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머리가 좋았던 것일까… 섭섭했던 외국인, 이것 아니었으면 재취업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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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올 시즌 두산에서 활약했던 외국인 타자 제이크 케이브(33)는 나름대로 준수한 성적과 허슬 플레이로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무조건 재계약을 해야 하는 성적까지는 아니었다. 여기서 모든 고민이 시작됐다.
케이브는 시즌 136경기에서 타율 0.299, 16홈런, 87타점, 17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814를 기록했다. 애당초 거포형 선수는 아니었고, 중·장거리 유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는 않은 타격 성적이었다. 그러나 코너 외야수로 타율이 아주 높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홈런을 펑펑 터뜨리는 선수도 아니었다. 애매한 육각형이었다.
두산은 케이브를 일단 보험으로 두고, 케이브보다 더 나은 선수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KBO리그 구단들 모두의 영입 리스트에 있었던 외야수 다즈 카메론의 영입과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외국인 선수 구성을 투수 2명과 야수 1명으로 하는 만큼, 케이브와는 재계약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설사 카메론과 계약이 엎어지더라도 두산이 케이브보다는 다른 선수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를 예감한 케이브는 지난 2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올해 응원해 주신 팬들에게 감사하다. 가족들에게 친절을 베풀어주셨고, 매일 많은 에너지를 주셨다. 내년에도 여러분 앞에서 뛰고 싶지만, 두산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두산 팬들에게 사실상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그 다음 문장이 다소간의 논란을 일으켰다.
케이브는 “다른 KBO리그 팀에서 뛸 기회를 얻고 싶지만, 원소속팀이 다른 팀과 계약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아쉬워했다. 두산은 지난 25일 KBO에 제출한 보류선수명단에 케이브를 포함시켰다. 현재 KBO 외국인 선수 고용 규정에 따르면 전 소속구단이 재계약을 제안한 경우, 해당 선수는 5년 동안 국내 타 구단에 입단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두산은 케이브에 명목상의 재계약 의사를 표현했고, 이는 보류선수로 묶을 수 있는 근거가 됐다. 아예 재계약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다면 보류권이 풀려 다른 팀과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었겠지만, 두산은 부메랑을 바라지 않은 셈이다. 전 소속구단이 동의한 경우 5년 내 타 구단과 계약할 수 있지만 두산은 현시점에서는 그런 뜻을 보이지 않고 있다.
케이브가 아쉬워하는 것은 타 구단의 동향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을 수 있다. 실제 외야수 보강이 필요한 KBO리그 몇몇 구단들이 케이브의 보류권 여부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올해 성적이 특급은 아니었어도 공·수·주에서 어느 정도 3박자를 갖췄고, 잠실을 떠나면 장타력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해당 구단도 미국에서 풀리는 다른 선수와 케이브를 비교 분석해 결정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케이브가 무조건 계약에 이른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케이브로서는 그 기회조차 박탈을 당했으니 섭섭함을 토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실제 많은 구단들이 재계약이 애매한 선수는 보류선수명단에 넣어 보류권을 가지려고 한다. 5년간 독점 협상권을 얻어 훗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함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타 구단 좋은 일을 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강하다. 이는 두산뿐만 아니라 다른 구단도 마찬가지다. 현재 두산 외에도 아직 외국인 슬롯을 결정하지 못한 구단들도 상당수 선수를 보류선수명단에 묶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도 마련하고, 부메랑도 방지하기 위함이다.
케이브 외에도 몇몇 선수들은 타 구단에서 “혹시 풀리면 검토할 수 있다”는 식의 선수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보류권에 묶여 한국에서는 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 보류권은 외국인 선수들 사이에서는 가장 성가진 ‘악법’으로 손에 꼽힌다. 에이전트 쪽에서도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구단들이 이 규정을 바꿀 리가 없다. 당장 이득을 볼 수 있는 경우가 생겨도, 언젠가는 똑같이 손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KBO리그에 온 대다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에서 불확실한 미래에 지쳐 한국의 제안을 받아들인 선수들이다. 연간 100만 달러가 미국에서는 큰 돈이 아닐 수 있어도, 이런 위치에 있는 선수들로서는 상당히 소중한 금액이다.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급여고, 한국에서는 상당히 안정적인 출전 시간도 손에 넣을 수 있다. 잘하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제안도 받을 수 있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보류권 제도에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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