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잠실야구장 원정라커룸 풍경이 완전히 달라진다. 8억원 이상을 들인 대공사가 시작됐다.
12일 잠실야구장은 비시즌인데도 시끌벅적했다. 3루쪽 원정라커룸과 그 근처에 있는 기존 시설물들을 철거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서울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가 주도해 지난달 말 첫 삽을 떴다. 1982년 개장 이래 이런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는 처음이다.
추신수(40, SSG 랜더스)의 작심 발언이 불을 지폈다. 지난해 처음 한국 무대를 밟은 추신수는 메이저리그 구장과 비교해 많이 열악한 잠실야구장 원정팀 시설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원정라커룸 공간이 협소해 복도에 줄줄이 가방을 세워두는 것은 물론이고, 샤워 시설이나 기본 훈련 시설도 열악했다.
추신수는 "한국에서는 준비하는 게 가장 힘들다. 호텔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원정팀이 왜 실내 배팅 케이지조차 없이 야구를 하고 있는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큰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KBO와 선수협(프로야구선수협회) 모두의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시설을 관리하는 서울시까지 모두 문제는 인지하고 있었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원정라커룸 대공사는 현실이 됐다.
잠실야구장 구장관리팀 관계자는 "두산과 LG, 서울시, KBO, 선수협 관계자들이 모여 10차례 정도 회의를 진행한 끝에 도면을 확정했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어 가능했다. 지금까지 공사비는 8억원 정도 예상하고 있고, 비용은 모두 서울시가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원정라커룸은 LG 사무실 옆에 화장실과 화장실 앞에 있던 원정팀 감독실까지 터서 공간을 확보했다. 라커가 약 36개까지 들어갈 수 있어 1군 등록 선수 모두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다. 라커룸 공간을 크게 확보하면서 안에 샤워실까지 갖췄다.
대신 기존 라커룸을 지도자들이 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 원정팀 감독실과 코치실, 물리치료실을 설치할 예정이다. 물리치료실과 코치실은 이번 공사로 처음 생겼다.
라커룸이 생기면서 없어진 화장실은 건물 중앙 로비가 있던 공간을 일부 확보해 새로 만든다. 기존에 없었던 장애인 화장실까지 추가하기로 했다.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공사를 진행하는 김에 응급환자 치료실도 함께 마련하기로 했다.
공사는 오는 3월 12일에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3월 25일까지는 새로 지어진 공간에 들어갈 가구와 각종 전자기기 등을 설치하려 한다. 가구와 전자기기 구매 비용은 두산과 LG 구단이 절반씩 부담하기로 했다. 잠실에서 시범경기 일정은 원정라커룸 새 단장을 모두 마친 뒤에 잡아 달라고 KBO에 요청한 상태다.
이번 공사로 원정팀 선수들은 최소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앉을 곳조차 없어 원정 버스로 자리를 옮겨 쉬고, 땀을 흘린 상태 그대로 숙소까지 이동해 씻는 불편한 일은 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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