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애플베이스볼]양현종 최고의 겨울, 반은 슬라이더가 해냈다
여기에 KIA와 연봉 협상도 기다리고 있다. 최고 대우가 유력하다는 것이 야구계의 일반적인 전망. 양현종에 의한 양현종을 위한 스토브리그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양현종이 이처럼 대한민국 최고 투수가 된 배경에는 여러가지 원동력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슬라이더다. 슬라이더가 절반 이상의 몫을 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위 그래픽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 처럼 양현종의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의 밸런스 차이가 조금 나는 편이다.
패스트볼은 좋았을 때(6이닝 3자책점 이하)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이 2.05m였지만 안 좋은 결과가 나온 경기서는 2m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상대타자에게 5cm의 공격 시간을 벌어줬음을 뜻한다.
양현종이 다소 부진했을 때 포수 김민식이 "현종이 형이 팔이 잘 안 넘어온다"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양현종은 안 좋았을 때를 버틸 수 있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투수다. 직구가 원하는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돌아갈 수 있는 또 다른 구종이 있다. 그것이 바로 슬라이더다.
증거는 퀄리티스타트 숫자에 있다. 양현종은 31번의 경기서 20번의 퀄리티 스타트를 해냈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절반은 된다고 봤을 때 양현종은 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갖고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 무기는 슬라이더였다.
양현종은 밸런스가 좋지 않을 때 슬라이더 구사 비율을 높인다. 패스트볼-체인지업-슬라이더의 순서는 비슷하지만 안 좋은 컨디션 때는 패스트볼이 줄어들고 슬라이더를 더 많이 쓴다.
양현종 슬라이더의 특징은 타자의 방망이를 잘 피해다닌다는 데 있다. 방망이를 피하면 피할 수록 경기 결과도 좋아졌다.
양현종이 좋았을 때 슬라이더의 인플레이 타구 비율은 17,44%다. 하지만 안 좋았을 땐 20%로 높아진다. 슬라이더를 맞춰잡기 용 보다는 삼진 잡는 구종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안 좋았을 때 스크라이크 콜은 12.63%였지만 좋았을 땐 157%로 높아진다. 제구에 자신감이 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수치다.
헛스윙을 유도해내는 비율도 높아진다. 좋은 경기서는 16.28%지만 안 좋은 경기서는 12.89%로 떨어진다.
배트에 맞히지 않는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일단 배트에 맞은 공은 결과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땅볼 유도를 잘한다고 모두 범타가 되는 건 아니다. 투수가 확실하게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는 공을 갖고 있다는 건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카운터 펀치를 갖고 있다는 뜻이 된다.