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롯데팬 응원하며 꿈 키워
-“전준우 선배님과 한솥밥 신기해”
[스포티비뉴스=고봉준 기자] 롯데 자이언츠와 추억은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인 유치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사직구장을 찾았던 날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게 될 줄은, 그때는 당연히 알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롯데는 가장 뜨거운 계절을 보내고 있을 시기였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지휘 아래 매년 가을야구를 밟았고, 승리의 감격과 패배의 아쉬움을 번갈아 맛보며 롯데팬들의 열정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꼬마 롯데팬 역시 2000년대 말 펼쳐진 화끈한 롯데야구를 응원하며 매료되기 시작했다. 한 손에는 신문지를 들고, 머리에는 주황색 비닐봉지를 끼는 날이 갈수록 많아졌다. 롯데 루키 내야수 한태양(19)의 꿈도 그렇게 싹을 틔웠다.
최근 김해 상동구장에서 만난 한태양은 “당시에는 사직구장 방문이 가장 기쁜 일이었다. 일단 경기에서 이기는 날이 많았고, 지더라도 목청껏 응원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어린 나이였지만, 신문지 응원은 아직도 생생하다”고 웃으며 말했다.부산 태생인 한태양은 어린 시절을 모두 부산에서 보냈다. 그리고 롯데야구의 열성팬인 아버지를 따라 자연스레 뼛속까지 롯데팬이 됐다. 비록 다대포 부근의 집과 사직구장 거리는 꽤 있었지만, 틈만 나면 가족들과 롯데 경기를 찾았다.
그러나 롯데와의 인연은 잠시 안녕을 고해야 했다.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친 뒤 온가족이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렇게 몸이 멀어지자 마음도 조금은 멀어졌고, 사직구장에서의 추억도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한태양은 “어릴 적부터 야구를 많이 봐서인지 초등학교 입학 후에도 야구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부모님께 야구를 하겠다고 졸랐고,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부가 있는 역삼초로 전학을 갔다”고 회상했다.
야구선수로서의 길을 택한 한태양은 남다른 재능을 앞세워 차분하게 실력을 갈고닦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주전 유격수로 뛰던 2년 선배가 부상으로 빠진 틈을 타 처음 정식경기를 뛰었고, 이를 발판삼아 주축 내야수로 발돋움했다.
이어 언북중을 거쳐 덕수고로 진학한 한태양은 정윤진 감독의 지도 아래 또래에서 제일가는 내야수로 성장했다. 비록 3학년이던 지난해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주장으로서 8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우승으로 이끌면서 학창시절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고, 9월 열린 KBO 신인 드래프트 2차지명에서 6라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2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상위 라운드 지명이 예상됐지만, 졸업반 시기 부진으로 순번이 내려간 한태양은 “처음에는 실망도 컸지만, 내가 부족했다는 생각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은 다시 시작하겠다는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상동구장으로 건너온 한태양은 “아침 8시반부터 운동이 시작된다. 1시간 정도 몸을 푼 뒤 10시부터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화한다. 이어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는 수비와 타격, 주루 기술훈련을 진행한다”고 일과를 설명했다.
잠시 주저앉을 여유도 없다. 이미 그라운드에는 쟁쟁한 경쟁자들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함께 입단한 윤동희와 김세민, 김서진, 김용완 모두 내야수로 이들과 경쟁에서 앞서가야 자신의 자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한태양은 “아무래도 경쟁심을 많이 느끼고 있다. 물론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프로 데뷔를 꿈꾸고 있다”고 웃었다.
끝으로 한태양은 아직도 꿈만 같은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어린 시절 팬심을 담아 응원했던 대선배 전준우를 떠올리면서였다.
한태양은 “롯데를 응원하면서 정말 많은 선수들을 좋아했지만, 특히나 전준우 선배님을 가장 열렬하게 응원했다. 플레이 자체가 멋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전준우 선배님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됐다. 정말 신기할 따름이다.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꼬마 롯데팬 시절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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