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의 간판이 되겠습니다” 잃어버린 1년 아니었다, ‘청라 아이돌’은 패기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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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방망이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맞지 않았다. 수비에서는 계속 실책이 나왔다. 경기를 망치곤 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었다. 팬들이 놀라고, 또 반했던 그 당찬 표정과 패기는 사라지고 얼굴에는 당황만 남았다.
SSG 야수 최고 유망주로 손꼽히는 박지환(20·SSG)은 2025년 시즌 초를 돌아보며 “진짜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야구가 이렇게까지 하기 싫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야구장에 나가기 싫다는 생각이 든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담담하게 고백한다. 올해 내·외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시즌을 준비한 박지환은 개막 직전 햄스트링을 다친 최정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3루로 들어갔지만 공·수 모두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을 남겼다.
마음을 많이 다쳤다. 코칭스태프와 면담도 하고, 2군으로 내려가 몸과 마음을 정비할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수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일단 외야에 전념하도록 하고, 몸부터 다시 만들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짰지만 7월 중순에 확인해보니 그 결과는 ‘아직’이었다. 결국 시즌 마지막까지 2군에 머물렀다. 올해 1군 출전은 31경기에 그쳤다.
누군가는 ‘잃어버린 1년’이라고 했다. 들쭉날쭉한 포지션 설정에 비판 여론도 잇따랐다. 박지환도 이를 모를 리 없었다. 심리적으로 많이 움츠려들고 지쳐 있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 박정권 SSG 퓨처스팀(2군) 감독의 말에 위안을 찾았다. 박지환은 “감독님께서 ‘이런 시련이 있어야 네가 성장을 한다. 오히려 빨리 찾아온 게 다행이다’고 하셨다”면서 “나이 먹고 찾아오면 내 기회가 사라진다. 차라리 초반에 이런 시련을 겪었으니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기도 했고, 그래서 지금은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표정을 고쳐 잡았다.
1군에서는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그냥 무턱대고 좌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다. 지속적인 웨이트트레이닝 속에 몸도 많이 좋아졌고, 스스로가 바라보는 야구의 관점도 많이 바뀌었다. 1년이 그냥 지나간 건 아니었다. 박지환은 “내가 준비를 완벽하게 했어야 했는데 그건 내 부족함이 맞는다. 어떻게 보면 올해 2군에 오래 있으면서 나를 많이 둘러봤던 것 같다”고 했다.
공격에서는 지난해와 투수들의 약점 공략이 확실하게 달라졌다고 했다. 수비도 많이 준비했지만 부족한 점을 느꼈다. 박지환은 “내 페이스를 찾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를 주다 보니 올해는 힘들게 끝났다”고 총평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수확도 분명히 있었고, 마인드 컨트롤이나 야구를 대하는 방식도 많이 생각했다. 힘든 한 시즌을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박지환의 어조는 분명 작년 이맘때보다는 확실히 어른스럽고, 성숙해져 있었다.
잠시 팀을 떠난다. 박지환은 최근 발표된 국군체육부대(상무) 전형에 합격했다. 내년 4월 입대다. 복무 기간을 고려하면 앞으로 두 시즌은 1군에서 보기 어렵다. 박지환은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이제 복무 기간 중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야구를 해야할지 정리하는 과정이다. 박지환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외부에서 들려오는 말에 휘둘리는 것을 바꿔야 한다. 군대에 가서 멘탈적으로 많이 비우고 오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박치왕 상무 감독도 박지환의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박지환은 “2군 경기를 할 때 ‘왜 아직 거기에 있느냐. 빨리 와라’고 말씀을 하시더라”고 농담을 소개한 뒤 “어찌 됐든 청라 시대가 중요한 것이다. 청라 시작 전에 들어와서 맞춰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무에서 완벽하게 하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는 수비 포지션에 대해서는 내·외야를 모두 열어뒀다고 했다. 내야수도, 외야수도 모두 메리트가 있다는 게 박지환의 생각이다. 어느 하나로 고정하지도, 어느 하나를 닫아놓지도 않겠다고 했다. 일단 상무에서는 팀 사정과 방향에 따라 최선을 다해 뛰겠다는 각오를 남겼다. 어느 길로 가든, 박지환이 꿈꾸는 종착역은 같다. 청라 시대의 간판이 되겠다는 당찬 의지와 기백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박지환은 “청라 시대의 간판이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청라 개막전 때 전광판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날을 상상하고, 꿈꾼다. 박지환은 “수비는 어찌 됐든 포지션이 정해지면 확실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포지션은 정해질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아무래도 나는 방망이 쪽의 기대감이 있다. 방망이를 더 확실하게 만들어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확실하게 정립을 하고 오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밝혔다. 더 완성된 야구 선수가 청라돔 한가운데 서 있는 모습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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