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가을야구 탈락②]더는 ‘육성’이라는 방패 뒤로, 숨을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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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 롯데는 보도자료를 하나 뿌렸다. 허문회 감독을 경질하고, 래리 서튼 2군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한다는 내용이었다. 불과 3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의 감독 교체. 이는 롯데의 기류를 다시 바꿔놓는 결정이었다.
시계를 돌려 2019년 5월. 롯데는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의 동반 사퇴를 발표했다. 최하위로 처진 성적을 책임지고자 양 감독은 부임 1년도 안 돼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이 단장 역시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공필성 감독대행이 선수단을 이끈 롯데는 그해 가을 새 지도부를 꾸렸다. 먼저 시카고 컵스 스카우트 출신의 성민규 단장을 선임한 뒤 허문회 넥센 히어로즈 수석코치를 영입했다.
이때 롯데가 내건 거치는 ‘체질 개선’이었다. 젊은 감독과 단장이 축이 돼 원활하게 소통하며 다소 경직된 분위기를 바꾸기로 의기투합했다. 둘 모두에게 3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졌고, 이 기간 내로 최소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임무가 함께 부여됐다.
어찌 보면 당연한 과제였다. 롯데는 앞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잔치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조원우 감독이 이끌던 2017년 깜짝 후반기 선전으로 3위를 기록하고 가을야구 무대를 잠시 밟았지만, 2018년 다시 7위로 내려앉은 뒤 2019년에는 최하위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2010년대를 마감한 롯데는 2020년대를 맞이하는 첫 번째 스토브리그에서 FA 내야수 안치홍을 영입하고, 외야수 전준우를 잔류시키며 전력을 강화했다. 또,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를 데려오는 한편, 노경은과 고효준과 단기 계약을 맺으면서 마운드 높이도 끌어올렸다.
그러나 ‘허문회호’ 롯데는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선수 기용을 놓고 현장과 프런트가 대립한다는 이야기가 개막 초반부터 야구계로 퍼졌다. 이는 사실이었고, 이후에도 감독의 입과 덕아웃 안팎의 잡음을 통해 갈등은 계속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감독과 단장 사이의 갈등 자체는, 드문 일은 아니었다. 서로의 위치와 입장이 다른 만큼 언제든 의견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0년 롯데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이렇게 대립이 표면화되는 사이 구단에선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갈등을 중재하지도 못했고, 적극적으로 해결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롯데는 7위로 지난해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

이러한 잡음 속에서 계속해 허문회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롯데는 초반부터 힘을 내지 못했다. 4월을 8위(10승13패)로 마쳤고, 5월 초반 뼈아픈 5연패를 당하며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결국 3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내려진 결정은 사령탑 경질이었다.
같은 날 롯데가 택한 새 카드는 2005~2007년 현대 유니콘스와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서튼 감독이었다. 사실 서튼 감독은 지난해 KBO리그로 복귀할 때부터 1군 사령탑 예비후보로 분류됐다. 롯데 구단에서 차기 감독으로 내정했다는 이야기가 일찍부터 돌았고, 5월 감독대행이 아닌 1군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이는 현실이 됐다.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뒤를 이어 롯데 구단 역사상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이 된 서튼 감독은 전임 감독과 확연한 차이를 뒀다. 비주전 그리고 2군 선수들을 중용했다. 앞서 허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을 위주로 경기를 운영했지만, 서튼 감독은 2군은 물론 신인 자원을 계속해 1군으로 올렸다.

그래도 덕아웃 분위기는 분명 달라졌다.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역동적인 느낌이 강해졌다. 또, 성적 역시 111경기 52승8무51패(승률 0.505)로 나아졌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했다. 지난해보다 나은 성적, 또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승리가 필요했지만, 젊은 선수들의 경험 부족은 중요한 승부처에서 약점으로 드러났다.
2019년 가을, 롯데는 분명 3년 내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구단의 이곳저곳을 손질했다. 그런데 지금의 방향은 당시의 목소리와는 분명 달라 보인다. 롯데가 육성이라는 방패 뒤로 숨는 사이 아까운 시간은 계속 흘러갔고, 또 냉정히 말해 지금으로선 내년 역시 가을야구 진출을 확실히 장담하기가 어렵다.
구단 운영에서 육성은 당연히 동반돼야 할 존재다. 그러나 성적이 우선시돼야 하는 상황에선 명확한 선후 관계가 필요하다.성적과 육성 사이에서 방황한 롯데 앞으로 다시 선택의 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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