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S]① 이시언의 특별한 작품 '친구' '응답하라1997'
2017-10-07 유은영 기자
올해만 바빴던 것은 아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9)로 데뷔한 이후 ‘닥터 챔프’(2010), ‘파라다이스 목장’(2011), ‘무사 백동수’(2011) ‘갈수록 기세등등’(2011) ‘더킹 투하츠’(2012)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연기 경험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물론 이시언이라는 그의 이름을 차근차근 알릴 수 있었던 기회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데뷔작인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다. 이시언은 “‘데뷔’라는 줄을 잡기가 정말 힘들다”며 “줄을 잡은 뒤 손을 하나 더 올리는 게 낫다. 엄청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데뷔’라는 기회를 줬던 작품이기에 “고마운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해온 모든 작품들이 소중하고 중요했다는 이시언이지만 ‘응답하라 1997’(2012) 또한 잊을 수 없다. ‘응답하라 1997’은 ‘응답하라’ 시리즈의 출발이기도 했고,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기도 했다. 이시언은 이 작품 덕분에 확실하게 대중의 눈에 들었다. 하지만 이시언은 그 시기를 “그만둘까 말까, 생각을 많이 했던 시기”라고 했다.
늦은 나이 데뷔했던 이시언은 “나이는 먹어가지 뭔가 해놓은 것은 없지 고민이 많았다”며 “확실하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생각을 많이 했던 시기”라고 밝혔다. 이어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다른 작품을) 못 할 수도 있잖나. 끝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결과는 좋았다. 한 회당 30분 분량으로 제작됐던 ‘응답하라 1997’은 시청률, 화제성 덕분에 분량이 점차 늘었다. 큰 인기를 발판삼아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등의 시리즈가 탄생하기도 했다. 특히 케이블채널 tvN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도록 도왔다. 이시언에게도 좋은 결과를 안겨줬다. ‘이시언’이라는 이름을 알릴 수 있었고, 조금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이시언은 “여러모로 고마운 작품이다. 나를 써준 것도 고맙다”며 “원래 방성재 역은 내 것이 아니었다. 마지막에 된 거다. ‘응답하라 1997’ 스크립터였던 신은혜라는 친구가 나를 추천해줬다더라. ‘파라다이스 목장’을 같이 했는데, 그때 내가 매니저도 없이 혼자 오가는 모습을 좋게 본 모양이다. 추천을 해줬다더라”고 고마운 마음을 내비쳤다.
‘응답하라 1997’ 이후로는 더 바빠졌다. 미니시리즈, 단막극, 영화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최근에는 ‘리멤버-아들의 전쟁’(2015), ‘더블유’(2016) 등의 작품을 만나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고, 예능 프로그램 ‘씬스틸러-드라마 전쟁’ ‘나 혼자 산다’ 등으로 사랑받는 배우가 됐다.
고민은 있다. 이시언은 주로 감초 역할을 도맡았다. 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있지만 비슷하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지적에 이시언은 “배우로서 조금 더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도 “그것을 잘하니까 계속 주어지는 거라 생각한다. ‘내가 이것밖에 안 돼’가 아니다. 조금씩, 조금씩 다른 부분도 시켜주시더라”고 답했다.
이시언은 “그래서 ‘다시 만난 세계’에서 좋았던 것 같다. 별거 아니지만 형사라는 인물을 연기했다. 형사는 처음 해보는 거였다”며 “형사로서 진중해야 하는 장면들도 있었고, 그런 것을 연기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던 거 같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어 해 보고 싶은 것으로는 ‘진중한 로맨스’를 꼽았다. 이시언은 “빨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나이를 먹으면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웃었다.
이시언의 또 다른 고민은 ‘내려가는 것’. 이시언은 “데뷔했을 때는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다. 돈이 없어도 마냥 좋아했다. 다른 연기자들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그런데 언젠가부터 예전에 나 같은 애들이 보이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제 돈도 조금 생겼고, 인지도도 조금 생겼다. 그러다 보니 내려갈 걱정이 먼저 되더라”며 “언젠가 내려가겠지 싶다. 옛날에는 그런 게 아예 없었다”고 했다.
이시언은 특히 “‘연기’가 ‘직업’이 돼가는 것 같더라”며 “물론 직업이 아닐 수는 없다. 다들 즐기면서 하라고 하지만, 그건 마음이 넓은 사람들의 입장인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직장이라고, 직업이라고 해서 자신이 하는 것을 하대하지는 않잖나.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걱정이 많아진다는 거다. 마냥 즐기기에는 벌려 놓은 것도 많다”고 덧붙였다.
“극복하는 방법이요? 그냥 열심히 잘하자예요. 무조건 잘해야 할 수밖에 없어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