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1차 지명 논란, 돌고 돌아 다시 만났다… 극적인 재회, 다시 쌓아갈 ‘함께’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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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앞둔 SK(현 SSG)는 갑자기 큰 고민에 빠졌다. 지명 1년 전까지만 해도 별다른 고민조차 없어 보였지만, 막상 지명의 해가 밝자 갑자기 선택이 어려워진 까닭이다. 구단 관계자들이 “상황이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당시 SK는 지역 연고지 야탑고의 전천후 플레이어 안인산(26)의 지명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1·2학년 때까지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안인산은 지역뿐만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중추적인 몫이 기대될 정도의 ‘전국구 스타’였다. 투수로도, 타자로도 빼어난 실력과 잠재력을 과시했다. “어떤 포지션으로 써도 성공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SK도 안인산의 지명을 이미 기정사실화한 듯했다. 모처럼 지역에서 대어를 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2020년 SK는 1차 지명에서 안인산이 아닌, 같은 학교의 좌완 오원석(26)을 지명했다. 안인산이 3학년 들어 큰 부진에 빠졌기 때문이다. 구단 관계자들이 당황할 정도의 부진이었다. 반대로 오원석은 기량이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SK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선택을 바꿨다. 한때 SK 입단이 확정된 듯했던 안인산에게는 큰 실망의 시간이었다. 당시 SK 고위 관계자는 “오원석을 선택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게 아니라, 안인산을 포기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2차 지명에서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있기는 했지만 타이밍이 잘 맞지 않았고, 결국 안인산은 2차 3라운드(전체 21순위)에서 NC에 지명됐다. 전국구 스타가 3라운드, 21번까지 밀렸다는 것 자체가 3학년 부진의 여파를 타 구단도 예민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두 친구의 희비가 엇갈렸고, 시간이 지나자 이 어려웠던 선택도 점차 뇌리에서 잊혔다. 안인산이 프로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면서 논란이 일어날 틈도 없었다.
그런데 그때 그렇게 엇갈렸던 친구가 다시 만났다. SSG가 아닌, KT에서 운명처럼 다시 인연이 이어졌다. 오원석은 2024년 시즌 뒤 김민과 맞트레이드로 KT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날카로운 타격으로 잠재력을 선보인 안인산은 2025년 시즌 뒤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KT의 지명을 받고 전환점을 맞이했다. 두 선수 모두 KT의 식구가 됐고, 올해 호주 질롱에서 열리고 있는 팀의 1차 스프링캠프에 나란히 합류해 다시 만났다.
고교 시절부터 친분이 깊었던 만큼 다시 만난 친구가 너무 반갑다. 한때는 1차 지명 경쟁자였지만, 사실 그것보다는 고교 3년 동안 꿈을 같이 키워간 시간과 우애가 더 깊다. 1년 먼저 KT에 온 오원석은 “고등학교 친구와 한 팀에서 다시 만날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 돌고 돌아 만나니 신기하다”면서 “한 팀에서 같이 훈련했던 친구와 같은 프로 팀에서 만나니 감회가 새롭다”고 두 팔 벌려 반겼다.
NC를 떠나 이제 막 KT 유니폼을 입은 안인산도 어색하기만 할 캠프에서 친구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힘이다. 안인산은 “원석이는 SSG에서 자리를 잡고 있었고, 나는 NC에서 자리를 잡는 게 목표였다. 각자 위치에서 목표한 바를 이룰 거라 생각했다”면서 “둘 다 팀을 옮겨 만나게 될지 예상 못했지만, 같은 팀에 친구가 있어 마음이 편하다”고 웃어보였다.
두 선수는 올해 1차 캠프에서 KT 관계자들의 호평을 한몸에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트레이드 합류 후 개인 첫 10승(11승)을 달성하며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은 오원석은 비시즌을 거치며 몸이 더 좋아졌다는 평가를 모은다. 확실히 몸이 더 커진 느낌을 주고, 여기서 나오는 공의 무게감도 달라졌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흐뭇함이다. 지난해 10승을 통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질 때 여유가 느껴진다는 기대감도 있다.
안인산은 걸출한 재능과 달리 방황의 시간이 꽤 길었다. 프로 통산 1군에서 6경기, 7타석 소화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 퓨처스리그 48경기에서 타율 0.322, 10홈런, 36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내비쳤고, 여기에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데이터에 뚜렷하게 잡히면서 KT의 부름을 받았다. 워낙 체구가 좋고, 힘이 좋은 만큼 한 번의 계기만 있으면 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1차 캠프 성과도 호평 일색이다.
다시 만난 친구들은 이제 KT에서 각자의 힘을 합칠 것에 설렘이 크다. 오원석은 “동기부여가 돼서 서로에게 더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안인산은 “원석이가 등판 날, 내가 수비를 하면 친구한테 든든함을 느낄 것 같다. 나도 원석이에게 든든한 역할을 해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1차 지명 당시의 기억에 머물러 있기에는, 아직 두 선수가 같이 기억을 쌓을 시간이 더 많이 남았다. KT는 이왕이면 성공의 기억이 두 친구에게 함께 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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