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신적인 선수-이적 생각 안 해” 임기영, KIA와 3년 15억 원 계약… 진심과 진심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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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금액을 놓고 양측의 이견이 제법 컸던 것으로 알려진 임기영(31·KIA)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해를 넘기기 전에 타협점을 찾았다. KIA는 임기영의 로열티와 그간의 헌신을 최대한 존중하려고 했고, KIA에 대한 애착이 컸던 임기영도 협상을 더 끌지 않고 계약서에 사인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국 계약에 타협하면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일찍 협상이 마무리됐다.
KIA는 21일 보도자료를 내고 임기영과 계약 소식을 알렸다. KIA는 “KIA 타이거즈가 투수 임기영과 FA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KIA는 21일 임기영과 계약 기간 3년에 계약금 3억 원, 연봉 9억 원, 옵션 3억 원 등 총액 15억 원에 FA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15억 원 중 보장액은 12억 원,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는 3억 원이다.
KIA는 “지난 2014년 FA 보상 선수로 KIA에 입단한 뒤 군 복무를 마치고 2017년부터 KIA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임기영은 KBO 리그 11시즌 동안 통산 285경기에 등판, 51승 59패 4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4.80을 기록했다. 올 시즌은 37경기에 나서 2승 6패 2홀드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했다”고 그간의 동행 과정을 설명했다.
임기영은 “무엇보다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은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준 구단에 감사하고, 열정적인 KIA 팬들의 함성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올 시즌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지금부터 잘 준비해서 팀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하는데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KIA 관계자는 “임기영은 선발, 불펜 가리지 않고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인 선수이다. 내년 시즌 동료 선수들과 함께 마운드 전력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KIA 선발 주축→헌신의 아이콘→하필 이때 부진… 복잡했던 협상의 과정
경북고를 졸업하고 2012년 한화의 2라운드(전체 18순위) 지명을 받은 임기영은 어린 시절부터 선발 자원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받은 선수였다. 옆구리 유형 선수로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비교적 정교한 제구력과 다양한 레퍼토리, 확실한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성장해 나갔다.
그런 임기영이 유니폼을 갈아입은 계기는 FA 시장이었다. 한화는 2014년 시즌 뒤 송은범을 FA로 영입했고, 그 과정에서 KIA는 보상선수로 임기영을 지명한 것이다. 2014년 시즌 종료 후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해 합격까지 한 상황에서 KIA는 미래를 보고 임기영을 지명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임기영은 제대 후 KIA 마운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생각보다 보기 드문 보상선수 성공 신화를 썼다.
군 복무를 마친 뒤 2017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KIA 전력에 가세한 임기영은 2017년 23경기에서 118⅓이닝을 던지며 8승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하며 KIA 선발진의 한 축으로 우뚝 섰다. 팀의 통합 우승에 일조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이후로는 다소간 부침이 있었으나 그래도 꾸준하게 팀 마운드에 공헌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임기영은 2018년 다시 8승을 거뒀고, 2020년에는 25경기에 나가 127⅔이닝을 던지며 9승10패 평균자책점 5.15를 기록하면서 개인 최다승 및 최다 이닝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21년에는 28경기에서 153이닝을 던지며 개인 최다 이닝을 경신함과 동시에 첫 규정이닝 시즌을 보내면서 8승을 수확하고 확실한 선발 카드로 인정을 받았다. 2022년에는 26경기에서 4승13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했다.
그런 임기영에게 하나의 전환점은 2023년이었다. 당시 KIA는 5선발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결국 승자는 2023년 신인으로 팀에 합류한 좌완 윤영철이었다. 임기영은 불펜으로 내려갔다. 처음에는 그렇게 빛이 나지 않았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긴 이닝 소화가 필요할 때 호출되는 선수였다. 오랜 기간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던 선수로서는 초라한 신세였다. 하지만 임기영은 자신의 상황에 낙담하지도, 포기하지도 않았다. 묵묵하게 공을 던지면서 어느덧 KIA 불펜의 필승조이자 핵심으로 떠오르며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임기영의 하이라이트는 2023년이었다. 64경기에서 무려 82이닝을 던지면서 4승4패3세이브16홀드 평균자책점 2.96의 대활약을 펼쳤다. 언제든지 1이닝 이상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면서 당시 쉽지 않았던 팀 불펜 여건의 숨통을 텄다. 이닝이 많기는 했지만 이닝당 투구 수가 적어 벤치에서 신뢰하고 내보낼 수 있는 선수였다. 그렇게 임기영은 2024년 시즌도 팀의 필승조로 기대를 모은 채 시작했다.
