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 시장 전망이 불투명한 클레이튼 커쇼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클레이튼 커쇼(34)가 LA 다저스가 아닌 다른 팀 유니폼을 입고 뛰는 광경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럴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2021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커쇼는 메이저리그(MLB) 직장폐쇄 이전까지 계약을 하지 못했다. 다른 대어 선수들이 직장폐쇄를 피해 서둘러 계약한 것에 비하면 이렇다 할 루머 없이 조용한 편이었다. 원 소속팀인 다저스도 적극적이지 않았고, 가장 유력한 이적 후보지였던 텍사스는 코리 시거와 마커스 시미언을 먼저 선택했다.

2008년 다저스에서 데뷔한 커쇼는 지난해까지 오직 다저스 유니폼만 입고 MLB 379경기를 누볐다. 이 기간 동안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1회, 사이영상 세 차례 등 총 185승을 거뒀다. 2.49의 평균자책점은 2000이닝 이상을 던진 현역 선수 중 가장 뛰어나다.

다저스의 예우도 철저했다. 커쇼가 FA가 되기 전 두 차례나 연장 계약을 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분위기가 달랐다. 심지어 퀄리파잉오퍼(보상FA선수자격)도 하지 않았다. 다저스는 커쇼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1년 1840만 달러(약 219억 원)의 가치조차 책정하지 않은 것이라는 의혹도 잇따랐다.

현지 언론도 커쇼의 장기 계약은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부상이 걸린다. ‘명예의 전당’급인 그의 화려한 경력을 뒤로 하면, 커쇼는 최근에는 잦은 부상 탓에 규정이닝조차 소화하기 어려웠던 선수다. 200이닝을 밥 먹듯이 넘겼던 예전의 커쇼가 아니다. 지난해에도 팔꿈치 부상 탓에 121⅔이닝 소화에 그쳤다. 부상이 거듭될수록 구위는 뚜렷하게 떨어졌다.

메이저리그 전직 단장 출신인 짐 보든 또한 커쇼의 부상 전력을 들어 “인센티브가 대거 포함된 1년 계약을 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구단이 최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다. 커쇼가 1년 계약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의 관심이 뜨겁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고, 인센티브가 대거 포함된 계약이라면 사실상 FA 재수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커쇼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이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또한 “단기 계약은 그의 위상과 지위를 생각했을 때 거의 뺨을 때리는 것과 같다”면서 “최근 두 시즌 동안 다저스의 경비(팀 연봉)가 계속 오르면서 연봉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점쳤다. 다저스도 막상 여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AP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다저스의 지난해 사치세 기준 연봉은 약 2억8560만 달러(약 3406억 원)였고, 내야 할 사치세는 MLB에서 가장 많은 3265만 달러(약 390억 원)에 달한다. 

앤드루 프리드먼 다저스 야구부문 사장은 부임 후 사치세를 리셋하기 위해 총력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꼭 사치세 한도 아래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는 팀 연봉을 줄이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커쇼와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연봉만 빠져도 다저스는 팀 연봉 운영에 숨통이 트인다. 커쇼를 바라보는 시선이 복잡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국 원소속팀인 다저스조차 거액의 장기 계약을 제안할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타 팀이 돈 보따리를 들고 찾아갈지는 불투명하다. 커쇼는 최근 3년간 총액 9300만 달러(약 1109억 원)를 받았다. 이 수준을 기대할 수는 없다. 커쇼의 상황이 극적으로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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