명은 올 시즌 남은 경기에서도 이기는 경기보다는 지는 경기가 더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지는 것과 허무하게 지는 건 그 다음에 뿌릴 ‘씨앗’의 양에서 차이가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부족한 부분의 전력보강도 가능하다. 패배에도 토대를 잘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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