2024년은 굉장히 중요한 한 해였다. 2024년 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치면 생애 첫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임기영은 이미 선발로도 풀타임을 뛸 수 있다는 실적이 있었고, 불펜에서도 마당쇠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을 2023년 증명했다. 2024년 시즌만 잘 마치면 FA 대박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여러 팀들의 마운드 사정은 다르기에,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뛸 수 있는 임기영의 활용폭이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2023년 많은 투구의 여파 탓인지 2024년 부상으로 시즌 초반 출발이 주춤했다. 복귀했으나 예전만한 실적은 아니었다. 임기영은 2024년 37경기에서 45⅔이닝을 던져 6승2패2홀드를 기록했지만 평균자책점은 6.31에 그쳤다. 피안타율도 0.313으로 높았고, 이닝당 출루허용수(WHIP) 또한 1.71까지 치솟았다. 임기영의 구위가 떨어진 것도 있었지만 2024년 도입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제도 하에서 옆구리형 투수들이 불리했던 것도 불운했다. 가장 중요한 시즌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날아간 셈이다. FA 시장에서의 가치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가치 평가도 애매해졌다.
◆ “추진력 가지고 협상하겠다” KIA도 임기영 로열티 인정, 조상우 영입과 관계 없었다
그런 과정에서 협상이 쉽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것은 당연했다. KIA는 2024년 시즌 후 팀 내에서 3명의 FA 선수(장현식·임기영·서건창)가 나왔다. 2024년 활약이 가장 좋아 팀 전력에서 중요했고, 또 그 활약상을 바탕으로 타 팀과 활발하게 협상한 장현식 테이블이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KIA는 장현식(LG)을 놓쳤고, 이후 불펜 보강을 고심한 끝에 최근 키움과 트레이드로 조상우를 영입했다.
KIA는 검증된 불펜 투수인 조상우를 위해 현금 10억 원, 그리고 2026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10순위)와 4라운드(전체 40순위) 지명권을 키움에 넘겼다. 이 조상우 영입이 임기영 협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KIA는 그와 별개로 임기영 협상의 속도를 올려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조상우 영입은 영입이고, 임기영도 잡아야 할 선수라는 강조였다.
심재학 KIA 단장은 조상우 영입 직후 임기영 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지 않느냐는 말에 “조금 더 추진력을 가지고 협상에 임할 생각이다. 결론을 좁혀가는 과정은 조금 필요할 것 같지만, 잡으려는 노력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홀대는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심 단장은 “FA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는 생각도 하지만 임기영 같은 경우는 꾸준하게 팀에 로열티를 보여준 선수”라면서 이 부분에 대한 합당한 보상은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를 전달했다.
결국 조상우 영입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기영도 최종적으로 도장을 찍었다. KIA의 제시액이 확 오른 것은 아니었지만 계속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고, 서로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하기에 임기영 측도 더 이상 협상 테이블을 이어 가는 것보다는 최대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그 결과 21일 최종적인 합의에 이르렀다.
2024년 시즌 시작까지만 해도 이보다 더 큰 계약을 꿈꿨을 임기영으로서는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계약일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2024년 시즌 성적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고, 총액 규모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신 보장 비중을 높이면서 계약 내부의 변수는 줄였다. KIA는 조상우 영입에 이어 임기영을 잔류시키며 오프시즌 하나의 숙제를 더 풀었다. 추가적인 외부 영입이 쉽지는 않겠지만 2024년 시즌 전력의 유지라는 과제를 향해 한걸음 더 나아갔다. KIA는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스덤이 신체검사를 앞두고 있고, 2025년 연봉 협상도 진행 중이다. 당분간은 바쁜 오프시즌이 이어지겠지만 한시름은 돌린 채 2025년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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