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우리에게 기회를 줬다" 이정후가 말한 행운의 연속, 지금 돌이켜보니 아찔했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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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도쿄(일본), 윤욱재 기자] "행운의 여신이 도와준 것 같다"
'바람의 손자'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마침내 '참사'의 악몽에서 벗어났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한국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C조 호주와의 경기에서 7-2로 승리, 호주와 대만을 제치고 조 2위를 확정하며 8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돌이켜보면 아찔한 순간이 참 많았다. 한국은 6-2로 앞선 9회초 공격에서 반드시 1점 이상 추가해야 했다. 그래야 호주와 2승 2패 동률이 되더라도 TQB에서 앞서 조 2위를 확정할 수 있었기 때문.
이정후는 1사 1루 상황에서 타석을 맞았고 유격수 방면으로 타구를 보냈다. 탄식이 절로 나올 뻔한 순간. 그런데 호주 유격수 제리드 데일이 2루에 악송구를 저질렀고 1루주자 박해민이 2루를 넘어 3루에 들어가면서 한국이 득점 확률을 높일 수 있었다. 결국 한국은 안현민의 중견수 희생플라이에 힘입어 7-2 리드를 가져가면서 8강에 갈 수 있는 조건을 충족했다.
내야 땅볼을 쳤던 이정후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이정후는 "찰나의 순간이었다. 내가 또 참사의 주역이 되나 싶었다. 나는 참사의 주역일 수 있어도 류현진 선배님처럼 왕조의 주역도 계시고 또 후배들은 새로운 왕조를 쓸 선수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기운이 더 강했던 것 같다"라고 당시를 돌아봤다.
절체절명의 순간은 또 있었다. 9회말 1사 1루 상황에서 릭슨 윈그로브가 잘 맞은 타구를 외야로 보낸 것. 이때 우익수 이정후가 번개 같이 나타나 '슈퍼캐치'를 성공했다.
"사실 2스트라이크가 되고 나서 우중간 쪽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행운의 여신이 많이 도와준 것 같다"라는 이정후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냥 공이 날아왔을 때 '무조건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고 뛰었다. 또 조명에 공이 약간 들어갔는데 역시 행운이 따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정후는 '행운'을 거듭 이야기했다. "일본이 우리에게 기회를 한번 줬다. 또 다른 행운은 우리가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초 공격을 한 것이다. 말 공격이었다면 8회까지만 공격이 가능했을 것이다. 초 공격을 했기 때문에 한번 더 공격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정말 컸다. 정말 모든 기운이 우리에게 온 것 같다"라는 이정후.
만약 일본이 호주를 4-3으로 제압하지 않았다면 한국은 일찌감치 탈락이 결정됐을 터. 호주는 9회초 홈런 2방을 터뜨리며 맹추격에 나섰으나 결국 승리는 일본에게 돌아갔다.
물론 한국에게 행운이 따른 것도 분명 있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없었다면 8강행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이제 한국 선수단은 전세기를 타고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다.
이정후는 "다같이 전세기를 타고 미국으로 갈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 전세기를 타고 이렇게 오래 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설렌다"라고 미소를 지었다.
한국은 한국시간으로 오는 14일 오전 7시 30분부터 D조 1위와 8강전을 치른다. 장소는 마이애미 말린스의 홈 구장인 론디포파크다.
이정후는 "선수들이 (마이애미에서) 메이저리그의 시스템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이게 정말 크다고 본다. 동기부여도 더 생길 것"이라며 자신의 동료들이 메이저리거의 대접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이것이 진정 동료들을 아끼는 '캡틴'의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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