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냉정하게 포기했던 것, 두산은 생각이 다르다… 손아섭 절호의 기회? 오명 떼어낼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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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지난 시즌을 마치고 생애 세 번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신청한 베테랑 타자 손아섭(38·두산)은 시장에서 크게 고전했다. 시장에 나갔지만 정작 과감하게 들이대는 팀이 하나도 없었다. 사인 앤드 트레이드까지 부지런히 시도했지만 모두 허사였다.
계약이 잘 안 됐다는 것은 원 소속팀 한화는 물론 나머지 9개 구단도 손아섭의 가치를 그렇게 높게 보지 않았다는 의미다. 38세의 적지 않은 나이, 점차 하락세를 그리고 있는 득점 생산력 등 여러 요소가 있겠으나 의외로 결정적인 것은 ‘수비’ 문제였다. 한화를 비롯한 상당수 구단들은 손아섭이 더 이상 풀타임 외야수로 뛸 수 없다고 봤다. 극단적으로는 외야에 세워두는 것 자체가 큰 위험이라고 판단했다.
점수를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도 중요한데 손아섭의 수비력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활용할 자리가 지명타자뿐인데 대다수 팀들은 고정 지명타자를 선호하지 않거나, 혹은 고정적으로 지명타자를 줘도 될 정도의 득점 생산력을 가진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손아섭이 시장에서 인기가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였다.
한화 또한 손아섭의 수비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지명타자로 봤고, 실제 그렇게 썼다. 여기서 지명타자 자원인 강백호와 4년 100억 원에 계약했으니 손아섭의 자리가 아예 사라진 것이다. 그렇게 시장의 냉정한 시선을 확인한 채 한화와 1년 1억 원이라는 사실상이 연봉 계약을 했다. 그나마 기회도 돌아오지 않았다.
한화와 두산이 14일 트레이드에 합의했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란 이유 중 하나도 이것 때문이다. 타격이 침체에 빠진 두산은 손아섭을 영입하는 대신 좌완 이교훈과 현금 1억5000만 원을 줬다. 그런데 두산은 간판타자인 양의지가 점차 지명타자 비중을 높여가고 있는 팀이다. 이제 마흔을 내다보는 양의지는 포수로 풀타임을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양의지와 손아섭의 교통정리를 어떻게 할지가 관심이었다.
두산의 해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손아섭을 수비에 내보낸다는 것이다. 김원형 두산 감독은 15일 인천 SSG전을 앞두고 “손아섭이 오기 전까지는 (양의지가 포수를 보는 날에는) 지명타자는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서 썼다”면서 “손아섭이 오면서 지명타자를 번갈아가며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양의지가 포수로 나서는 날은 손아섭이 지명타자, 양의지가 지명타자로 나가는 날은 손아섭이 외야수로 나가는 구상이 기본이다.
김 감독은 손아섭 스스로도 “수비에 나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수비에서도 1인분의 몫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외야 대수비 요원들은 충분하고, 컨디션과 상대 투수 상성에 따라 김민석 등 다른 외야수들이 선발 출전하는 날도 있기에 손아섭의 수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 내다보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필요하면) 잠실에서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아섭이 수비에서 1인분을 할 수 있다고 하면 두산도 지명타자 고민에서 다소 자유로워진다. 양의지 손아섭이 모두 수비를 보면서 타격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지명타자로 쓰는 방안도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타격은 일단 만족이다. 손아섭은 두산 합류 이후 두 경기에서 모두 선발 2번 타자로 나가 2출루 이상 경기를 했다. 14일 인천 SSG전에서는 홈런을 때리는 등 1안타 2볼넷 2타점으로 맹활약했고, 15일 경기에서도 1안타 1볼넷으로 두 차례 출루하며 최소한의 해야 할 몫을 했다. 김 감독은 손아섭 가세 효과에 만족하면서 “또 젊은 선수들한테 좋은 조언도 많이 해줄 것이고, 분위기도 잘 맞춘다. 더그아웃 분위기도 팀한테는 엄청 도움이 된다”고 반겼다.
손아섭으로서도 대단한 기회다. 지금까지 자신을 꼬리표처럼 감싸고 있었던 ‘수비 불가’ 오명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다. 손아섭은 아직 수비에 나가 풀타임을 뛸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이것을 올해 증명한다면 향후 경력을 이어 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손아섭은 15일 인천 SSG전에서 선발 좌익수로 나가 모처럼 드넓은 외야에 섰다. 앞으로 어떤 평가가 뒤따를지도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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