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최초’ 대형사고 친 한화 신인, 레전드들까지 놀랐다… “첫 등판 믿기지 않을 담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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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10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LG의 경기를 앞두고 화두는 온통 한화 선발 투수에게 쏠렸다. 이날 KBO리그 데뷔전을 선발로 치를 우완 박준영(24)이 그 주인공이었다.
한화에서 박준영은 세광고를 졸업하고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1순위) 지명을 받은 등번호 96번 박준영이 더 유명했다. 팀이 기대를 걸고 키우는 선발 자원이다. 그런데 이날 등판한 박준영은 등번호 68번을 단 선수였다. 청운대를 나와 올해 한화의 육성 선수로 입단한 선수다. 던지는 팔의 각도부터 주무기, 장점까지가 모두 다른 선수였다.
야구 명문인 충암고를 졸업했으나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드래프트에서 낙방의 시련을 맛본 박준영은 한 야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웬만한 프로 선수 못지않은 유명세를 얻었지만, 10개 구단의 시선은 여전히 냉정했다. 또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잠재력을 눈여겨 본 한화가 육성선수 제안을 해 프로 유니폼을 입었고, 2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인 끝에 이날 1군 데뷔전 기회를 얻었다.
사실 구속이 그렇게 빠른 것도 아니고, 2군에서 좋은 성적(7경기 4승 평균자책점 1.29)을 거두기는 했다. 육성 선수가 정식 선수로 전환 가능한 5월 1일부터 관심이 집중됐던 이유다. 한화 마운드가 부상 및 부진 선수들로 구멍이 숭숭 나 있어 더 그랬다.
다만 1군에서 어느 정도 통할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선수를 한화가 선발로 투입한다는 것은 팀 사정은 별개로 상당한 모험이자, 나름의 확신이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 박준영이 대형 사고를 쳤다. 10일 대전 LG전에서 호투도 모자라 승리투수까지 됐다.
박준영은 10일 대전 LG전에서 5이닝 동안 79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3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승을 거뒀다. KBO에 따르면 육성 선수로 입단한 선수가 자신의 첫 선발 등판에서 선발승을 거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종전 35번의 데뷔전 선발승은 육성 선수 출신이 아니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2㎞로 예상대로 빠른 건 아니었다. 오히려 130㎞대 후반대의 패스트볼이 더 많았다. 하지만 좌우 보더라인을 잘 활용하는 피칭을 했다. 수평무브먼트가 좋은 공이라 오히려 싱커처럼 우타자 바깥쪽 보더라인을 팍팍 찔렀다. 여기에 좌타자를 상대로도 몸쪽 슬라이더를 과감하게 던졌고, 그 외 체인지업과 커브까지 던지면서 다양한 구종을 활용했다. 제구가 간간이 흔들리는 경우는 있었으나 이내 정상 범위를 찾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사실 여러 가지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지만 대담한 멘탈까지 자랑했다. 데뷔전의 압박감, 만원 관중의 압박감, 그리고 팀 타선이 먼저 점수를 내 이 점수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까지 다양한 압박에 놓인 경기였다. 그러나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며 이닝을 쌓았고, 5회 위기 때도 한화 벤치는 승리투수 요건을 챙겨주기 위해 박준영을 밀어붙인 끝에 결국 성공을 거뒀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투·타의 ‘레전드’ 출신인 박재홍 정민철 해설위원도 박준영의 투구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타자의 눈으로 박준영의 투구를 지켜본 박재홍 위원은 “스리쿼터 유형인데 타자로서는 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디셉션 동작이 있음을 설명하며 “슬라이더는 홈 플레이트 앞까지는 거의 똑같이 오다가 마지막에 가라앉는다”고 공의 움직임에 높은 평가를 줬다.
대투수 출신인 정민철 해설위원은 “왼 어깨가 이상적으로 닫혀있고 지면의 힘을 이용한다”고 투구 메커니즘에 합격점을 뒀다. 이어 정 위원은 경기 중 “첫 등판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담대함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어 박준영의 호투가 추후 한화 2군 선수들에 대한 높은 평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퓨처스 선수들도 (경기를) 보고 있을 것이다”면서 “많은 파장을 일으킬 투구를 했다”고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엄상백의 팔꿈치 수술, 문동주의 어깨 부상, 황준서의 부진 끝 2군행으로 선발 로테이션이 텅 빈 한화는 일단 정우주를 선발로 전향시켰다. 그리고 외국인 투수 윌켈 에르난데스와 오웬 화이트가 부상을 털어내고 차례로 복귀할 예정이다. 외국인 투수 2명, 정우주, 그리고 류현진과 왕옌청까지 5명이 선발 로테이션을 도는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박준영이 계속 선발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커맨드를 보여줬고 멘탈 측면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 만큼 당분간은 어떤 보직이든 기회를 얻을 가능성은 커졌다. 1군에 정착하는 것은 이제 박준영 하기 나름이지만, 육성 선수로 입단한 선수가 5월에 당장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이번 주 위닝 위크로 한숨을 돌린 한화가 일주일의 마지막에 긍정적인 발견까지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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