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KIA 불펜 화려한 뷔페, 정해영-전상현 빠지고도 이게 가능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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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IA는 4월 11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를 앞두고 두 명의 선수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름들이 묵직했다. 마무리 정해영, 그리고 셋업맨 전상현이 동시에 2군으로 내려갔다. 한숨이 나올 법한 엔트리 조정이었다.
정해영은 경기력 조정 차원이었다. 올해 좀처럼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하고 있었다. 시즌 4경기에서 2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6.88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이닝당출루허용수(WHIP)가 2.63에 이르렀다. 낙제점이었다. 마무리를 하러 올라간 경기에서 블론세이브가 확정되지도 않았는데 강판 지시를 받은 게 벌써 2경기였다. 지난해 중반부터 시작된 하락세를 좀처럼 되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정해영이 부진이 장기화되면 대체 마무리 1순위였던 전상현은 늑간근에 미세 손상 판정을 받았다. 재활이 필요했고 그렇게 어쩔 수 없이 2군으로 내려갔다. 정해영은 통산 149세이브, 전상현은 통산 111세이브를 기록한 팀 불펜의 기둥들이었다. 두 선수가 한꺼번에 빠졌다는 것은 비상사태를 뜻했다.
하지만 이범호 KIA 감독은 “어쩔 수 없다. 있는 선수들로 해야 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시즌 초반이라 그런 것도 있었지만, 두 선수가 빠져도 나름 불펜의 계산이 된다는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이 감독은 성영탁과 김범수를 상황에 맞춰 9회 마무리로 넣고, 나머지 선수들로 그 앞을 막으며 버틴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분명 불펜의 양은 확보되어 있었다.
그런 KIA 불펜이 비상사태 버튼을 꺼버렸다. KIA는 개막부터 두 선수가 내려가기 전인 4월 10일까지 7.56이라는 최악의 불펜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었다. 두 선수의 이탈로 이 수치가 더 안 좋아지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기우였다. 4월 11일부터 16일까지 5경기 불펜 평균자책점은 1.23에 불과하다. 이 기간 단연 리그 최고의 성적으로 한숨을 돌렸다.
남은 불펜 투수들이 분전하고 있다. 정해영의 빈자리는 성영탁이 비교적 잘 메워주고 있다. 11일 한화전과 15일 키움전에서 세이브를 수확했고, 16일 키움전에서도 4점차 리드에서 9회에 나와 경기의 문을 닫았다. 같은 투수라고 해도 7회에 던지는 것과 9회에 던지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9회 쪽의 중압감이 훨씬 크다. 아직 확신할 단계는 아니지만 성영탁이 이 중압감을 비교적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총액 20억 원에 영입한 김범수는 개막전 악몽(0이닝 3실점) 이후 8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좌타자 상대로는 여전히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고 자신감도 느껴진다. 여기에 우타자를 상대로도 점차 경기력을 찾아가는 등 원포인트가 아닌 1이닝을 책임질 필승조로 자리하고 있다.
조상우 또한 최근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평균자책점을 2.57까지 깎았다. 경험이 많은 선수인 만큼 중요한 상황에서 나름의 쓰임새가 있다. 구속도 점차 올라오는 추세다. 1이닝 이상을 던져줄 수 있는 이태양의 가세 또한 반갑다.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이태양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00의 짠물 피칭으로 KIA의 경기를 끌어가는 몫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구속은 빠르지 않지만 특유의 안정감으로 불펜에 큰 힘을 보태는 중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홍건희와 홍민규까지 좋은 활약을 하면서 KIA는 필승조 연투 후에도 쓸 수 있는 자원들이 확 늘어났다. 구위를 끌어올리느라 시즌 개막이 다소 늦었던 홍건희는 1군 등록 후 3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박찬호의 보상 선수인 홍민규 또한 16일 키움전에서 2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황동하와 더불어 4~6회를 책임질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불펜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해영이 더 확실한 상태를 만들 수 있게끔 시간을 벌 수 있었고, 전상현도 마음의 짐을 덜고 재활에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두 선수는 어쨌든 팀 불펜의 핵심인 만큼 복귀 후 활약이 또 기대를 모은다. 이준영도 2군에서 투구를 시작했고, 1군 진입을 노리는 불펜 자원들 또한 차고 넘친다. 성대하고 또 다양하게 뷔페를 차린 KIA 불펜이 지난해 악몽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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