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놀면 뭐하니' 김태호 PD. 출처|MBC 방송연예대상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MBC를 퇴사하는 김태호PD가 임직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김태호PD는 17일 오후 사내 인트라넷 자유발언대에 "김태호 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김태호PD는 "20년간 집이었던 MBC를 오늘 부로 떠난다. 내일부터는 방문증 끊어야 들어갈 수 있다니…"라며 "영화처럼 상자 하나 들고 멋있게 떠나고 싶었는데, 살림살이가 너무 많아서 오늘 1톤트럭 도움 받았다"고 떠나는 근황을 전했다.

이어 "백화점에서 바지를 살까말까 망설이다 MBC 합격전화에 카드 긁었던 일. 예능국으로 첫 배정받던 날 새벽출근해 자발적으로 회의실 테이블들 닦던 일. 시간외 수당이 전사 1등이라고 창피당하고 화장실에 숨었던 일. 일요일에 편집을 하다 쓰져져 응급실 갔던 일"을 언급하며 "회사를 떠나는 순간 10년 20년 묶은 온갖 희노애락들이 스쳐 가는데 그래도 행복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시간들이었다"고 적었다.

김태호PD는 "지난 여름 이후 많은 배려를 해주신 회사 덕분에, 그리고 제 프로그램 업무를 덜어준 후배들 덕분에 독립준비를 차곡차곡 할 수 있었다. 법인도 만들고 있고, 공유오피스 생활도 잘 적응하고, 테스트 촬영들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SNS는 teoinmbc가 아니라 teofrommbc로 바꿨다. teo 따로 쓰는데 어색함 없애기 전까지는 잠시 mbc 이름 빌리겠다. 괜찮겠죠?"라며 "'MBC 나가서 어디로 가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어딘가로 귀속되지 않고 당분간 홀로 서보려한다"고 거취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더불어 "최근에 아쉽게도 같이 일해보지 못했던 MBC 예능본부 여러 후배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간담회도 하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음에 놀랐다. MBC 미래는 이들이 빛낼 거 같습니다. 빛낼 기회만 만들어 주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끝으로 김태호PD는 "말이 길었다"며 "MBC 임직원님들, 진행팀, 안전관리팀 청경님들, 청소이모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란다. 저도 앞으로 엄청 건강하고 무지 행복할 예정이다! 감사하다"고 덧붙이며 인사를 마무리했다.

2001년 MBC에 입사한 김태호PD는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13년 동안 이끌며 명실상부 MBC의 간판 프로듀서로 활약해왔다. 2019년에는 '놀면 뭐하니?'로 복귀했으며, 최근에는 MBC에 적을 두고 넷플릭스와 협업한 '먹보와 털보'를 공개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태호PD 심경 전문.

안녕하세요. 예능본부 김태호PD입니다.

20년간 집이었던 MBC를 오늘 부로 떠납니다.

내일부터는 방문증 끊어야 들어갈 수 있다니... 영화처럼 상자 하나 들고 멋있게 떠나고 싶었는데, 살림살이가 너무 많아서 오늘 1톤트럭 도움 받았습니다. 

백화점에서 바지를 살까말까 망설이다 MBC 합격전화에 카드 긁었던 일... 예능국으로 첫 배정받던 날 새벽출근해 자발적으로 회의실 테이블들 닦던 일... 시간외수당이 전사 1등이라고 창피당하고 화장실에 숨었던 일... 일요일에 편집을 하다 쓰져져 응급실 갔던 일.. 

회사를 떠나는 순간 10년 20년 묶은 온갖 희노애락들이 스쳐 가는데 그래도 행복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지난 여름 이후 많은 배려를 해주신 회사 덕분에, 그리고 제 프로그램 업무를 덜어준 후배들 덕분에 독립준비를 차곡차곡 할 수 있었습니다. 법인도 만들고 있고, 공유오피스 생활도 잘 적응하고, 테스트 촬영들도 진행했습니다. 

SNS는 teoinmbc가 아니라 teofrommbc로 바꿨습니다. teo 따로 쓰는데 어색함 없애기 전까지는 잠시 mbc 이름 빌리겠습니다. 괜찮겠죠? ㅎㅎ "MBC 나가서 어디로 가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어딘가로 귀속되지 않고 당분간 홀로 서보려합니다. 

최근에 아쉽게도 같이 일해보지 못했던 MBC 예능본부 여러 후배들과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간담회도 하면서 훌륭한 인재들이 많음에 놀랐습니다. MBC 미래는 이들이 빛낼 거 같습니다. 빛낼 기회만 만들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MBC 임직원님들, 진행팀, 안전관리팀 청경님들, 청소이모님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요! 저도 앞으로 엄청 건강하고 무지 행복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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