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구단 FA 오퍼도 뿌리쳤다… 두산과 의리 택했다, 52억 짐 지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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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블랙타운(호주), 김태우 기자]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집토끼 투수들 붙잡기에 나선 두산은 그중에서도 핵심이었던 전천후 자원 이영하(29)와 4년 총액 52억 원(계약금 23억 원·연봉 총액 23억 원·인센티브 총액 6억 원)에 계약했다. “내부 FA 투수들은 잡아달라”는 김원형 신임 감독의 요청에 부응했다.
일각에서는 두산이 이영하에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팀을 위해 매 시즌 많은 경기에 나가 많은 이닝을 던져준 선수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성적이 ‘특급’까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이영하의 시장가였다. 이영하 영입에 관심을 보인 팀이 최소 2개 있었고, 이중 하나는 꽤 적극적으로 달라붙으며 이영하가 선택의 기로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이 52억 원을 제안하자 더 이상의 레이스를 붙이지 않고 그냥 두산을 택했다. 요리조리 협상하며 몸값을 더 올릴 수도 있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이영하는 자신이 FA 시장에 들어오기 전 정한 기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자 미련 없이 두산과 재계약을 선택했다. 어쩌면 친정팀에 대한 애정, 의리가 결정의 가장 큰 배경일 수도 있는 그림이었다.
그런 이영하는 올해 단단한 각오 속에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팀 마운드를 대표하는 고액 연봉자 중 하나가 된 만큼 책임감이 크다. 여기에 52억 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규모의 계약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선발 전환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투수라면 누구나, 특히 이영하처럼 이전에 선발로 풀타임을 돌아본 경험이 있는 선수라면 당연히 선발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두산은 두 외국인 선수(크리스 플렉센·잭 로그)에 곽빈까지는 로테이션 합류를 확정했고, 최승용이 네 번째 주자로 확정되기 직전이다. 네 명은 개막 로테이션에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6선발은 일단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즉, 한 자리가 남았다. 이영하는 이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것도 모처럼 찾아온 ‘경쟁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것저것 동기부여가 충만한 상황에서 캠프에 왔다.
첫 불펜부터 단단한 준비 상태를 보여줬다. 25일부터 시작한 두산 스프링캠프는 27일 준비된 투수부터 불펜 피칭을 시작했다. 27일 36개의 공을 던지며 캠프 첫 피칭에 나선 이영하는 이틀을 쉬고 30일에는 무려 104구를 던졌다. 투구 수만 따지면 두산 선수 중 으뜸이었다. 그것도 두 번째 피칭에서 100구 이상을 던졌다는 것은 웬만한 준비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결과를 떠나 이영하의 각오를 엿볼 수 있다.
김 감독 부임 후 면담을 통해 선발 가능성 희망도 본 이영하는 지난 1월 일본 노베오카에서 동계 훈련을 했다. 오프시즌 중에도 꾸준하게 공을 던졌다. 14일 귀국한 이후 며칠 쉬지도 않고 18일 다시 호주로 출국했다. 쉴 시간이 없었지만 내심 목표를 크게 잡았음을 유추할 수 있다. 호주에서도 계속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고, 그 결과는 두 번째 피칭에서 100구 이상을 끄떡없이 소화하는 쾌조의 몸 상태로 이어졌다.
이영하는 “1월에도 일본과 호주에서 꾸준히 준비해왔기 때문에 몸 상태는 준비돼있었다”면서 “선발투수 보직을 위해 투구 수를 끌어올리는 것은 아니다. 보직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캠프에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만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꼭 선발을 염두에 둔 페이스업이 아닌, 어떤 보직에서든 올해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준비 과정이 좋을수록 선발을 향해 더 다가간다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코칭스태프도 “단순히 투구수만 많은 것이 아닌, 전반적인 밸런스와 구위 모두 좋다”는 호평을 내렸다. 이영하의 불펜 피칭을 지켜본 김 감독 또한 중간중간 피드백을 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선발이든, 불펜이든 올해 팀 마운드에서 중요한 몫을 해줘야 하는 선수다. 보직이야 시범경기까지 가봐야겠지만, 어느 쪽이든 이영하의 준비 태세는 만족스러운 눈치다.
이영하도 “불펜피칭 중간중간 완급조절이나 밸런스 체크도 하기 때문에 페이스가 부담스럽지는 않다. 호주에서 계획해둔 페이스대로 잘 가고 있다”면서 “중심 이동이나 밸런스 부분에서 내가 생각했던 의도를 감독님께서 바로 알아봐주셨다”고 찰떡궁합을 예고했다. 이영하가 52억 원이라는 거대한 짐을 어깨에 이고 뚜벅뚜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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