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카드 알렉스(왼쪽)와 OK금융그룹 레오 ⓒ KOVO
[스포티비뉴스=장충, 김민경 기자] "무조건 잘못이다. 죄송하다."

우리카드와 OK금융그룹의 경기가 열린 15일 장충체육관. 양 팀 사령탑이 경기 전과 후로 나눠 하루종일 고개를 숙이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두 팀 외국인 선수들이 이틀 간격으로 배구공을 발로 찬 탓이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이 먼저 고개를 숙였다. 외국인 선수 알렉스 페헤이라가 지난 12일 장충 KB손해보험전 4세트 도중 관중석을 향해 공을 발로 찬 여파였다. 알렉스가 발로 찬 공이 향한 곳에 다행히 관중은 없었지만, 매우 위험한 행동이었다. 당시 주심은 알렉스에게 옐로카드를 꺼내 경고를 줬다. 

신 감독은 경기 당일에는 알렉스가 공을 발로 찬 것까지는 보지 못해 "캐릭터가 있는 선수"라고 옹호했지만, 다시 중계 화면을 돌려본 뒤 아차 싶어 이날 경기를 앞두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아울러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신 감독은 "알렉스에게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게 행동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다. 순간적으로 참지 못했다는데, 그럴 것 같으면 말로 혼자 토해내든지 그렇게 하라고 했다. 알렉스의 에이전시에도 전화해서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몰라도 한국 정서상 그래선 안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OK금융그룹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등록명 레오)는 알렉스의 사례를 보고도 똑같은 잘못을 저질렀다. 레오가 이날 4세트 5-3에서 오픈 공격에 성공한 뒤였다. 공이 우리카드 리베로 이상욱의 몸에 맞고 튀어 레오의 발 근처로 굴러왔는데, 레오가 이 공을 신경질적으로 걷어찼다. 

주심은 지체없이 레드카드를 꺼냈다. 알렉스 사건 이후 심판진은 선수들이 비신사적인 위험한 행동을 하면 무조건 레드카드를 주기로 합의한 상태였다. 레드카드를 받으면서 벌점으로 우리카드에 1점을 내줘 6-3이 6-4로 바뀌었다. 레오는 바로 잘못을 인지했는지 레드카드가 나온 뒤로는 흥분하지 않았다. 

석진욱 OK금융그룹 감독은 "알렉스는 옐로카드인데, 레오는 왜 레드카드냐. 잘못은 인정하지만, 똑같이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석 감독은 경기 뒤 "레오가 경기에서 지고 있는 상황이라 답답한 마음을 표출했던 것 같다. 분명 레오가 잘못했다. 잘못된 것은 지적하려 한다. 다만 레드카드를 받아야 하면 받는 건데, 심판들이 그렇게 정했다는 것을 전해 듣지 못했다. 미리 이야기만 해줬어도 그렇게 항의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이제는 다 레드카드를 받는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각 구단에 사전 공지가 됐다면 좋았겠지만, 심판진도 사건 이틀 만에 같은 문제가 재발하리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관중이 위험할 수 있는 돌발행동에 레드카드를 주기로 한 결정은 마땅하다. 더는 배구팬들의 눈살이 찌푸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선수들의 성숙한 플레이와 마음가짐이 요구된다.    

레오는 "불미스러운 상황을 만들어 죄송하게 생각한다. 우리카드를 응원하러 온 관중들과 우리 팬들도 같이 오셨는데,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게 생각한다. 아무래도 우리 팀의 원래 모습들이 잘 안 나와서 우리 선수들에게 자극을 주려고 했던 게 잘못 차서 그렇게 됐다. 무조건 내가 잘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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