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와서 이럴 줄 알았나… 그래도 군소리 없이 한다, 중대 결정 시점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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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오웬 화이트의 햄스트링 부상에 따른 부상 대체 외국인 선수로 입단한 잭 쿠싱(30·한화)은 어쩌면 한국에 올 때 그렸던 상상의 나래와는 반대의 삶을 살고 있을자도 모른다. 팀 사정 때문이다.
화이트의 자리를 대체한 만큼 당연히 선발로 활약할 줄 알았다. 실제 첫 경기 당시 그랬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4월 12일 대전 KIA전에 선발로 나갔다. 당시 황준서와 쿠싱의 투입 순서를 놓고 고민하던 김경문 한화 감독은 그래도 쿠싱이 외국인 선수이기에 선발로 낸다고 말할 정도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쿠싱은 분명 ‘선발 투수’였다.
하지만 이후 선발 등판은 없었다. 팀 사정 때문이었다. 마무리 김서현, 7·8회 셋업맨인 박상원 정우주까지 세 명의 필승조가 모두 흔들린 한화는 불펜 재편이 필요했다. 볼넷 악몽에 시달린 김서현을 앞으로 당기는 대신, 그래도 안정적인 제구력에 외국인 선수다운 구위를 가진 쿠싱을 마무리로 돌렸다. 그렇게 쿠싱은 내리 7경기를 불펜에서 나갔다.
어쩌면 쿠싱으로서는 굉장히 큰 손해다. 한국에 올 때 6주만 뛰고 돌아갈 생각으로 오는 선수는 없다. 6주 동안 자신의 능력을 모두 보여줘 정식 계약을 노린다. 실제 그렇게 와서 정식 계약을 한 선수가 있었고, 대표적인 선수가 한화에서 1년 반을 뛴 라이언 와이스였다. 하지만 쿠싱은 ‘선발 투수’로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기회를 잃었다. 타 구단들도 쿠싱이 선발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기가 애매하다.
이처럼 쿠싱으로서는 다소간 섭섭하거나 당황스러운 상황일 수도 있지만, 정작 선수는 팀을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다. 쿠싱은 “마무리 투수로 뛰고 있는데 어떤 역할이든 상관없다. 나는 한화 이글스에 보탬이 되려고 이곳에 있다. 그리고 현재 내 역할을 즐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쿠싱이 마무리 불가 선수였다면 한화 불펜은 더 암담할 뻔했다. 김서현이 결국 2군에 내려갔고, 다른 불펜 투수들도 아직 확실한 상승세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그런 선수가 있다 하더라도 불펜 앞쪽이 헐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이래나 저래나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쿠싱이 마무리로 간 뒤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그래도 이기는 경기는 잡는 경우가 생겼다. 9만 달러(약 1억3300만 원)에 계약한 선수인데, 어떻게 보면 그 몸값은 충분히 해내고 있는 것이다.
쿠싱은 불펜 전환 후 7경기에서 8이닝을 던지며 1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2.25의 안정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 선발로 뛴 선수라 2이닝 정도는 언제든지 멀티이닝이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어수선한 한화 불펜에서 마지막으로 쥐고 있는 다용도 카드인 셈이다. 김서현이 2군에 간 만큼 당분간은 쿠싱이 계속 이 보직을 맡아줘야 할 전망이다.
선발로 능력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도 쿠싱에 대해 고마움을 잊지 않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김 감독은 29일 대전 SSG전을 앞두고 화이트와 쿠싱에 대해 “끝낼 때까지 고민을 해야 한다. 고민을 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화이트는 일주일 정도 대전에서 훈련을 했고, 한화가 원정을 떠나면 서산의 2군 시설로 이동해 공을 던질 예정이다. 김 감독은 “(2군으로) 돌아가서 2군에서 곧 던질 것이다. 처음에는 20개부터 시작한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아직 2~3주 정도의 시간이 남은 만큼 천천히 투구 수와 이닝을 올리며 복귀를 준비한다. 쿠싱의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는 정상 대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는 올해 한화가 외국인 에이스로 기대하며 데려온 선수다. 쿠싱보다도 몸값이 훨씬 비싼 선수다. 쿠싱이 화이트를 밀어낼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선이다. 구위 자체를 놓고 보면 화이트가 분명 더 나은 구석이 있다. 하지만 쿠싱은 설사 6주 계약 후 팀을 떠난다고 해도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외국인 선수로 기억에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로 남은 기간 대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지도 하나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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