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과 삼성 불펜진.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삼성 라이온즈는 2021년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치며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불펜진은 웃지 못할 성적을 남겼다.

삼성은 지난해 불펜 평균자책점 4.77을 기록했다. KBO 리그 전체 8위다. 지난해 10위인 한화 이글스, 8위인 롯데 자이언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9위를 차지한 KIA 타이거즈보다 못하다. 그럼에도 삼성이 정규 시즌 2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선발야구다. 삼성 구원진은 485⅓이닝을 던졌다. 452이닝을 던진 kt 위즈에 이어 불펜이 가장 적은 이닝을 책임진 팀이다. 선발야구가 됐다는 뜻이다.

데이비드 뷰캐넌, 원태인, 백정현이 선발야구를 이끌었다. 세 투수는 경기당 평균 6이닝 가까이 던졌다. 이후 7회와 8회를 어떻게든 막고, 9회에 오승환에게 넘기는 야구를 펼쳤다. 믿을 수 있는 카드들이 부진했다. 

심창민과 최지광, 임현준, 양창섭, 장필준, 이승현, 김윤수 등 삼성이 기대한 중간 계투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한 최지광은 평균자책점 4.91, 심창민은 평균자책점 5.08을 기록했으며, 이후 언급된 투수들 평균자책점은 6점대에서 9점대 평균자책점이다.

필승조로 믿었던 선수들 부진에도 새로운 투수들 등장으로 승리를 지킬 수 있었다. 신인 왼손 투수 이승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고, 문용익이 오른손 파이어볼러로 자리를 잡았다. 거기에 베테랑 우규민이 버티며 마무리투수 오승환에게 세이브 상황을 이어줬다. 삼성의 필승 공식은 '선발-버티기-오승환'이었다.

이번 겨울 삼성은 불펜 카드를 잃었다. 최지광은 상무로 입대했고, 임현준은 은퇴를 결정했다. 심창민은 트레이드카드로 사용됐다. 불펜이 부진한 팀이 불펜 카드를 소모해 포수 김태군을 영입했다. 삼성 관계자는 "투수는 많다"며 심창민 외에도 필승조 카드로 기용이 가능한 투수들이 있다고 짚었다.  

외부에서 삼성은 투수가 많은 구단으로 평가를 받는다. 2015년부터 삼성은 드래프트에서 꾸준히 좋은 투수를 많이 모았다. 최충연을 시작으로, 장지훈, 최채흥, 최지광, 양창섭, 원태인, 황동재, 허윤동, 이승민, 이승현 등 이미 1군에서 활약하고 있는 투수부터 유망주들까지 다양한 카드들이 많다. 거기에 장필준, 오른손 이승현, 김윤수, 노성호 등이 좋았을 때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삼성 마운드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문제는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불확실성이다. 전제 조건이 따른다. 'OOO이 부활한다면, OOO가 예전 기량을 보여준다면, OOO가 잠재력을 터뜨린다면' 등의 가정이 붙는다. 이들이 부활 또는 성장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나마 믿을 수 있었던 최지광과 심창민 이탈이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포수 강민호(왼쪽)와 오승환, ⓒ 곽혜미 기자

지난해 오승환은 녹슬지 않은 기량을 뽐내며 세이브왕에 올랐다. 과거 같은 돌직구 위력은 보여주지 못하지만, 140km/h 중후반대 묵직한 패스트볼과 해외 리그에서 익힌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세이브를 챙겼다. 오승환은 올해 만 나이로 40세가 됐다. 에이징커브를 걱정해야 하는 나이다. 기량 유지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은 나이다.

지난해 10월 13일 오승환은 광주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1⅔이닝을 홀로 책임지며 44구를 던졌고, 시즌 40번째 세이브를 거뒀다. 삼성의 '가정법'이 들어맞지 않는다면, 올해 역시 이런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 불혹의 마무리투수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이 올려진다. 가정법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면, 삼성 불펜 성적은 올해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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