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 독립 만세' 독립운동가 후손, 세계 최강이 됐다...허미미, 아부다비 그랜드슬램서 57kg급 정상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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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57㎏급 세계 최정상을 향해 다시 돌아온 허미미가 마침내 모든 질문에 스스로 답을 내놨다. 부상과 재활, 흔들린 감각까지 잇달아 극복한 끝에 국제유도연맹(IJF) 아부다비 그랜드슬램에서 정상을 되찾으며, ‘57㎏급 강자의 귀환’을 화려하게 선언했다.
허미미는 29일(한국시간) UAE 아부다비 무바달라 아레나에서 열린 여자 57㎏급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의 줄리아 카르나를 누르기(오사에코미)로 제압했다. 두 선수의 대결은 초반부터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울 만큼 빽빽한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서로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그립 싸움부터 발 동작까지 치열한 탐색전이 이어졌다.
정규시간 종료 직전 허미미에게 지도가 선언되며 분위기가 흔들리는 듯했으나, 위태로웠던 순간은 곧 집중력으로 바뀌었다. 연장전(골든스코어)에 들어서자 흐름은 완전히 허미미 쪽으로 기울었다. 그녀는 카르나의 중심을 조금씩 흔들며 공격의 출발점을 잡았고, 이후 이어진 그라운드 상황에서는 상체를 틀어 올려 상대의 저항을 차단한 채 단숨에 누르기 자세를 완성했다. 카르나가 몸부림쳤지만 탈출은 불가능했다. 허미미는 오래 기다렸던 순간을 완벽한 기술로 마무리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한 정상 복귀 이상의 의미다. 허미미는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과 파리올림픽 은메달로 세계 정상급임을 확실히 증명했지만, 올해 들어 갑작스러운 시련이 찾아왔다. 3월 어깨 인대 수술을 받으며 장기간 재활에 돌입했고, 실전 감각 회복도 쉽지 않았다. 6월 세계선수권 복귀전에서의 초반 탈락은 그녀에게 가장 뼈아픈 결과였다. 스스로도 “모든 것이 어긋났다”고 인정해야 할 만큼 경기 감각과 체력이 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후 출전한 라인-루르 세계대학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고, 부산 전국체전에서도 가볍게 정상에 오르며 한 걸음씩 천천히 예전의 리듬을 되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아부다비에서 세계 강자들을 제압하며 ‘부활’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허미미의 스토리는 경기력 이상의 무게를 지닌다. 그녀는 독립운동가 허석 선생의 5대손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허석 선생은 1918년 항일 격문을 배포하다 투옥돼 옥고를 치렀고, 출옥 사흘 만에 순국했다. 1991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은 독립유공자다. 그런 가족사를 품고 자라난 허미미는 일본에서 태어났음에도 할머니의 “한국 대표로 올림픽 무대에 서 달라”는 유언 같은 부탁을 가슴에 새기며 국적을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2022년 태극마크를 단 뒤부터는 오직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도 선수’라는 목표 하나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이번 우승은 단순히 메달 하나를 더한 게 아니다. 다시 세계 중심에 섰음을 알리는 선언이었다. 허미미는 누구보다 깊은 바닥을 경험했고, 다시 그 아래에서부터 올라왔다. 이제 그녀는 다시 한 번 강자들은 물론 세계 유도계 전체가 주목해야 할 이름이 됐다. 아부다비에서의 우승은 그 시작을 알린 신호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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